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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준 전 미하원의원ⓒ
나는 공화당원이지만 현역 하원의원 시절부터 온건 보수로 불렸다. 각 의원의 표결 성향을 분석한 의회의 연구 결과도 내가 중도 보수파임을 확인해 주었다. 그런 맥락에서 현재 미국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티파티는 공화당원인 내가 보기에도 지나쳐 보인다. 그야말로 극우파로 생각된다.
예를 들면 한국과 달리 미국의 예산은 소위 국가부채 한도란 것이 있다. 예산이 통과됐어도 의회는 정부의 부채 한도를 늘리는 것을 부결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돈을 더 이상 빌릴 수 없기 때문에 정부는 문을 닫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11월 18일까지 연장하는 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18일에 어찌 될지는 또 두고 봐야겠다. 정부가 국가의 부채를 더 줄이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의원들 대부분이 바로 극우파 티파티 소속이다.
미국 정부가 돈을 더 빌릴 수 없어서 문을 닫는다는 것은 디폴트(Default), 즉 모든 대출금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뜻하는 것이며, 미국은 물론 전세계 특히 무역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미칠 타격은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지난 선거에서 공화당이 257대 178이란 압도적 승리로 과반수인 218석보다 39석이 더 많은 다수당이 되면서부터 돈을 물 쓰듯 하는 오바마 행정부에 계속 압력을 넣고 국가부채 한도 기한을 조금씩 늘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 전체 여론의 82퍼센트가 이런 의회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오바마의 리더십에 미국 국민들은 실망했고 이에 따라 그의 인기는 39퍼센트 정도로 떨어졌다. 2008년 대선 당시의 83퍼센트라는 흑인들의 압도적 지지율마저 지금은 33퍼센트로 떨어졌다. 이대로 인기가 계속 추락하면 힐러리 클린턴을 대신 내세우자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공화당 후보들은 신이 났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항상 경제가 최대 쟁점인데 대통령 선거가 1년 남짓 남은 현재 경제 상황이 나아질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기에 몰린 오바마에게 워렌 버핏이란 천사가 나타났다. 그는 “내 비서도 소득의 36%를 세금으로 내는데 나는 17.4% 밖에 내지 않는다” 면서 상위 0.3% 부자에 대한 증세를 촉구했다. 아무도 이를 예측하지 못했다.
버핏세는 빠른 속도로 유럽에 건너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복지 축소보다 부자 증세를 외치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는 16명의 억만장자들이 자신들에게도 ‘버핏세’를 부과시켜 달라는 청원서까지 냈고 미국에서도 백만장자 애국자들이란 모임을 조직해서 자신들에게 버핏세를 부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이렇듯 부자들이 서로 스스로의 세금을 올려달라니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1년에 100만 달러 이상 버는 미국 시민들에게 버핏세를 부과하면 3조에 달하는 적자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좋아하지만, 공화당은 정부가 지출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세금을 올리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오바마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레이건 대통령을 영웅으로 대접하며 그가 주장했던 소위 네 가지 레이거노믹스 (Reaganomics) 는 바로 공화당의 경제 정책이다.
첫째 정부의 지출을 줄여 정부가 비대해지는 것을 막아야 하며, 둘째 개인소득세를 줄여야 하고, 셋째 정부의 규제를 대폭 줄이며, 넷째 통화정책을 써서 인플레이션을 막는다. 레이건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70퍼센트에서 28퍼센트로 줄였고, 정부 지출은 전임 대통령이었던 카터의 4퍼센트에 비해 2.5퍼센트로 줄였다. 이에 따라 카터 재임 시절에는 7.3퍼센트였던 실업자수가 4.1퍼센트로 줄었으며 인플레이션은 13.5퍼센트에서 4.1퍼센트로 내렸다.
이 모든 성공은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대폭 줄이고 그 돈을 재투자해서 기업을 확장시킴으로써 고용창출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부자만의 세금 인상은 계급투쟁을 조성하고 서민경제에 해가 된다는 것이다. 버핏세 없이도 경제 회복이 가능한 산 증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 미국 국민들의 3분의 2가 버핏세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세금을 올리느니 정부의 문을 닫게 해야 한다는 티파티 관계자들도 국민의 호소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9월 27일 뉴욕 월가에서는 분노한 젊은이들이 월가의 중심지인 주코티 공원에 천막을 치고 월가를 점령하자고 외쳤다. “부실은행에 대한 구제를 중단하라.” 주장은 지난 해 소득의 88퍼센트가 월가의 기업들에게 넘어가고 겨우 1퍼센트만 임금 근로자의 몫이었다는 것이다.
월가 금융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보너스 잔치를 할 때 미국인 10명 중 1 명은 일자리를 잃고 15퍼센트는 극빈자로 추락했다는 주장이다. 현재 24살 이하 대졸 실업률이 12.1%다. 오늘도 예멘 등 많은 중동 국가들은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 자유경제를 부르짖고 있는데 민주주의 자유경제의 대표적 국가라 할 수 있는 미국은 빈부차 해소를 외치고 있다. 미국 내 빈부차가 예멘보다 심하다는 미 중앙정보국 CIA의 보도자료도 나왔다. 세상이 혼동스럽다.
이제 한국에도 버핏세가 도입될지 모른다. 재벌들이 솔선해서 버핏세를 지지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국의 국가부채도 7년 만에 2배로 늘었다. 지난 정부 때는 연 평균 7.9% 증가한 데 비해 이번 정부에선 연평균 11.2%로 늘었다. 총 국가부채는 1천848조원이다.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도 버핏세를 한번 연구해 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