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이어 하반기에도 공모 미달, 첫해 40곳 지정 계획 차질 불가피 서울교육청, “예비학신학교 공모 정상적” 해명 불구 현장 반응 기대치 밑돌아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고민에 빠졌다. 최근 전교조 서울지부 등 교원노조와의 단체협약을 강행하면서 교원인사위에 노조의 참여를 허용하는 등 교육정책의 입안과 집행에 전교조의 색채를 입히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작 핵심 사업이 모두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배수진을 친 가운데 반대 주민투표 심사가 진행 중이고, 또 다른 핵심사업인 혁신학교는 현장 교사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무상급식이 외부의 반대때문이라면, 혁신학교는 바로 교사들의 외면으로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곽 교육감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혁신학교 사업은 이미 지난해부터 불안한 기운이 맴돌았다. 진보교육감으로 첫 발을 뗀 작년 하반기 처음 시작한 혁신학교 사업은 진보교육감의 상징과 같은 존재로 시행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어 모았다.

    경기도 일부 혁신학교가 운영 1년 만에 주변 집값이 오를 정도로 학부모들의 호평을 받자 진보교육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혁신학교 운영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우는 기민함을 보여줬다.

    곽 교육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마자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신청학교가 불과 27곳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초 40곳 지정을 목표로 했던 서울시교육청은 크게 실망했다. 금천구 등 전교조 교사가 상대적으로 많은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교는 혁신학교 공모에 응하지 않았다.

    신청학교가 단 한 곳도 없는 지역까지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23곳의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돼 올 3월부터 운영에 들어갔지만 그마저도 상당수는 신설학교였다. 혁신학교 첫 해 현장의 반응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완전히 체면을 구기게 생겼다.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혁신학교 공모도 크게 미달한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하반기 혁신학교 15곳을 추가 지정키 위해 지난달까지 공모를 받았다. 그러나 신청학교는 초등학교 1곳, 중학교 3곳이 전부였다.

    미달결과도 그렇지만 내용은 더 좋지 않다. 작년 말에는 신청학교가 목표치의 절반을 넘겼으나 이번에는 겨우 4분의 1밖에 안 된다. 현장의 반응이 더 싸늘히 변했다는 반증이다.

    신청학교가 턱없이 미달함에 따라 신청한 4곳에 하반기 개교예정인 2곳 모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더라도 전체 혁신학교는 29곳에 그친다. 올해 40곳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혁신학교를 300곳으로 늘리고자 했던 곽 교육감의 구상은 교사들의 외면 속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서민밀집지역 등 취약지역 학교에 연간 최대 2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지역과 학교의 여건을 고려해 학교 스스로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학교는 도입 논의 시점부터 일선 교사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일선교사들이 혁신학교를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선교사들이 가장 많이 꼽는 이유는 교감과 보직교사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다.

    교과부나 교육청으로부터 연구학교나 시범학교로 지정되면 소속 교사들은 다른 학교에 비해 인사평정에 있어 가산점을 받는다. 이 가산점은 교장-교감 승진을 앞두고 있는 교사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혁신학교는 교사들 사이의 ‘평등’을 내세워 소속 교사들에 대해 일체의 가산점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교육과정 편성 변경 등 실무업무는 이들 보직교사들의 몫이다. 업무 부담은 몇 배로 늘어나지만 가산점이 없는 ‘이상한’ 구조를 반가워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 문제는 ‘평등’을 중시하는 전교조 교사들이 혁신학교로 몰리는 현상과 관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의 초점은 예비혁신학교에 있다”면서 “올해 예비혁신학교는 40곳을 모집하는데 55곳이 지원해 혁신학교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2학기에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학년 중간에 교육과정을 재편성 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서울교육청은 앞으로 하반기에는 예비혁신학교만을 뽑아 한 학기 동안 사업준비를 하도록 하고 상반기에 일반학교와 예비혁신학교를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 혁신학교를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