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업무보고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 '환단고기 논쟁' 물어朴 "문헌 사료를 중시한다"에 李 "환단고기는 문헌 아닌가"이준석 "中 '쎄쎄' 하더니 동북공정보다 더한 역사 환상 국정 끌어들여"논란되자 대통령실 "李 환단고기 언급, 동의·연구 지시 아냐"
  • ▲ 1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서점에 '환단고기'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 1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서점에 '환단고기'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위서로 평가받는 환단고기를 가리켜 '문헌'이라고 언급한 것이 정치권과 역사학계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은 "반지의 제왕도 역사냐" "백설공주를 실존인물이라 주장하는 격” "동북공정보다 더한 역사 환상"이라며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줄줄이 공세에 나섰다.

    환단고기는 고대 한민족이 한반도를 넘어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지배했다는 주장을 담은 역사서로, 인용 문헌 출처가 불명확해 환단고기는 1979년 이유립에 의해 창작·수정된 위서라고 보는 게 주류 역사학계의 관점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관점의 차이라고 하는 건, 백설공주가 실존인물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며 "개인의 소신을 역사에 강요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사이비 역사를 검증 가능한 역사로 주장할 때 대화는 불가능해진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특히 "대종교의 확신이든 구원의 서사이든 환단고기는 신앙의 영역이지 역사가 아니었다. 그래서 학계에서 위서로 규정된 것"이라며 "대통령이 뭐든지 믿는 건 자유다. (하지만) 개인의 소신을 역사에 강요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 대통령이) 철 지난 환단고기 타령을 늘어놓았다. 정통 역사학자를 가르치려 드는 그 용감한 무식함에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환단고기는 역사학계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누군가 조작한 위서라고 결론 난 지 오래다.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이 역사 업무를 담당하는 동북아재단에 '환단고기 논쟁은 관점 차이일 뿐이니 대응하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는 "대통령이 실제로 환단고기 진서론을 믿거나 본인이 환빠(환단고기 연구자를 비하하는 말)일 수 있지만 대통령은 설익은 자기 취향을 보이는 자리가 아니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환단고기는 위작이다. 1911년 이전 어떤 사료에도 등장하지 않고 근대 일본식 한자어가 고대 기록에 나오며, 고고학적 증거와 정면 충돌한다.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라고 공세를 취했다. 

    이 대표는 "중국에 '쎄쎄' 하시더니 동북공정보다 더한 역사 환상을 국정에 끌어들일 거냐"면서 "부정선거를 믿는 대통령 다음이 환단고기를 믿는 대통령이라니 대한민국이 걱정된다"고 비판 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2일 교육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환단고기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른다.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박 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재야 사학자들 이야기인 것 같은데 그분들보다는 전문연구자들의 이론과 주장이 훨씬 설득력이 있고 저희는 전문연구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14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정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한 것은 "해당 주장에 동의하거나 연구·검토를 지시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 주장에 동의하거나 그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 국가의 역사관을 수립해야 하는 책임 있는 사람들은 그 역할을 다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질문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