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비판 뒤 고검 발령 … "사실상 중징계"전례 거의 없어 … 18년 만의 이례적 인사
  • ▲ 대검검사급(검사장) 보직에 있던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보직인 대전고검 검사로 강등 발령난 것과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인사명령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 도착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검검사급(검사장) 보직에 있던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보직인 대전고검 검사로 강등 발령난 것과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인사명령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 도착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법무부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고검검사급 보직으로 전보된 정유미 검사장(사법연수원 30기)이 인사명령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검검사급 보직에서 고검 검사로 이동한 이번 인사가 사실상 강등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검사장은 전날 오후 서울행정법원에 직접 출석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한 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인사 배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 "정부, 여당에서 시행한 각종 검찰이나 형사사법 정책에 대한 개혁 법안 제도에 대해 다른 결의 얘기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검사장은 이번 인사가 현행 법령을 위반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명백히 현존하는 법령을 위반한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인사라서 이대로 수인하고 넘어가면 후배들이나 검찰에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며 "불법과 위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런 처분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대놓고 나가라는 인사에 아쉬울 게 있어서 남은 것이 아니고, 선배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해 후배에게 험한 꼴을 보이는 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정 검사장은 지난 11일 법무부 고위 간부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대검검사급 보직에서 고검검사급 보직으로의 이동은 사실상 검사장급에서 차장·부장검사급으로 내려간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검사장은 검찰청 폐지 논의와 정부조직법 개정,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문제 등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검찰 개혁’ 국면마다 검찰 내부망을 통해 비판적 의견을 제기해왔다.

    검사장급 인사가 고검 검사로 보직 변경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07년 3월 권태호 전 검사장이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서 서울고검 검사로 배치된 사례가 유일하다. 당시에는 비위 의혹이 제기돼 ‘부적절한 처신’을 이유로 조처가 이뤄졌다.

    정 검사장은 이에 대해 "그분은 명백하게 비위가 있었고 징계를 받은 것"이라며 "차라리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징계 절차를 진행해줬으면 좋겠다. 징계하지 않고 인사권의 껍질만 둘러쓴 사실상 중징계 처분에 준하는 강등은 비겁하고, 떳떳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소장에는 이번 인사가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위배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대통령령은 대검검사급 검사의 보직을 열거하고 있는데, 이를 개정하지 않은 채 고검 검사로 전보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검찰청법 30조 위반 주장도 포함됐다. 해당 조항은 고검검사의 임용 자격을 '검찰청법 28조에 해당하는 검사(대검검사급)를 제외한 검사'로 규정하고 있는데, 정 검사장은 자신이 대검검사급 검사에 해당해 고검검사로 임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찰이나 징계 등 인사의 사전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검사장을 고검 검사로 발령한 것은 강등이 아닌 적법한 보직 변경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