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의 수 너무 많아..규정 위반 가능성은 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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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제주 해상에서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소속 보잉 747 화물기의 잔해물이 속속 인양되는 등 사고 수습이 시작됐지만 항공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체가 바다에 떨어져 블랙박스 회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다 항공기 사고로는 흔치 않은 화재에 의한 추락이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탑재 화물에 화재가 발생해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폭발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주로 반도체, 기계전자 부품, 직물류 등으로 구성된 탑재화물 58톤 가운데 중 인화성 위험물품(DG)은 리튬배터리, 페인트, 아미노산용액, 합성수지 등 380㎏이다.
조종사는 추락 직전 중국 상하이 관제소에 화물칸 화재 사실을 통보했지만 통신 교신 내용만으로는 화재 발생 사실만 알 수 있을 뿐 화재원인을 정확히 특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고항공기가 2006년에 도입된 신형이어서 기체의 노후, 불량일 가능성은 적고 현재로서는 위험물 적재방법, 승무원 수 등 규정을 위반한 부분도 발견되지 않았다.
화재 후 자동소화장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알 방법이 없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원인 규명의 1차 관문은 사고를 밝힐 '열쇠'가 될 블랙박스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를 수거해 분석하는 일이다.
제주해경은 3천t급 3002함 등 경비함정 5척과 헬기 1대 등을 동원해 추락 화물기의 승무원과 잔해를 찾고 있으나 아직까지 조종석 의자, 항공기 날개 파편 등만 인양했을 뿐 핵심이 될 단서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블랙박스는 물속에서 최장 30일 견딜 수 있어 이 안에 반드시 수거를 해야 원인 규명이 수월해진다.
그러나 블랙박스와 CVR을 분석하더라도 화물칸에 화재가 난 원인으로는 워낙 경우의 수가 많아 특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지난해 9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발생한 미국 특송업체 UPS 화물기 추락사고도 화재에 의해 초래됐지만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화재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테러 집단 알-카에다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한 UPS 화물기 추락은 미국 당국의 조사 결과 화물칸에 실려있던 리튬 배터리 폭발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만 추정되는 상황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국내 항공기가 화재로 추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조종사 과실, 기체 결함 등으로 추락한 경우보다는 아마 원인을 규명하기 더 복잡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화성 물질을 규정에 어긋나게 실었을 수도 있고, 동체가 급격히 흔들려 인화성 물질이 폭발했을 가능성을 상정할 수도 있으며, 또 다른 원인이 직접적 화인일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국내항공사는 DG를 실을 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정한 엄격한 규정에 따르고 있을 뿐 아니라 국토부가 매년 두 번씩 이를 감독하고 있기 때문에 DG의 적재 조건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났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항공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국토부는 "일단 블랙박스와 CVR을 수거하면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조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고기는 승무원과 동체, 적재 물품 모두 보험에 가입돼 있어 사고 수습에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사고 화물기에 대해 1억2천200만달러의 보험에 들어놨다. 이번 사고로 인한 재해발생 금액은 총 자산의 3.4%인 2천4억여원으로 추산해 산술적으로는 약 700억원 가량 손해를 보는 셈이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기체와 별도로 화물에는 160만달러, 상해보험 20만달러(조종사 1인당 10만달러)의 보험에도 가입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