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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제 능력 부풀려 도박자금 빌리면 사기"
사기 및 도박 혐의로 기소된 가수 이성진이 징역 1년 6월에 벌금 500만원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장성관 판사는 9일 오후 404호 법정에서 진행된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 이성진에게 "도박 목적으로 돈을 빌리는 와중, 이를 편취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사기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실형을 언도하면서도 이례적으로 법정 구속을 명하지 않았다. 이는 이성진에게 채권자들과 만나 변제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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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은 2009년 1월과 4월 문모씨와 오모씨에게 각각 9250만원과 1억 3300원을 빌린 뒤 중국 마카오와 필리핀 마닐라에서 도박으로 탕진하고 이를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이성진은 해외원정도박 사건과는 별개로 지난해 2월 대리기사 이모씨를 통해 곽모씨에게 18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급전을 빌리기 위해 '한국에 있는 자택 금고에 거액의 현금이 있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성진이 채권자들에게 기망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는 도박 자금일지라도 채권자들을 기망했을 경우 사기죄가 성립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피고인 측의 항소 제기가 유력시 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재판부는 이성진의 항소를 예상이라도하듯 "항소심까지 채무 변제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말을 남겨 이번 재판이 장기전에 돌입할 수도 있음을 예고했다.
다음은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장성관 판사의 발언 및 판결 전문
이성진의 공소 사실은 크게 2가지로 나뉘어진다. 사기와 도박 혐의인데 도박은 단순 도박으로 기소가 됐으며 도박에 따른 법적 처벌 기준은 벌금형 정도에 그치는 게 일반적이다.
사기 혐의의 경우 피해자가 총 3명인데, 1명은 중국 마카오에서 이성진이 카지노 도박을 할 때 돈을 빌려준 사람이고, 또 다른 한 명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이성진이 도박을 할 때, 마지막 한 명은 강원도 정선에서 이성진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다.
사기 죄 부문에 있어서 피고인의 변호인이 주장하는 변론을 요약해 보고자 한다.
이성진이 중국 마카오에서 피해자 문OO에게 빌린 돈과 필리핀 마닐라에서 오OO에게 빌린 돈은 모두 도박 자금이다. 이들 채권자들은 이성진이 도박을 할 것을 알고 돈을 빌려 준 것이다.
이들 피해자들은 속칭 '꽁지'로서 '롤링업자'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지 호텔 카지노에서 근무를 하다가 피고인 이성진을 상대로 카지노를 알선, 피고인으로 하여금 도박을 하도록 부추기고 높은 이율의 이자를 얻으려 했다.
민법상 도박 자금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는 불법 자금이다. 이들 채권자들은 도박을 해서 이성진이 모두 탕진할 것을 알고 빌려 준 것이기 때문에 이성진에게 속은 부분이 전혀 없다.
돈을 빌릴 당시 이성진은 6개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었고 공연 관련 계약금을 받는 등 일정 수익이 있었다. 따라서 당시엔 도박 자금을 변제할 능력이 충분히 됐었는데 연예기획사에서 약정분배금이 안 나오는 바람에 일이 틀어졌다. 또한 해외에서 원정 도박을 한 사실이 언론에 불거지면서 TV 출연이 힘들어졌고 결국 빌린 돈을 갚지 못하게 된 것이다.
도박 자금은 민법 746조에 의거,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므로 도박을 목적으로 빌린 돈은 채권자에게 갚지 않아도 된다고 돼 있다.
대법원 판례 중 도박 자금을 갚지 않아서 사기 혐의로 피소된 사건을 살펴보면 도박 자금을 빌려주는 당사자에게 기망 행위를 했을 경우나 변제 능력이 있다고 속였을 경우 사기 죄가 성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별히 도박 자금을 빌릴 때 어떤 부분을 속였는지를 봐야 한다. '저 사람이 돈을 하룻밤새 탕진한다고 해도 나중에 충분히 돈을 갚을 것'이라 믿을 수 있도록 돈을 빌려주는 사람에게 자신의 변제 능력을 과도하게 부풀렸다면 기망 행위로 볼 수 있다.
