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이천서 택시체험…민생탐방 대장정 완료도내 전역 한 바퀴 돌아…“앞으로도 계속할 것”
  • ▲ 김문수 경기지사가 18일 이천에서 가진 택시체험을 앞두고 네비게이션을 가동하고 있다. ⓒ 뉴데일리
    ▲ 김문수 경기지사가 18일 이천에서 가진 택시체험을 앞두고 네비게이션을 가동하고 있다. ⓒ 뉴데일리

    “오전 9시부터 운전했는데 5천원밖에 못 벌었다. 큰일이다. 최악의 적자다.”

    신통찮은 영업실적에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 여느 택시기사와 다를 바 없다. 2년 8개월 동안 경기도 곳곳에서 허투루 택시를 운전한 게 아니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현장에 답이 있다”며 도내 31개 시·군을 두루 돌기 위해 택시운전대를 28번이나 잡았다. 이제는 뼛속까지 택시운전사가 된 듯 보였다.

    일요일이었던 18일 김 지사는 이천에서 28번째 택시민생탐방에 나섰다. 이날 김 지사의 택시는 조금 특별했다. 이천은 김 지사가 택시를 몰지 않은 유일한 지역이었다. 이날 택시체험으로 경기도 전역을 무대로 한 김 지사의 택시민생탐방 ‘지도’가 완성됐다.

    2009년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1월 27일 수원에서 처음 택시민생탐방에 나선 이래 2년 8개월 만에 31개 시·군 전체를 한 바퀴 돈 것이다.

    도내 택시영업권역은 모두 25곳으로 안양·군포·의왕·과천, 구리·남양주, 오산·화성, 하남·광주의 영업권역이 같다. 김 지사는 28번의 택시체험 중 수원시에서 세 번, 부천시에서 두 번 운전했다.

    택시체험을 하면서 김 지사는 236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았고 3080㎞를 달렸다. 요금수입으로 177만120원을 벌었고 사납비와 가스비 166만7천원을 지불한 후 10만3120원을 남겼다. 수익은 택시회사에 모두 기부했다.

  • ▲ 이날 택시체험을 마친 김 지사가 이천시내 한 식당에서 지역 운수종사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이날 택시체험을 마친 김 지사가 이천시내 한 식당에서 지역 운수종사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택시 대장정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 18일 오전. 김 지사는 이천시 장호원읍에 있는 오성운수에서 배차를 받고 택시영업에 나섰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세 시간을 누볐지만 승객 2팀이 고작이었다. 택시기사로서 김 지사의 근심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정오 무렵 김 지사는 이천지역 택시기사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 위해 시내 한 식당에 들렀다. 그를 맞이하는 취재진에게 김 지사는 “오전 내내 5천원밖에 못 벌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도내 31개 시·군이 워낙 넓다. 이제 한 바퀴 돌았을 뿐이다. 할 때마다 생소하고 초보가 된 기분이 든다. 앞으로 더 열심히 다니겠다”며 택시체험을 계속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택시기사들은 이천시내에서 렌터카들의 불법 택시영업을 근절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1년에 두 차례 있는 운수종사자 직무보수교육에 친절·서비스 프로그램을 추가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김 지사는 도 실무자들에게 대책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 ▲ 김문수 지사가 독거노인, 편부모 아동, 장애인 등 30여명과 신륵사 경내를 관람하고 있다. ⓒ 뉴데일리
    ▲ 김문수 지사가 독거노인, 편부모 아동, 장애인 등 30여명과 신륵사 경내를 관람하고 있다. ⓒ 뉴데일리

    오후에 김 지사는 도내 전역에서 택시체험 한 것을 기념하는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김 지사를 비롯한 10명의 택시기사가 이천시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편부모 아동, 장애우 등 30명을 택시에 태우고 여주 신륵사와 목아박물관 관광에 나섰다.

    오찬 간담회에 참석했던 택시기사 9명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이들은 김 지사의 택시민생탐방을 누구보다 열렬히 지지했다.

