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부족사태 예견됐단 비판…헌재 책임있나헌재, 지난해 "선관위, 감사 대상 아냐" 판단당시 정치권 "헌재 판단, 2030에 부끄러운 결정"선관위 견제장치 마련 목소리…"하위법령 개정"
  •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선거 기간 휴가 급증', '자녀 특혜 채용' 등 중앙선관위원회(선관위)의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가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선관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외부 통제와 감시에서 사실상 벗어나 있으면서 조직 내부의 긴장감과 책임성이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권한쟁의심판에서 감사원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무감찰과 관련해 만장일치로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정한 바 있다.

    법조계에선 당시 헌재 판단에 대해서 "법 논리적으로는 옳을 수 있으나 그 결정으로 선관위의 성역화가 더 견고해진 것은 사실"이라는 지적과 함께 "선관위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 중앙선관위. ⓒ뉴시스
    ▲ 중앙선관위. ⓒ뉴시스
    ◆ 헌재, 지난해 '선관위 채용비리 사건'에 '만장일치'로 선관위 손…"면죄부 준 것"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해 2월 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에서 "감사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인력 관리에 대한 직무 감찰을 할 수 없다"며 재판관 8인 만장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감사원의 권한은 행정부 내부의 통제 장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바 정부와 독립된 헌법 기관인 국회·선관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감사원이 실시한 직무감찰은 헌법 및 선관위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대통령은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을 임명하고 있다"며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헌재 판단을 두고 "부끄러운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헌재가 선관위의 손을 들어준 권한쟁의심판 선고 직후 "대법관 뒤에 숨는 선관위의 비겁함과 검증 자체를 성역화하는 헌재의 만행에 분노한다"며 "헌재의 부끄러운 결정에 기성세대를 대신해 2030 세대에 속죄하는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재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지난 5일 오후 잠실7동 제2투표소 개표가 마무리 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재선거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각 입구마다 대기하며 선관위 직원들의 이동을 막고 있다. ⓒ정상윤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재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지난 5일 오후 잠실7동 제2투표소 개표가 마무리 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재선거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각 입구마다 대기하며 선관위 직원들의 이동을 막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정치권 "선관위 견제장치 마련해야" … 법조계 "개헌보단 하위법령 개정"

    정치권에서는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내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의장께도 신속한 본회의를 요구하겠다"며 "개헌을 통해서라도 (선관위가) 견제받을 수 있게 하겠다. 검토를 해서 (선관위의) 전면적인 재구성까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선관위가 외부 감사 대상이 되도록 감사원법을 개정하고, 선거 기간 선관위 직원들의 무분별한 휴가 및 휴직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중앙선관위원장을 비상임직에서 상임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이른바 '선관위 개혁법' 마련도 예고했다.

    헌법은 각급 선관위의 조직과 직무 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관위를 두고 "개헌을 통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지만, 법조계에서는 "하위법령 정비로 충분하다"는 설명이 나왔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헌법학을 가르친 황도수 변호사는 며 "개헌까지 갈 사안은 아니고, '선관위는 선거관리만 하도록' 하위법령을 개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그와 별도로 국정조사나 특검을 진행해 선관위의 비위를 파헤친다면 향후 부실선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권한쟁의심판 청구에서 헌재가 선관위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선 "법 논리적으로는 헌재의 결론이 맞을 수 있으나, 선관위를 감시 사각지대에 그대로 놔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도 "선관위는 헌재에서 권위를 부여했으면, 그에 맞는 자기 정화 노력을 했어야 했다"며 "선관위를 감사원 감사 대상으로 두는 감사원법 법률 개정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