<중국 마카오 도박 사건>
이성진은 2009년 1월 25일 중국 마카오에서 카지노 도박을 할 당시 한국에 있는 문OO로부터 정확히 9250만원을 빌렸다.
그동안 다수의 증인들이 재판에 출석했고 많은 상반된 진술들이 있었다.
◆"한국 자택 금고에 거액 현금 있어" = 쟁점은 돈을 빌릴 때 이성진의 행적과 언동이 어떠했느냐는 점이다.
이성진이 문OO에게 돈을 빌리는 것을 알선한 이OO과 김OO을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가 중요하다.
피고인이 급전을 빌리기 위해 '한국에 있는 자택 금고에 거액의 현금이 있다'는 발언을 정말로 채권자들에게 한 사실이 있는지를 밝히는 문제가 이성진의 사기 죄 여부를 가리는 핵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얘기를 이성진이 했다고 보여진다.
문OO은 경찰 조사에서 "이성진이 10억원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고 이OO과 김OO은 이성진에게 "13억원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 이OO과 황OO이 전화통화를 한 녹취록을 들어보면 역시 "이성진에게 수억원이 있다는 말을 들었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문모씨, '도박 자금' 알고도 빌려줬다? = 쟁점 2번째는 문OO이 이성진이 도박을 할 것을 알고 빌려줬느냐는 점이다.
돈의 흐름을 보면 그렇게 보인다. 그렇다면 '채권자들이 도박 자금인 것을 알고도 돈을 빌려줬다'는 이성진의 주장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당시 돈(도박자금)은 카지노 칩으로 받은 게 명백하다. 확실한 것은 문OO은 처남 계좌를 통해 한국에 있는 또 다른 계좌에 입금을 시켰는데, 입금 당일 피고인은 마카오 카지노 담당로부터 카지노 칩을 받았다. 이는 도박 자금을 빌리는 와중에 '환치기 수법'이 동원된 것을 의미한다.
쟁점 3번째는 피고인이 9250만원을 문OO에게 빌릴때 사술을 썼느냐는 점이다. 이는 이성진의 기망 행위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이성진은 돈을 빌릴 당시 "3일 만에 10%의 이자를 붙여서 전액 변제가 가능하다"는 호언 장담을 했고, 현금이 들어있다는 '금고의 존재'를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 것으로 인정된다.
그래서 사기 혐의는 유죄가 성립된다.
<필리핀 마닐라 도박 사건>
필리핀 마닐라에서 발생한 사기 혐의 고소 사건. 이 사건은 오OO과 피고인의 진술 외에는 다른 증거 자료가 없다.
그러나 진술을 통해 나타나는 돈의 흐름을 보면 자연스럽게 유추되는 부분이 있다.
오OO은 당시 국내에 체류 중이었고 피고인은 필리핀에서 김OO를 만나, 그를 통해 오OO에게 돈을 빌렸다.
당시 오OO은 국내 한 주점에서 김OO와 십여차례 통화를 했고 이성진과도 직접 통화를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성진은 오OO에게 어떤 말을 건넸을까?
이성진은 당시 여러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었고 다수의 계약을 진행 중인 상태였다. 또한 뮤지컬 출연 계약금으로 5900만원을 소속사에서 수령한 사실이 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오OO을 속이려고 한 것 같지는 않다.
◆1월 26일 윤모씨에게 추가로 1억원 빌려 = 이성진은 2009년 1월 26일 윤사장으로부터 1억원을 빌린 사실이 있다.
그리고 김OO과 윤사장이 마련한 한 숙소에 머물렀고 문OO에게 청탁을 받은 사람들이 숙소에 들어와 이들에게 차용증을 써 줬다. 그리고 1억원을 갚겠다는 내용에 사인했다.
