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권위가 유권자에서 법원으로 이동선례는 향후 모든 정권에도 이어질 것현직 대통령도 형사 대상 될 수 있다는 뜻
  • ▲ 12.3 계엄이 내란이라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은 대한민국 정치가《사법통치》체제로 들어섰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베네수엘라를 비롯 남미국가에서 흔히 발견되는 정치현상이다.  ⓒ 제미나이
    ▲ 12.3 계엄이 내란이라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은 대한민국 정치가《사법통치》체제로 들어섰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베네수엘라를 비롯 남미국가에서 흔히 발견되는 정치현상이다. ⓒ 제미나이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유죄'가 열어제친 문짝 … 한국은 '법정 민주주의'  기로에 섰다》

    ■《군사 쿠데타=내란》 등식 확장돼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9일, 12.3 비상계엄령을 둘러싼 재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었다.
    무장봉기나 국가기관의 완전 점령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형법상 가장 무거운 범죄 중 하나인 내란죄가 성립한 것이다.
    한국 헌정사의 전환점이라 할 이 판결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본래 내란이란 무장세력이 국가를 전복하려는 행위를 가리킨다. 
    한국 형법 역시 역사적으로 군사 쿠데타를 염두에 두고 이 죄를 규정해 왔다.

    형법 제87조는 국토참절 또는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을 처벌하며, 그 수괴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제91조는 국헌문란을 국가기관을 강압으로 전복하거나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즉, 내란이란 헌법질서 침해라는 목적과 폭동이라는 실력행사가 결합되어야 성립한다.


    ■《행정권 행사 일탈=내란》등식도 성립

    그런데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 폭동 요건을 확장했다.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되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사실 자체를 폭동으로 인정했다. 
    나아가 군 투입의 목적을 국회 기능 마비로 보아 헌법기관 기능 침해의 고의를 인정했다.

    이 순간 한국의 내란 개념은《군사쿠데타》에서《행정권 행사의 일탈》영역으로 옮겨 갔다.

    내란은 형법상 최중대 범죄이므로 당연히 명확한 고의 증거가 요구된다. 
    그러나 판결의 핵심 논리는 물리적 증거가 아니라 추정의 연쇄 였다.

    재판부는 아래처럼 해석해 대통령의 내란 의사를 인정했다.
    국회 병력 투입헌법기관 무력화의 의도
    긴급조치 관련 발언민주적 절차 우회 의도의 표지
    지휘체계 배치국가기관 제압 준비로.

    이러한 결론은 논쟁적 증언에 크게 의존해 도출됐다.
    특히 핵심 증거로 인용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증언은 다음처럼 단계적으로 변화 및 확장됐다
    체포 대상이《인원》인지《의원》인지
    상층부 통화 경위, 
    지시 표현의 구체성, 
    정치인 체포·사살 명령 여부 등

    무엇보다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군 지휘관들이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증언하면서, 형사법정에서 곽종근 증언의 신빙성자체가 핵심쟁점이 됐었다. 
    또한 707특수임무단 김현태 대령 역시 초기에는 국회 봉쇄 목적을 시사했지만, 이후에는 "의원 체포 관련 대통령 지시는 없었다"고 명확히 증언했다. 


    ■ 박근혜 형사 재판과 데자뷰

    이러한 장면은 왠지 낯설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뒤이은 형사 유죄 과정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른바《국정농단》의 핵심 증거 중 하나는 박 전 대통령의 지인인 최순실 씨가 태블릿 PC로 대통령 연설문 등을 직접 수신했다는 구조였고, 그 주요 근거는 정호성 비서관 증언뿐이었다. 
    그러나 이후 형사재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은 해당 구조를 기술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형량의 대부분을 차지한 뇌물죄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수수하지 않은 재산이라도 측근 제3자를 통해 제공된 경우, 대통령과의 경제적 공동체 관계로 보아 보다 넓은 대가관계가 인정됐다. 
    《묵시적 청탁》법리 역시 명시적 요구나 물증이 없어도 당시 관계와 상황을 통해 성립요권이 넓이 인정됐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모든 의혹이 허구였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헌법질서 파괴의 상징으로 제시된 핵심 증거의 확실성은 사후에 크게 흔들렸다.


    ■ 정치의 향배 가른 사법 판단

    여기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국가가 위기 국면에 놓이면, 일관성 없는 증언이나 추정 기반 증거도 쉽게 채택되고 법리 해석도 확장되기 쉽다. 
    무엇보다 탄핵이라는 정치적 판단이 확정되면, 이후 증거 평가의 타당성이 흔들려도 제도적 결과가 뒤집히는 일은 거의 없다.

