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이성진 '5차 공판'…거짓증언 대체 누가?이성진 매니저 황씨 "1억원 대여금은 도박 자금"
  • 가수 이성진 '도박 빚', 재판 통해 탕감?

    지인에게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피소된 가수 이성진(33)의 5번째 공판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형사 3단독 판사 장성관)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지난 4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이성진의 매니저 황모씨와 그룹 소방차 출신인 김태형 뮤직팩토리 사장이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김씨가 석연찮은 이유로 '불참' 의사를 통보해 황씨만 증언대에 올라와 이성진의 사기 혐의 여부에 대한 증언을 이어갔다.

    ◆이성진 매니저 "도박자금 빌린 것 맞다" = 황씨는 2009년 1월 25일 중국 마카오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이성진이 이모씨를 통해 1억원 상당의 자금을 빌릴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인물로, 이모씨가 건넨 돈의 '용처'가 도박이었는지를 가릴 수 있는 중요 증인이다. 이성진은 지난해 필리핀 마닐라와 마카오의 한 카지노에서 오모씨와 문모씨로부터 총 2억3300만원을 빌려 이를 모두 바카라 도박으로 탕진하고 갚지 않은 혐의로 피소됐다.

    황씨는 "고소인 문모씨의 브로커 역할을 해 온 이모씨는 카지노에서 도박자금을 대주고 수수료 챙기는 중개업자(롤링업자)"라고 소개한 뒤 "당시 이성진이 마카오 카지노에서 도박을 할 당시 이씨가 동행해 돈이 아닌 롤링칩을 건네줬다"고 밝혔다.

  • ▲ 공판을 마치고 법정에서 나오고 있는 이성진.  ⓒ 뉴데일리
    ▲ 공판을 마치고 법정에서 나오고 있는 이성진. ⓒ 뉴데일리

    ◆이성진, 마카오서 '문모씨 자금' 건네 받아 = 2009년 1월 중국 마카오의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던 이성진은 수중에 있던 돈을 전부 잃은 상태에서 아는 호텔 직원의 소개로 이모씨를 만나 모종의 자금을 빌린 뒤 이를 도박으로 모두 탕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때 이성진이 받은 자금은 이모씨의 것이 아닌 한국에 있던 고소인 문모씨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이성진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문씨는 지난해 11월 4일 열린 3차 공판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이모씨로부터 2009년 1월 전화가 걸려와 '가수 이성진이 급한 사정으로 돈이 필요하니 인터넷뱅킹으로 송금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이성진이 3일 뒤에 한국으로 돌아가니 그 때 원금(9275만원)과 함께 빌려준 돈의 10%를 이자로 떼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재판에서 문씨는 이모씨를 통해 이성진에게 1억원 상당의 돈을 빌려준 사실은 인정했으나 이씨가 어떤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성진 "'도박 자금 빌려주겠다'는 제안 받아" = 그러나 이성진은 3차 공판에서 "당시 카지노 도박으로 돈을 모두 잃은 뒤 이씨를 만나 '도박 자금을 대 줄 수 있다'는 제안에 솔깃, 문씨가 송금한 돈을(홍콩 달러 50만 달러) 칩으로 받아 다시금 카지노 도박을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해 11월 4일 열린 3차 공판에서 있었던 재판장과 이성진과의 대화록 일부.

    재판장 :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나요?

    이성진 : 카지노 바로 옆에 있는 커피숍에서 밤에 만났는데 이OO씨가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게임은 계속할 거냐'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당시 게임을 해서 돈을 모두 잃었는데 한번 더 하면 돈을 딸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돈을 빌려주겠다는 이OO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겁니다.

    재판장 : 정확히 얼마를 빌렸습니까?

    이성진 : 커피숍에서 밤에 얘기하고 그날 새벽에 돈이 들어왔습니다. 카지노안에서 이OO씨가 저에게 45만~50만 (홍콩)달러 정도의 칩을 줬습니다.

    문제는 이성진과 문씨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했던 이씨가 지난해 12월 13일 열린 4차 공판에서 "이성진이 도박 자금으로 사용할 줄 모르고 돈을 빌려줬다"고 밝혀 채무자이자 피고인인 이성진과 상충되는 의견을 내놓은 것.

