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3법 '속도전'에 사법부 반발전국법원장회의·대법원, 잇단 공식 우려 표명장영수 교수 "입법 배경과 목적 모두 의문""중복 형벌 신설, 최소침해 원칙 위배"
  •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상윤 기자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했다. 민주당은 이번 법안을 시작으로 재판소원법과 대법관 증원법 등 이른바 '사법 3법'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왜곡죄는 입법 과정에서부터 적잖은 논란이 불거졌다. 사법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입법임에도 충분한 숙의와 의견 수렴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사법부 역시 해당 법안이 재판 독립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사법부 독립 원칙'과의 충돌 가능성을 언급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7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판사·검사를 통제할 수 있는 형사 규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법왜곡죄를 별도로 도입하는 것은 입법 논리상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사법부 '강행 처리'에 경고 … "돌이키기 어려운 부작용 초래할 것"

    앞서 전국 법원장들은 지난달 25일 박영대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개혁 3법'에 대해 "사법부와 사회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공론화와 숙의 없이 본회의에 부의된 데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구성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고 고소·고발 남발 등 심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재판의 신속성과 국민 기본권 보장에 역행할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역시 지난달 25일 국회에 법안 의견서를 내고 "권력이 사법부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경우 소신 있는 재판이 사후적으로 형사 책임 논란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박 처장은 지난달 26일 처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박 처장은 "최근 법원 안팎의 논의 등을 종합해볼 때 제가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사법부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도 개편 관련 논의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 ▲ 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이종현 기자
    ▲ 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이종현 기자
    ◆"'사법부 압박' 논란 … 정치적 계산 의혹"

    장 교수는 법안의 도입 의도와 관련해 법왜곡죄가 처음 논의된 시점을 상기시켰다.

    장 교수는 "첫 논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 시기였으나 당시 문제점이 많아 결국 채택되지 않았다"며 "그때와 비교해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왜 이 시점에 서둘러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는지 의문"이라며 "'사법부에 대한 압박'이라는 해석을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특히 내란 관련 재판 상황을 언급하며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 당시 내란죄 성립 여부를 확정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형사재판에서 동일한 증거를 인용하기 때문에 무죄가 선고될 경우 파장이 클 수 있는 상황이라 입법을 통해 사법부에 유죄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 내란전담재판부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고소·고발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범여권 주도의 입법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입법을 통해 더 이상의 논의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고 본다"며 "공소 취소를 유도하려는 측면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법왜곡죄가 정치적 사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정치적 유력 인물 사건은 물론이고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기소 여부나 판결 결과에 불만이 생기면 고소·고발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결과가 누적되면 재판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법안이 당사자에 한정하지 않고 누구나 불복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 대법원. ⓒ뉴데일리DB
    ▲ 대법원. ⓒ뉴데일리DB
    ◆"기존 처벌 규정 있는데 또 신설" … 위헌성 논란

    장 교수는 법왜곡죄의 위헌성과 함께 법안의 근거로 독일 사례가 거론되는 데 대해 "같은 대륙법계라는 이유만으로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판사 및 검사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독일은 법왜곡죄를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미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라는 형사적 통제 장치가 있다"며 "두 나라의 사법 시스템이 다른 상황에서 단순 비교를 통해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는 판·검사뿐만 아니라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통제 수단"이라며 "이미 처벌 가능한 장치가 있는데 별도의 법왜곡죄를 신설해야 한다는 것은 입법 체계상 중복이자 모순"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장 교수는 과잉금지 원칙 위반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는 필요 최소한을 넘어선 조치"라며 "법안이 규정한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자격정지라는 형량 역시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본회의 상정 직전 명확성 원칙과 관련해 논란이 제기되자 조항이 일부 수정됐다. 다만 장 교수는 명확성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구성요건의 불명확성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법관과 검사는 어떤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는지 여전히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

    수정안의 '합리적 범위'의 법령 해석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두고서도 "무엇이 합리적인지 자체가 모호하다"며 여전히 명확성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 교수는 "법왜곡죄뿐만 아니라 재판소원법과 대법관 증원법 등 3법 모두에 헌법적 문제가 있다"며 "권력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