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본 유치 위해 세일즈맨 변신올해만 약 14억 달러, 전년 대비 2배 ↑
  •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세일즈맨으로 변신했다. 올해만 무려 13억 9천860억달러나 투자 유치했다. 지난해 경기도 투자유치금액인 5억 8천300만달러의 2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세계경제위기로 투자에 인색한 외국기업들이 이처럼 돈주머니를 푼 것은 김 지사가 투자유치 가능성이 있는 곳은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직접 찾아가 발로 뛴 뚝심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김 지사는 올해 상반기부터 경기도 투자유치 대표단을 조직, 미국, 캐나다, 중국, 필리핀, 일본 등을 방문해 각종 MOU와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 ▲ 지난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기도와 중국 해남항공공항그룹, 경기도시공사 간 ‘한류월드 내 대규모 호텔단지 건립 투자양해각서’ 체결식에서 김문수 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지난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기도와 중국 해남항공공항그룹, 경기도시공사 간 ‘한류월드 내 대규모 호텔단지 건립 투자양해각서’ 체결식에서 김문수 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블루오션’ 중국계 자본, 동시다발 유치

    지난 5일 경기도가 2건의 굵직한 투자유치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행사가 서울 웨스턴조선호텔과 롯데호텔에서 각각 열렸다. 수도권 최대 복합유통단지가 될 ‘하남유니온스퀘어’ 사업선포식과 고양 한류월드에 1,600실 규모의 대규모 호텔단지을 건립하는 MOU 체결식이었다. 두 곳의 사업투자자 모두 중국계 기업이었다.

    하남유니온스퀘어는 홍콩 킹파워사, 미국 터브만사, ㈜신세계의 합작 외국인투자기업인 ㈜하남유니온스퀘어가 사업시행자다. 고양 한류월드 내 대규모 호텔단지 조성은 중국의 10대 민영기업 중 하나인 해남항공공항그룹(海航集團有限公司)이 투자사다.

    이처럼 중국계 자본을 동시다발적으로 투자유치한 사례는 좀처럼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한때 값싼 노동력으로 우리 기업의 생산 전초기지였다가 폭발적인 경제성장으로 지금은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며 세계경제를 호령하는 중국을 향한 김 지사의 구애와 공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지사의 중국에 대한 관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김 지사는 중국의 놀라운 발전속도에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지금의 중국을 귀감으로 삼아 우리 경제 또한 발전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경기도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과 관련해 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광역철도 제도개선 세미나’에서 발언한 내용이 김 지사의 평소 지론을 잘 대변해준다.

    “며칠 전에 중국에 가서 베이징과 상하이 사이에 있는 철도를 타봤다. 310㎞로 달린다. 우리보다 빠르다. 건설기간이 아주 빠르다. 우리의 경우 통상 철도는 20년이 걸려야, 도로는 10년 걸려야 완성하는데 중국은 우리의 3배 이상 속도로 건설한다. (중략) 철도가 원자력보다 3배 이상의 세계시장을 가지고 있다. 굉장히 중요한 미래전략산업이다. 중국에게 역전 당하는 현실이다. 철도에 대해 국가적으로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 ▲ 지난 7월 8∼10일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랴오닝성 내 선양과 단둥을 방문한 김 지사가 단둥의 신항만 건설공사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지난 7월 8∼10일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랴오닝성 내 선양과 단둥을 방문한 김 지사가 단둥의 신항만 건설공사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 뉴데일리

    서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경기도가 위치한 것도 김 지사가 중국과의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이유다. 현재 도와 자매결연을 맺은 중국 지자체는 랴오닝성, 허베이성, 산둥성, 장쑤성 등으로 도는 이 성(省)들과 돈독한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지사는 올해만 중국을 세 차례 오갔다. 먼저, 지난 5월 25~28일 일정으로 중국과 필리핀을 연이어 방문했다. 중국에서 27일까지 2박3일 일정을 소화하고 필리핀으로 날아갔다.

    7월 8~10일에는 북한과 인접한 중국 랴오닝성 내 선양과 단둥을 방문해 도내 기업의 진출을 타진했다. 단둥개발신구와 맞붙어 있는 북한의 황금평과 위화도도 가까이서 둘러본 후 이 일대의 개발가능성을 살폈다.

    지난달 24∼26일에는 산둥성(지난)과 장쑤성(난징)을 방문했다. 도내 17개 지자체 대표자들이 동행했다. 방문기간에 경기도는 산둥성과 한·중 FTA우선시범지역 설치에 합의했고, 장쑤성과는 우호협력 MOU를 체결했다. 도 지자체들도 산둥성 내 기초지자체들과 경제·문화·체육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중국을 향한 김 지사의 발길은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다. 중국의 발전은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축인 경기도로서는 충격이자 자극제다. 김 지사가 공식석상에서 자주 하는 중국어가 ‘콰이콰이(빨리빨리)’다. ‘만만디’에서 ‘콰이콰이’로 변신하면서 발전 속도를 높인 중국을 보며 김 지사가 느끼는 바가 크다는 얘기다.

    ◇ 콧대 높은 미국·캐나다, 어떻게 공략했나?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 최근 국제정세에 비춰볼 때 미국에 해당하는 얘기다. 최근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나라다.

    쉽게 말해 세계 경제의 큰손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경기도 입장에서는 미국은 도내 외국인 투자기업 가운데 규모 면 1위의 소중한 고객이다. 매년 경기도가 투자유치 대표단을 미국에 보내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 ▲ 지난 4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GE본사를 찾은 김문수 지사가 제임스 스슈사장과 3천만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한 후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지난 4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GE본사를 찾은 김문수 지사가 제임스 스슈사장과 3천만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한 후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 뉴데일리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김문수 지사를 위시한 도 대표단은 지난 4월 5박8일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했다. 7월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투자유치활동을 벌었다. 성과는? 물론, 기대 이상이었다.

