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확산 … 여야 충돌 격화고의·목적 요건 불명확 … SLAPP 악용 우려 대두野 "입틀막 악법" … 지도부 천막 농성 돌입
  •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을 '전체주의 8대 악법' 중 하나로 규정하고 천막 농성과 필리버스터 등 총력 저지에 나설 방침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과방위는 전날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연이어 열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체회의에서 반대 토론 후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국민의힘은 과방위 강행 처리 직후 절차적·내용적 부실을 전면으로 문제 삼으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언론자유특위 위원장인 김장겸 의원은 11일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안의 핵심을 "허위 조작 정보와 불법 정보의 개념을 광범위하게 넓히고, 이에 대해 행정 규제와 형사 책임, 그리고 손해액의 최대 5배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괄적으로 도입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이 밀실 야합과 기습 상정으로 법안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위 심사 과정에서 "과방위 전문위원 검토도 거치지 않은 '괴문건'을 민주당 안이라며 불쑥 내놓았다"고 문제 삼았다.

    그는 모호한 허위 정보 정의, 5배 징벌적 배상, 민간사실확인단체의 정부 지원 조항 등을 열거하면서 "언론의 자기 검열을 극대화하고 권력 감시 기능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짜 뉴스와 허위 조작 정보를 줄이자는 취지 자체에 이견은 없다"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입법은 "결국 국민과 민주주의가 피해를 본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허위 조작 정보 또는 불법 정보를 '고의'로 유통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적용 요건은 불법 또는 허위 조작 정보임을 인식했거나 인식 가능했을 것, 손해를 가할 목적 또는 부당 이익 목적, 정보 유통으로 피해자에게 법익 침해 발생 등 3가지다.

    국민의힘은 해당 요건이 모두 '불확정 개념'이며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 권력자에 의한 악용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정치인·고위공직자·대기업 등이 비판 보도를 차단하기 위해 거액의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 소송(SLAPP)'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수정안을 통해 SLAPP를 보완했다고 주장한다. 수정안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과 감시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특칙이 포함됐고, 언론이 고의를 입증해야 했던 '입증 책임 전환' 조항은 삭제됐다는 입장이다.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에게 "권력자가 봉쇄 소송을 하지 못하도록 조항을 꼼꼼히 넣었다"고 말했다. 법원이 과도한 손해 배상 청구를 조기에 각하할 수 있는 SLAPP 방지 특칙도 포함돼 언론이 중간 판결을 신청하면 법원이 60일 내 판단하도록 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언론 비판 방해 목적' 자체를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나온다. 대법원 판례도 SLAPP를 "재판 제도의 취지에 현저히 반하는 경우"에 한해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 ▲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위조작정보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통과시키고 있다.2025.12.10. ⓒ뉴시스
    ▲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위조작정보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통과시키고 있다.2025.12.10. ⓒ뉴시스
    여야의 충돌은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전날 전체회의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진짜 자유가 존중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말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허위 조작 정보는 최소한의 규칙을 만들어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과방위 야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해당 법안을 "온라인 입틀막법, 선진 민주국가 어디에도 없는 법"이라며 "권력자의 부정 비리 의혹을 공론화해야 할 언론과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압살하겠다는 독재적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 최형두·신성범·김장겸·박정훈·박충권·이상휘·최수진 의원도 공동 성명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거두려는 효과는 명확하다"며 "권력자와 재력가 등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 징벌적 손해 배상을 부과해 후속 보도를 차단하고, 자기검 열을 강화하고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처럼 진보적인 주에서는 입법 자체를 금지했고, 오히려 신속한 정정보도 반론보도를 하면 면책조항을 주는 법제가 있을 정도"라면서 "'온라인 입틀막법'은 선진 민주국가 어디에도 없는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공동 성명을 내고 "사실상 원안과 달라진 점이 없다"며 졸속 처리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사전 검토 없이 '비공개 협상'으로 내용이 바뀐 점도 절차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8대 악법 저지' 릴레이 천막농성에 참석해 앉아 있다.. ⓒ이종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8대 악법 저지' 릴레이 천막농성에 참석해 앉아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을 '전체주의 8대 악법'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전면 저지에 착수했다. 특히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전날부터 국회 본관 앞에서 '8대 악법 저지' 릴레이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지도부는 이들 8개 법안 가운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유튜버·언론 자유를 탄압하는 국민 입을 틀어막는 3대 악법' 중 하나라고 규정하면서 혐오 표현 현수막 제재, 필리버스터 중단 요건 완화 법안과 함께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사법부가 파괴되고 민주주의가 무너질 때 민주주의를 지킬 마지막 힘은 국민과 국민 목소리 밖에 없다"며 "그런 국민 목소리마저 막겠다는 국민 입틀막 3대 악법도 반드시 막아내야만 하는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전체주의 8대 악법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폭거"라고 규정했다.

    그는 "정당 현수막 규제법과 유튜브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언론의 자유와 정치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침해하고 있다. 여기에 소수 야당의 마지막 저항 수단인 필리버스터 제한법까지 더해지면 이재명 정권과 절대 다수 여당을 막을 수 있는 견제 장치는 완전히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충형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가짜 뉴스 근절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 세우지만 권력 비판을 봉쇄하려는 '표현의 자유 억압법', '언론 자유 억압법'"이라고 했다.

    그는 "허위 조작 정보인지 '알면서 악의적으로' 보도했는지의 여부는 매우 주관적인 잣대"라며 "모호한 기준으로 규제 법안을 만들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최대 5배를 배상해야 하는 징벌적 손해 배상을 가하겠다는 것은 '과잉 처벌', '과잉 입법'"이라며 "비판 기사에 대한 고액 소송 자체가 언론에 위축 효과를 낳고 권력 감시 기능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번 법안이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됐다가 국내외 반발로 철회된 이른바 '언론징벌법'의 부활이라고 보고 있다. 2021년 당시 국제언론인협회(IPI)는 징벌적 손해배상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고,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해당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허위 정보 규제와 권력 비판 위축을 둘러싼 정치권·언론계·시민사회의 충돌은 입법 막바지로 갈수록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