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병역거부, 예비군 불참 처벌은 '합헌' 결정헌재 "대체복무제, 국가안보 지장없다고 판단 못해"
  • 종교나 개인의 양심을 내세워 군 입대를 거부하거나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는 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30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 기회를 주지 않는 병역법 조항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춘천지방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7(합헌)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양심의 자유가 제한되지만 국가안보와 병역의무라는 중대한 공익을 실현하려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대체복무제를 허용해도 이러한 공익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없는 만큼, 대체복무제 없이 형사처벌 규정만을 두더라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헌재는 이날 종교적 이유를 내세워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고 처벌하는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도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같은 취지의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게 한 '병역법 제88조'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2004년 8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후 종교적 병역거부자들 대부분이 1년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첫 합헌 결정 당시 헌재는 "양심의 자유가 중요한 기본권이지만 국가안보라는 중요한 공익을 저해할 수 있는 무리한 입법적 실험(대체복무제)을 요구할 수는 없다"면서도 "입법자는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법익의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이를 공존시킬 방안이 있는지 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한편 이강국·송두환 재판관은 "많은 나라의 경험을 비춰볼 때 엄격한 사전심사와 사후관리를 통해 대체복무제를 운영한다면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 자유민주주의 확립·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관련 법조항 중 병역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춘천지법은 2008년 종교를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박 모 씨 등 4명 등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던 중 피고인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울산지법은 2007년 예비군훈련을 거부한 혐의(향토예비군법 위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 모 씨에 대한 재판 도중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