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김문수, 2년8개월간 3천80㎞ 달렸다

‘운전시간 236시간, 주행거리 3천80㎞’

김문수 경기지사가 지난 2009년 1월 27일 택시업계의 현실을 파악하고 도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면서 '1일 택시기사'로 나선 2년 8개월 동안 세운 기록이다.

서울과 부산사이의 거리를 450㎞로 잡았을 때 7번 가까이 왔다 갔다한 거리다.

그동안 택시운전을 통해 김 지사가 들은 민생의 목소리가 특히 소중했다는 것도 김 지사 스스로 되돌아 보는 소회다.

김 지사가 오는 18일 이천에서 28번째로 예정된 택시기사 체험을 끝내면 도내 31개 시-군 모든 지역에서 택시체험을 한 것으로 인정받게 된다.

김 지사는 이날 31개 시-군 택시체험 완료를 기념해 이벤트를 벌인다.

다른 택시기사 9명과 함께 독거노인, 편부모 어린이, 장애우 등 30여 명을 택시에 태워 여주 신륵사와 목아박물관 등을 돌며 관광 시켜줄 계획이다.

횟수는 28번이지만, 안양-군포-의왕-과천, 구리-남양주, 오산-화성, 하남-광주가 하나의 택시권역이어서 31개 시-군을 모두 다닌 셈이다.

김 지사는 도청이 있는 수원에서는 3번, 자신의 예전 지역구였던 부천에서는 2번 택시체험을 했다.

김용삼 경기도 대변인은 14일 "현장 속에 답이 있다고 믿는 김 지사의 뚝심이 31개 시-군 전역의 택시체험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택시체험을 통해 얻은 것이 많은 만큼 김 지사의 택시운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1월 27일 수원에서 김 지사가 택시체험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일회성 정치적인 쇼가 아니냐'는 비판이 경기도의회 등 여러 곳에서 나왔다.

그러나 김 지사는 "하루 12시간씩 택시를 운행한 힘든 쇼다. 대통령도 꼭 몇 번은 해보셔야 할 쇼"라며 비판을 의식하지 않은 채 누가 알아주건 말건 택시기사체험을 계속해 나갔다.

3년 가까이 한 택시운전이었지만, 그가 번 돈은 겨우 10만3천120원. 177만120원을 벌었지만, 사납금과 택시 가스비로 159만8천568만원을 썼다.

산술적으로는 17만1,552원을 벌었지만, 택시체험 27번 가운데 12번이나 사납금을 채우지 못해 김 지사 개인 지갑에서 채우는 바람에 그나마 손에 쥔 금액도 줄어들었다.

요금을 받는 일도 쉽지 않았다. 도지사가 택시기사라고 요금을 내지 않고 그냥 내린 손님도 있었고, 길눈이 어두운 초보 운전사라 내비게이션으로 길을 찾다 보니 다른 택시기사보다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없었다.

김 지사는 28번에 걸친 택시기사 체험을 통해 번 수입 10만원 가량을 택시회사에 기부했다.

그러나 혼자 묵묵히 계속해온 택시체험을 통해 현장행정의 가치를 알게 된 김 지사는 공무원에게 현장에 나갈 것을 강조하며 도민을 찾아가 민원을 해결하는 여러 가지 새로운 정책을 쏟아냈다.

대형 마트나 농어촌 지역을 찾아가는 '찾아가는 도민안방', '기업SOS지원단', '전철역 민원센터', '무한 돌봄' 등이 김 지사의 머릿속에서 나온 대표적인 현장친화정책이다.

또 택시체험을 하고 나서 곧바로 트위터 등에 소감을 올려 도민과 소통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택시체험의 한 부분이었다.

김 지사는 "택시기사 체험보다 더 깊이 도민과 만나는 방법을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 이 보다 더 짧은 시간에 구석구석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