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간첩 그대로인데 국보법 삭제하겠다는 與간첩·내란선동 국보법 적용 … 사전 차단 기능장영수 "문제 있다고 폐지? 안보 자체 부정""폐지는 北 대남 혁명에 고속도로 깔아주는 것"
  • ▲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 연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 발의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 연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 발의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보안법(국보법)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입법·사법 권력 재편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을 전제로 한 안보 법 체계마저 해체하겠다는 것은 국가의 방어선을 연쇄적으로 허물 수 있다는 우려로 확산하고 있다. 국보법은 존폐 논쟁이 아닌 대한민국 안보 체계 최후의 보루를 지킬 것인가의 문제로 직결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보법은 1948년 제정됐다. 분단 직후 반국가단체 활동과 간첩 행위를 규제해 국가의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후 2차례 개정을 거치며 적용 범위와 구성 요건은 축소됐고, 헌법재판소의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조항들은 정비돼 왔다. 그럼에도 국보법은 북한을 실질적 위협으로 상정하는 유일한 형사법 체계라는 점에서 상징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지닌 법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 발제에서 "헌법재판소도 왜 국보법이 존재해야 하는가를 충분히 논증했다"며 "수십년에 걸쳐 여러 번에 걸쳐 확립됐는데 단순히 약간의 위헌성이 있다는 주장만으로 법률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폐지론자들은 국보법이 시대에 뒤떨어진 냉전의 산물이며, 형법과 다른 개별법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소지가 있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 외 14명,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 외 8명, 진보당 윤종오 의원 외 3명,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무소속 최혁진 의원 등 총 31명은 지난 2일 국회에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들은 법안 제안 이유 및 주요 내용에서 "국가보안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하여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가보안법 대부분의 조항은 이미 형법이나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냉전시대 산물인 국가보안법은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인권 보장의 가치에 역행한다"며 국보법 폐지로 평화 통일과 인권, 국민주권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지난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지난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그러나 최근 국보법 폐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다시 커지고 있다. 북한은 핵무력 고도화를 공언하며 미사일 시험 발사를 이어가고 있고, 사이버 해킹과 대남 공작, 외국 공작망 운영 등 비군사적 위협도 상시화됐다.

    이처럼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반국가 활동'을 직접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이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간부 간첩 사건과 청주 간첩단 사건, 통합진보당 내란 선동 사건 등은 모두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수사와 처벌이 가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노총 간부 간첩 사건은 북한 공작원과의 접선, 지령 수수, 조직 내 포섭 활동 등이 문제가 됐는데, 반국가단체와의 연계 행위를 처벌하는 국보법 조항이 핵심 적용 근거가 됐다. 청주 간첩단 사건도 북한 공작조직과 연계해 군사·정치 정보를 수집·보고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됐다. 

    통합진보당 내란 선동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건은 북한 체제 추종과 유사시 국가 전복을 전제로 한 발언과 조직 활동이 쟁점이 됐는데, 반국가 활동의 사전 단계까지 처벌할 수 있는 국보법 조항이 적용되면서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법조계에서는 이들 사건이 모두 실제 무력 충돌이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 적발됐다는 점에서 국보법이 안보 위협의 '사후 처벌'이 아닌 '사전 차단' 기능을 수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법·수사 체계의 대대적 재편 후 국보법 폐지 논의가 맞물린 점도 반대 여론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검찰 수사권 축소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으로 안보 범죄 대응 체계가 분산된 상황에서 국보법까지 사라지면 대응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입법과 사법의 권력 재배치 과정에서 안보 영역마저 구조적 실험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보법 폐지 자체보다 시점과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조항은 이미 상당 부분 정비됐고, 남아 있는 쟁점은 해석과 집행의 문제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일부 문제 조항이 있다고 해서 전면 폐지하는 것은 안보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국보법을 폐지하면 이를 대체할 새로운 특별안보법 제정이 불가피한데, 기존 제도를 없앴다가 다시 만드는 것은 정책적·입법적 비효율"이라고 강조했다.
  • ▲ 남성욱 고려대 교수가 지난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남성욱 고려대 교수가 지난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전면 폐지보다는 요건을 더 명확히 하고, 남용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도 국보법의 목적 자체는 합헌으로 보면서 엄격한 해석과 적용을 전제로 판단해 왔다.

    국보법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국가가 스스로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으로 귀결된다. 안보 위협이 상존하는 분단 현실을 외면한 채, 과거의 부작용만을 이유로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자유민주연구원이 지난 7월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국보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3%,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24%였다고 밝혔다.

    유 원장은 "국보법을 없애면 이 대한민국 안보는 당연히 약해지고 북한의 대남 혁명에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이 사상 표현 자유를 억압하나. 국가보안법이 남북 교류 통일을 저해하나"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국보법 폐지 논의는 이념 대결이나 진영 논리로 소비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안보와 자유, 효율과 통제 사이의 균형을 어디에 둘 것인지는 국가의 장기적 방향과 직결된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졸속 입법이나 정치적 계산이 개입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안전과 신뢰 훼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국보법을 둘러싼 찬반을 단순한 구호로 밀어붙이기보다 변화된 안보 환경과 수사·사법 구조 전반을 함께 놓고 종합적 검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의 존립을 지탱해 온 법적 장치를 해체할 것인지,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논의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결론부터 말하면 평양의 김정은을 위해서 국보법을 폐지한다"며 "국가보안법 폐지에 31분의 국회의원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회의원) 300명 중 31명이면 10%다. 대한민국의 세금을 걷어서 김정은이 원하는 일을 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