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게 10억대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한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의 폭로가 연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회장은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번째 뇌관'을 터트렸다. 전날 신 전 차관에게 10년 가까이 매달 수백만~수천만원, 많게는 1억원까지 십수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날 정권 실세 3명의 이름을 더 거론했다.

    이씨가 지목한 인사는 2008년 당시 청와대 비서관 K씨와 행정관 L씨, 그리고 박영준(51)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다.

    K씨와 L씨에게는 2008년 추석과 2009년 설을 앞두고 신 전 차관을 통해 상품권 5천만원어치를 건넸다는 주장이다.

    또 박 전 차관에게는 국무총리실 차장 시절 일본 출장을 갔을 때 SLS그룹 일본지점에서 400만~5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씨가 이틀 사이에 내놓은 일련의 주장에 대해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펄쩍 뛰고 있다.

    신 전 차관은 "다 꾸며낸 이야기다. 검찰에서 수사하라고 하라"며 금품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박영준 전 차관도 "이국철이라는 사람은 생면부지다. 도대체 왜 그런 말을 꾸며내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놨고 다른 인사들도 "사실무근"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이국철 회장은 신 전 차관이 사인했다는 법인카드 전표 등 증빙자료를 보여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검찰에서 내놓겠다"고 했다.

    그동안 SLS그룹과 관련해 숱하게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그는 회사가 해체되고 경영권을 빼앗긴 과정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검찰 수사를 받기를 원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씨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을 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내용을 보면 우선 상식에 부합하는지 봐야 한다. 신빙성의 문제 등 봐야 할 게 많다"면서 수사 착수 여부에도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검찰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봐도 '견적이 나오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느낌을 전하기도 했다.

    이씨는 금품을 건넨 시기와 액수, 정황에 대해 일부는 구체적인 주장을 펴고 있지만 결정적인 물증은 내놓지 않고 있다.

    또 지난 2002년부터 알고 지냈다는 신 전 차관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면서 왜 그의 비리를 폭로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진실을 밝혀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 외에는 별다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신 전 차관에게 전달한 돈에 대해서는 "어떤 청탁도 개입돼 있지 않다"며 철저히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

    만일 이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역시 뇌물공여 등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폭로를 강행하고 있는 이유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이씨는 2조4천억원짜리 회사를 하루 아침에 해체시킨 거대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청와대, 수출보험공사, 산업은행, 국세청 등이 조직적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주장 외에 역시 뚜렷한 물증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