    2억 1,200만달러 투자유치, 해외전문가들과 안보·통일 현안 논의, LA에 경기국제의료지원센터·섬유마케팅센터 개소 등등.

    지난 4월 17~24일 5박8일 일정으로 캐나다와 미국을 순방한 ‘경기도 북미 투자유치-교류통상 대표단’의 성적표다. 도 대표단은 투자유치와 해외시장 개척, 의료산업 진출기지 조성, 교류협력 강화라는 당초 목표를 백프로 달성했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도내 중소기업 수출증대 등 거시적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도 대표단의 북미 방문은 그야말로 투자유치 대장정이었다. 캐나다 밴쿠버를 시작으로 미국 뉴욕~코네티컷~디트로이트~LA를 거치며 5개 해외기업으로부터 2억 1,2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해외전문가들과 한미동맹, FTA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17일 캐나다에서 일정을 시작한 도 대표단은 IP생산업체 모임스톤사로부터 5,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모임스톤사는 LG·SK·KT 등 대기업에 IP전화기를 납품하는 국내 점유율 1위의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안양시에 인터넷전화 개발 및 제조시설을 마련해 일본·인도 등에 단말기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 투자로 오는 2015년까지 직접고용 72명, 간접고용 389명의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 회사 이창우 대표는 기술 하나만으로 캐나다에 진출해 투자법인 설립 후 국내에 재투자함으로써 새로운 투자모델을 만들었다는 평을 얻게 됐다.

    투자유치는 미국에서 정점을 찍었다. 19일 도 대표단은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산업가스 제조업체와 증액투자협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용인시 개별부지에 1억달러(FDI 3천만달러)를 투자해 반도체·LCD·LED 산업에 필수 원자재인 질소가스 생산시설을 마련한다. 16명의 직접고용과 2268명의 간접취업 유발효과가 예상된다. 또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기업에 반도체·LCD 생산공정에 필요한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

    ◇ 가까운 일본도 빼놓지 말라

    경기도는 민선 4기 이후 다섯 차례 대표단을 일본에 파견해 13개 업체와 5억 2,800만달러의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도내 8개 외투기업전용단지에 입주한 외국계 기업 85개사 중 41개사(48%)가 일본기업이며, 이 기업들이 투자한 금액은 8억 3,200만달러로 전체 외투기업 투자액(11억 7,100만달러)의 71%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도는 일본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맞춤형 투자유치 전략을 짜고, 대기업 구매담당자 등 민간전문가와 함께 TF팀을 구성·운영 중이다. 지난 7월 19~20일 도 대표단이 일본을 방문해 2억 6천만달러가 넘는 투자유치에 성공한 데도 TF팀이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 ▲ 7월 20일 일본 발카공업 도쿄 본사에서 얼린 투자유치 MOU 체결식에서 김문수 지사와 다키사와 도시카즈 발카공업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 7월 20일 일본 발카공업 도쿄 본사에서 얼린 투자유치 MOU 체결식에서 김문수 지사와 다키사와 도시카즈 발카공업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당시 김 지사와 도 대표단은 기업 투자유치와 전기·전자·IT·반도체 분야 투자설명회를 위해 일본의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를 방문했다. 무엇보다 최근 도내 기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떠오른 평택에 투자를 유치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이틀 동안 도는 2억 6,730만달러(한화 2,810억원)를 평택으로 끌어당겼다.

    도쿄와 요코하마를 방문한 도 대표단은 스미토모화학(도쿄), 제이텍트(오사카), 발카공업(도쿄) 등 3개사와 총 2억 6,730만달러(한화 약 2,810억원)의 투자유치 MOU를 맺었다.

    3개사는 휴대전화와 자동차, 반도체 등 각기 다른 업종에서 부품을 제조하는 업체들이며, 이번 투자를 통해 총 248명을 직접 고용할 계획이다.

    3개사의 투자지역은 평택시에 있는 포승단지, 현곡단지, 오성단지로 지난해 12월 삼성이 고덕지구에 투자를 확정한 이후 평택에 대한 국내외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반영한다.

    투자유치 총액의 90%인 2억 4천만달러를 투자하는 스미토모사는 국내 투자법인 동우화인켐을 통해 올해 말 포승지구에 휴대전화용 차세대 터치 센서패널 생산시설을 마련하고, 80명을 직접 고용한다.

    이 회사가 내년부터 생산하는 차세대 터치 센서패널은 최근 각광받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화면 성능을 좌우하는 소재다. 향후 삼성 등 국내 스마트폰 생산업체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휴대전화 3대 중 1대는 터치패널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경기도가 스마트폰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메카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다른 투자기업인 제이텍트(JTEKT)사는 1,730만달러(외국인 직접투자 1,330만달러) 규모의 자동차 워터펌프 베어링 생산시설을 내년 초 현곡단지에 마련한다. 108명을 직접 고용할 계획이다.

    발카공업은 1천만달러를 들여 오성단지에 반도체용 기계부품 제조시설을 설립하고, 60명을 채용한다. 발카공업은 투자유치 MOU를 체결한 지 두 달도 안 된 지난 2일 오성단지에서 착공식을 거행했다. 이 회사는 내년 2월까지 건설공사와 설비 도입을 마무리하고 시험가동을 거쳐 내년 3월부터 반도체용 제조장비를 생산·납품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해외에서 삼성, LG에 비하면 경기도는 브랜드파워가 아예 없을 정도다. 기업과 협력해 도내 투자 가능성을 높이고 기업은 더욱 새로운 첨단기업을 발굴한다는 점에서 윈윈 전략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