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 참여 거듭 호소…시장직 사퇴 입장표명은 유보 "거취 문제는 협의 거친뒤 투표전 표명할 수도 있다"
  • “2012 대선 불출마.”

    세금급식 주민투표를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이 승부수를 띄웠다. 투표일을 13일, 약 2주를 앞둔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생각보다 빠른 시점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12일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결과와 상관없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시 서소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힘으로써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불참운동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천명했다.

    “제 거취의 문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자체의 의미를 훼손하고 주민투표에 임하는 저의 진심을 왜곡하고 있다. 대선출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더 이상의 오해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이 승부수를 던진 배경이다. 대선 출마를 고려하지 않은 오 시장이 아니다. 하지만 8월 24일 치러질 주민투표는 그 개인의 일이 아닌,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기 때문에 대선 출마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 오 시장의 생각이다.

    그만큼 이 문제에 자신의 모든 정치적 생명을 ‘올인(다걸기)’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의 무분별한 복지확대가 전 세계적 경제 충격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끔찍한 현실을 외면한 채 민주당은 아직도 퍼주기식 복지를 주장하고 있다”고 세금급식을 비롯한 복지포퓰리즘이 결국 국가 위기를 불러올 것임을 경고했다.

  • ▲ 세금급식 주민투표를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선 불출마'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 뉴데일리
    ▲ 세금급식 주민투표를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선 불출마'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 뉴데일리

    ◇ “다소 빨랐다”…왜?

    오 시장의 이 같은 승부수는 기존의 서울시청 안팎의 예상보다는 다소 빠른 시점에 나왔다.

    오 시장을 공격하는 민주당은 물론 오 시장 측근들도 주민투표가 3~4일 앞둔 다음 주 주말쯤 ‘뭔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오 시장의 마음은 급했다. 스스로 설명한 것처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이날 던진 승부수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 번의 이슈만으로는 승부의 분수령인 투표율 33.3%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오 시장이 다시 한 번 2차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도 있다.

    오 시장도 “(주민투표가)열흘 남짓 기간이 남았다. 시민 여러분의 뜻을 묻고 당과도 긴밀히 협의한 끝에 입장이 서면 투표전에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고 여지를 뒀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오 시장이)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선 불출마라는 조건을 걸면서도 투표율 전망이 불투명하면 얼마든지 그 이상을 걸 가능성도 있다”고 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 했다.

  • ▲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 외에 '시장직'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시장직 사퇴는 곧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위기를 불러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 외에 '시장직'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시장직 사퇴는 곧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위기를 불러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 ‘시장직’ 왜 걸지 않았나?

    이날 오 시장의 기자회견 내용 중에는 ‘시장직’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민선 5기와 함께 시작한 세금급식 공방인 만큼 이번 주민투표에 오 시장이 ‘서울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주민투표도 중요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나를 뽑아준 유권자들의 뜻이 더 중요하다.”

    오 시장이 설명한 내용이다.

    오 시장은 “시의회 4분의3과, 구청장 5분의4를 야당을 선택하면서도 시장만은 저를 선택한 무언의 지상명령이 이번에 제가 쉽게 시장직 거취를 주민투표 결과와 연계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사실 오 시장 한 사람만 봐서는 시장직을 던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만큼 세금급식과 복지포퓰리즘 척결에 앞장 설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시장직 사퇴는 정치적 역학 관계상 혼자 결정할 수는 없었다.

    자칫 그가 서울시장을 사퇴할 경우 위기를 맞은 한나라당에 치명적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보궐선거가 10월 진행될 경우 한나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중론. 이 경우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서울시장을 꿰찬, 매우 불리한 입장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오 시장 역시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서는 개인의 정치 행보와 연관되는 부분이므로 혼자서 결정할 수 있지만 시장직과 연계하는 것은 한나라당과 서울시 여당 국회의원들과 깊은 논의를 선행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대선 불출마는 주민투표 승리 이후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는 선언이라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시장직을 거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공언’이지만, 대선 불출마 선언은 국민 여론 조성에 따라 다시 뒤집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오 시장의 한 측근은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만큼 주민투표 이후의 계획이나 전략은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도 경우의 수를 따지기 보다는 지금은 주민투표 승리만 머리 속에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