이후 2009년 1월 말 이성진은 인천공항에 김OO과 함깨 내렸다.
같은 날 같은 비행기 편으로 두 사람이 입국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김OO이 법정에서 진술한 것은 모두 사실로 보인다.
이후 이성진은 한국에서 한 지인의 도움을 받아 7000만원을 빌렸고 김OO에게 건넸는데 김OO은 이 돈을 문OO에게 줄 것인지, 윤 사장에게 줄 것인지를 고민하다 결국 윤 사장에게 건넸다.
◆오모씨가 이성진의 자금 사정을 알았다면? = 필리핀 마닐라 사건은 이로부터 정확히 두 달 뒤에 벌어진 사건이다.
당시 이성진은 차용증에 1억 5000만원이라고 썼지만 선이자를 제하면 1억 3300원을 오OO에게 빌렸다.
결론적으로 오OO도 문OO과 마찬가지로 도박 자금인 것을 알고 이성진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다.
피고인의 주장대로 빌린 돈은 호텔 카지노에서 칩으로 받았다.
이성진에게 편취(사취) 행위가 있었다고 봐야 하나?
오OO 입장에서 보면 만일 이성진이 문씨로부터 빌린 1억원을 다 날리고 변제 기일 안에 돈을 갚지 못했다는 사정을 알았다면 상식적으로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한 마디로 이성진은 편취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오OO이 제기한 사기 혐의 사건 역시 유죄가 성립된다.
<강원도 정선 사건>
강원도 정선 사건의 경우 피해자 증인들이 법정에 나왔지만 100% 진실만을 말한 것은 아니다.
법원에서 인정한 진실은 이성진이 당시 경기도 파주시 PC방에 머물러 있었고 강원랜드에 있던 김OO 피디가 이성진에게 전화를 걸어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가 돈을 모두 잃었다"며 도박 자금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건넸다는 점이다.
이후 피고인은 예전에 알고 지냈던 대리 운전 기사를 통해 곽OO 사장에게 돈을 빌려 달라는 요구를 했다.
이에 곽OO는 "모르는 사람과 직접 거래할 수는 없고 이성진이 보증을 서면 빌려 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대리 기사 이OO를 시켜 이성진을 강원랜드로 데리고 올 것을 요구했다.
◆"이성진이 '채무자'란에 직접 서명" = 2010년 2월 2일 자정무렵 이성진을 만난 이OO는 곽OO의 지시를 받아 미리 작성해 온 차용증을 이성진에게 내밀었고 2000만원에서 선이자 10%를 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이성진 지인의 계좌로 이체했다.
곽OO 역시 도박 자금인 것을 알고 이성진에게 돈을 빌려 준 것이다. 피해자는 곽OO으로 보이며 이OO은 곽OO순의 단순한 심부름꾼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성진은 채권자 모두를 기망했나?
이성진이 차용증을 작성할 때 채무자라는 부분에 서명을 했기 때문에 돈을 빌리는 주체는 엄연히 이성진이다. 따라서 채무자는 이성진이다.
도박 자금을 불법으로 간주한다고 해도 채무자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되는 판례들을 참고했다.
이성진은 총 2억 10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판단된다. 단, 문OO에게는 1300만원을 변제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
이상의 내용으로 볼 때 피고인 이성진에게 징역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이번 사기 사건에 있어서 이성진이 기망 행위를 했다는데 이론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이성진은 채권자 3명 모두에게 사기 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된다.
문제는 이성진이 도박에 사용할 것을 뻔히 알고도 돈을 빌려 준 문OO, 오OO, 곽OO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느냐는 점이다.
도박 자금을 빌려주면 전액 탕진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 이성진에게 해당 자금을 갚을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여긴 이들을 과연 법치국가에서 보호를 해야 하는지가 고민이다.
1심 판결 후 이성진이 어떤 소득 활동을 벌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지인들을 통해서라도 그동안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는 시간을 주고자 한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법정 구속은 시키지 않겠다.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