    성기열(남·64) 이천시 개인택시조합장은 “지사님이 택시체험을 통해 민심을 읽고 택시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파악해 도정에 반영해주셔서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며 “택시체험을 주간에 해오셨는데 앞으로는 야간 실태도 파악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인택시를 모는 서영자(여·59) 씨도 “택시업계가 너무 어려운데 이렇게 직접 택시체험을 하시니까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종춘(남·60) 씨는 “지사님이 앞으로 이천에 한두 번 더 오셔서 야간운행도 해보시고, 이천 곳곳을 세밀하게 다니시면 민생을 더 잘 아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를 비롯한 택시기사들의 도움으로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이천시민들도 만족스러워했다. 남매인 김성진(18·다산고 2년) 군과 김수연(17·다산고 1년) 양은 “신륵사를 처음 와봤는데 많은 공부가 됐다.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두 사람은 김 지사가 직접 택시를 운전하는 것에 “놀랍고 신기하다. 지사님이 친근하게 느껴졌다”며 웃었다.


    김문수 지사 Mini Interview

    -이번이 28번째 택시체험이다. 소감은.

    “경기도는 31개 시·군이라 한 바퀴 돌아도 모두 한 번씩 밖에 못 갔다. 갈 때마다 매번 초보다. 생소한 점이 많은데 앞으로 더 열심히 다니겠다.”

    -택시를 몰며 보고 들은 현장은 어떠했나?

    “가는 곳마다 생각지 못한 문제가 많다. 공통된 문제가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하다는 것이다. 지하철, 버스 노선이 취약해서 노인이나 관절환자,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분들이 택시를 많이 이용한다. 서민 중에서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취약계층이 택시를 많이 이용한다.”

  • ▲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8일 이천시에서 28번째 택시체험 후 김 지사는 독거노인과 장애우 등을 택시에 태우고 신륵사와 목아박물관을 관람하는 봉사활동을 했다. 봉사활동에 나서기 전 손을 흔드는 김 지사. ⓒ 뉴데일리
    ▲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8일 이천시에서 28번째 택시체험 후 김 지사는 독거노인과 장애우 등을 택시에 태우고 신륵사와 목아박물관을 관람하는 봉사활동을 했다. 봉사활동에 나서기 전 손을 흔드는 김 지사. ⓒ 뉴데일리

    -계속 택시운행을 한다고 들었다. 두 번째 체험에서는 마인드가 바뀌실 것 같다.

    “경기도가 워낙 넓다. 택시 정류장, 버스 노선 등 문제가 많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주 작다는 것에 안타까움이 깊다.”

    -택시기사들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계획은.

    “지역특성에 맞춰 택시기사들의 생계도 유지되면서 시민에게도 편리한 택시제도를 맞춤형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영상기록저장장치, 카드 단말기, 미터기 계량 등을 지원하는 한편, 택시기사에 대한 복지 지원을 더 강화해 나가겠다.”

    -‘안철수 바람’이 한 번 회오리치고 지나갔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나갔다기보다 아직 강한 힘이 있다. 우리 정당정치에 대해 국민이 많이 불신하고 있다. 고칠 점도 많겠지만 헌법상으로 정당정치가 민주정치의 근간이다. 정당 없이 모두 다 개인이 나와서 후보가 되면 우리나라가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 정당 자체가 여러 문제가 있지만, 정당을 중심으로 잘못된 점은 고치면서 정당을 토대로 해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원순 후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세태와 시류에 너무 휩쓸리지 않고 민심에 겸허하게 귀 기울여야 한다. 국가가 바라보고 있는 경제발전, 복지증진, 남북관계의 교류·통합, 국제적 진출 등에 변함없이 꿋꿋한 자기 길을 견지하면서 국민과 더 가까워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철수 씨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오 했지만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차이가 없다. 대선주자로 꼽히고 계신데 안철수의 대권도전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 저도 할 말이 없다.”

    -이번에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것은 어떻게 보시는지.

    “본인이 나간다고 비슷하게 하다가 안 한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평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본인이 아직 정치가라든지 선출직에 뜻을 세우고 입지를 다진 상태가 아니다. 여러 가지 좋은 일을 하고 싶지만 선거에 나가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심판받겠다는 그런 것은 아직 아닌 것으로 본다.”

    -앞으로 행보는?

    “국민과 함께 더 낮은 곳으로, 그러면서 국가적 목표를 잊지 않는 공직자로 열심히, 겸손하고, 뜨겁게 국민을 섬기려 한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범여권 후보로 나오겠다고 했다.

    “이석연 변호사는 아주 훌륭한 분이다. 심지가 굳은 분이다. 앞으로 당에서 이석연 변호사를 잘 배려해서 한나라당과 함께 가는 것이 국가발전을 위해서나 이석연 변호사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