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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테러를 일으켜 최소 76명을 숨지게한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 사건을 계기로 범죄자의 `사회복귀'를 강조해온 노르웨이의 형사 사법제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영국의 일부 타블로이드 매체들이 브레이비크 같은 테러범이 호텔과 같은 교정시설에서 지내게 된다는 선정적인 보도를 내놓고 있지만 이는 현지 사법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노르웨이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처벌한다기 보다는 사회로 복귀시키는데 형사 사법제도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럽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76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지만 브레이비크는 테러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21년 뒤인 53세면 자유의 몸이 된다.
중범죄자이지만 교도소에 있는 동안 다양한 사회복귀 기회를 제공받는다.
헤다 지에르트센 오슬로대학 범죄학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회복귀는 노르웨이 형사 사법제도의 핵심"이라면서 "수감자들이 교도소를 떠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수감자가 사회에 나가 살 곳을 마련하고 경제적으로 궁핍해지지 않고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이 제공된다.
노르웨이 교도소 수감자 가운데 절반 가량은 좋은 시설을 갖춘 교도소에서 다양한 직업교육이나 고등교육 과정을 밟는다.
브레이비크가 현재 수감된 일라 교도소의 독방은 1인용 침대, 화장실, 책상,의자가 놓여져 있다.
법원은 지난 25일 브레이비크에 대해 8주간 구금을 명령하면서 편지 수령, 신문 구독, TV 시청은 물론 라디오 청취까지 금지하고 오직 목사, 의사, 변호사와의 접촉만 허용했다.
그는 구금 기간에 2명의 심리학자로부터 정신 상태 등에 대한 감정을 받게 되고 비정상적인 상태임이 확인되면 정신과 병원으로 옮겨진다.
그러나 정신감정 결과 정상 소견이 나와 유죄판결을 받으면 그는 중범죄자들이 수용된 할덴 펭셀 교도소에 수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은 방마다 소형 냉장고와 평면 TV를 갖추고 욕실이 딸려있으며, 창살조차 없는 세계에서 가장 호화스런 교도소로 알려져 있다.
교도소가 재소자의 사회복귀를 돕는다는 목적 아래 운영되기 때문에 교육시설,운동시설 등도 완비돼 있다.
노르웨이 사법당국의 통계를 보면 이러한 사회복귀 위주의 사법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엿볼 수 있다.
노르웨이의 재범률은 20%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영국의 경우 재범률은 50%에 달한다.
그러나 노르웨이 역사상 가장 끔찍한 이번 테러 사건을 접하면서 노르웨이인들 사이에는 브레이비크의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형사범에 대한 노르웨이의 최고 형량은 21년이며, 인도주의적 범죄 혐의가 적용되면 징역 30년까지 가능하다.
이와 관련,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는 27일 행정부와 사법부의 독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논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노르웨이는 21년이라는 장기 징역형을 두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추가로 격리조치할 수 있는 사회보호제도를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형량을 논하기 보다는 조사결과와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보호제도는 5년마다 형량에 대한 심사를 거쳐 사회복귀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로 이론상으로는 종신형이 가능하지만 아직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근무하는 병원에서 22명의 노인 환자들 살해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한 남성 간호사의 경우 21년의 형량 가운데 12년만 마친뒤 지난 2004년 풀려났다.
그는 새로운 이름으로 자신의 과거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 삶을 살고 있으며 그의 거처를 추적하는 언론의 시도 또한 찾아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