    윤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이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판결이 가져온 더 큰 제도적 변화는 한국에서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더 이상 선거가 아니라 사법 판단에 의해 좌우되는 단계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재 탄핵 후 형사 유죄로 약 5년간 수감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탄핵으로 직을 잃고 형사재판에서 내란 수괴로 규정됐다. 
    현직 이재명 대통령조차 여러 형사 사건의 결과에 정치적 운명이 좌우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25년 5월 대법원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무죄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으나 고등법원은 공판을 미루다 끝내 판결을 선고하지 않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2023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에 대한 위증교사 관련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법원은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이때도 정치의 향배를 가른 것은 선거가 아니라 사법 판단이었다.

    이번 윤석열 전 대통령 판결은 현직 대통령도 형사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런 의미에서 재임 중 형사책임 추궁의 가능성은 현 정권에도 직접적인 함의를 갖는다.


    ■ 대한민국이 들어선 문턱

    비교정치학은 이를《사법 통치(juristocracy)》라 부른다. 
    정치적 권위가 유권자에서 법원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한국은 이제 그 문턱에 서 있다.

    대부분의 민주 국가에서는 일탈적 권력 행사를 탄핵이나 직권 남용으로 다룬다. 
    민주체제가 유지된 상태에서 선출된 대통령에게 내란 종신형을 선고한 사례는 드물다.

    12.3 계엄에서 무장봉기, 국가기관 완전 점령, 헌법질서 붕괴 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란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판결 지지자들은 "누구도 법 위에 서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법치주의는 개념의 엄밀성도 요구한다. 
    내란행정권 일탈을 동일시하면, 형법은 정치투쟁의 최종 무기가 될 수 있다.
    또한 한 번 확장된 범죄 개념은 거의 축소되지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선포는 분명 충격적이었고 정치적 안정을 흔들었다. 
    그리고 이후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판단됐다.


    ■ 선례가 현 정권에 던지는 함의

    그러나 당시 윤 정권이 직면한 상황은 적어도 대통령의 시각에서는 헌정 위기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했다.
    거대 야당이 장악한 국회는 윤 정권의 핵심 인사와 예산, 주요 국정 과제를 번번이 가로막았고, 고위 공직자들을 겨냥한 탄핵 공세는 줄줄이 이어졌다. 
    임기 초반부터 이른바 좌파 단체들이 주도한 거리 시위는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었다. 
    양극화된 미디어 환경, 제도권에서 사실상《보수 언론》이 부재한 한국에서는 이러한 대치가 더욱 증폭됐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부가 헌정 위기를 명분으로 긴급 권한을 확대하거나 일탈하는 문제는 특정 국가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민주국가에서 행정부의 긴급권 발동과 그 헌법적 한계의 시험은 반복되어 왔다.  
    국내 군 투입, 비상조치 발동, 헌법상 권한의 경계 시험은 오늘날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도 확인된다.

    윤 전 대통령은 이미 탄핵으로 직을 상실했고, 장기간 집중 수사를 받았으며 관련 경미한 범죄로 지난 1월에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내란죄는 폭력적 헌법질서 파괴라는 높은 기준이 충족되고 그 의도가 합리적 의심을 넘어 입증될 때만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헌법 위기에 대한 행정권 행사 자체가 곧 범죄로 정의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례는 미래 정권에도 이어질 것이다.

  • ▲ 12.3 계엄이 내란이라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은 대한민국 정치가《사법통치》체제로 들어섰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베네수엘라를 비롯 남미국가에서 흔히 발견되는 정치현상이다.  ⓒ 제미나이
    [편집자 주] 필자는 일본《산케이신문(産經新聞)》산하 유력 영자지인《재팬포워드(Japan Forward)》의 서울특파원이다.
    22년부터 한국 관련 뉴스를 영어로 보도하는 그는 한국어문 구사에도 아주 능하다. 
    미국 윌리엄&메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The Diplomat, Asia Times 등 영자지는 물론 일본의 주간《신쵸》월간《하나다》에도 활발한 기고활동을 하고 있디.

    본지에 "일본인 기자의 양심고백, 외신기자인 나도《계몽》되었다 …《한국 법치주의 붕괴》우려한다"를 기고, 주목을 받았다.
    이글은 원로언론인둘의 모임인 사단법인《대한언론인회》에서 발행하는 신문《대한언론인회보》에도 다시 실릴만큼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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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같은 내용을 놓고 챗 GPT가 그립 삽화. 제미나이에 비햐 한글 폰트 처리 능력이 떨어진다. ⓒ 챗GPT
    ▲ 같은 내용을 놓고 챗 GPT가 그립 삽화. 제미나이에 비햐 한글 폰트 처리 능력이 떨어진다. ⓒ 챗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