    ◆채무가 도박자금일 경우 변제 의무 상실 = 현행법상 도박자금을 주고 받는 와중에 발생한 채무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돼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상환 요구를 할 수 없게끔 돼 있다. 이때 중요한 부분은 채권자가 돈을 빌려 줄 당시 해당 자금이 불법적 목적으로 쓰일 것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다. 만일 이성진에게 빌려 준 돈의 성격이 '도박자금'이라는 사실을 이씨와 문씨가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이성진이 해당 자금을 변제할 의무는 사라진다.

    따라서 이성진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고소인 문씨와 브로커 이씨 입장에선 향후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사용처를 모르고 중개했거나, 빌려줬다"는 일관된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9년 1월 마카오 현지에서 이성진에게 문씨의 자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4차 공판에 출석, "빌려 준 돈이 어떻게 쓰일 줄 몰랐다", "수수료를 받지도 않았고 카지노에 이성진과 동행한 사실도 없다"고 밝히며 이성진에게 건넨 자금이 도박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거듭 항변했다.

    ◆재판부 "피고인과 증인 둘 중 한명이 거짓" = 하지만 이같은 이씨의 주장은 ▲카지오에서 이씨를 만났고 ▲(이씨가)도박자금을 대 주겠다고 먼저 제안했으며 ▲이씨로부터 현금 대신 칩으로 자금(45만~50만 달러)을 받았다는 피고인 이성진의 증언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은 물론, 지난 3일 열린 5차 재판에서 이성진의 매니저 황씨가 "이씨는 도박자금 롤링업자이며 당시 이성진과 동행해 롤링칩을 건네줬다"고 밝힌 증언과도 어긋난다.

    지난해 12월 13일 열린 4차 공판에서 "도박자금으로 돈을 빌린 게 맞다"는 이성진 측과 "아니다"라는 상반된 주장을 펴는 브로커 이씨가 각자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채 날선 대립 양상을 보임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 이성진과 증인 이씨 중 한 명은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이성진의 최측근인 황씨를 다음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열린 5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당시 상황을 증언한 황씨는 이성진과 동일한 주장을 펴며 "브로커 이씨가 도박자금인 줄 알면서도 돈을 빌려줬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6차 공판서 '불법원인급여' 여부 결판? = 재판부가 앞선 4차 공판에서 피고인과 증인의 '위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황씨를 5차 공판의 증인으로 채택한 이상, 황씨의 이같은 주장은 향후 원고 측에 상당히 불리한 증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성진 사건 심리를 맡은 장성관 판사는 지난해 9월 30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자금난에 처한 이성진을 구해 주려고 돈을 빌려준 게 아니고, '도박 더해서 더 잃어봐라. 그리고 갚아봐라' 하는 느낌이 좀 난다"며 이성진에게 전달된 돈의 성격이 사실상 도박자금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장 판사는 황씨의 증언에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단 이성진의 최측근이 아닌 전씨, 이씨 등 또 다른 관계자의 증언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증인심문을 오는 17일 열리는 6차 공판에서 진행키로 했다.

    ◆이성진 사기 혐의도 벗겨질까? = 일단 재판부는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또 다른 증인의 증언을 통해 피고인과 증인의 '위증' 여부를 가리겠다는 판단을 내렸으나 사실상 재판이 이성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자명한 것으로 보인다.

    3차 공판에서 고소인 문씨가 "지난해 이성진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한 뒤 이성진과 1억원을 갚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공개함에 따라 자칫 형사 소송 자체가 무의미해 질 가능성을 안게 된 이번 사건은 향후 재판 중 원고 측에서 '도박자금'임을 알고도 이성진에게 돈을 빌려준 사실이 인정될 경우 피고인의 채무 변제 의무는 사라지고 사기 혐의도 한결 가벼워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성진이 돈을 빌린 뒤 과연 고의로 갚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상환할 의사와 능력은 있었으나 일신상의 문제로 갚지 못한 것인지를 가리는 문제 역시 이성진의 사기죄 성립 여부에 중요한 단서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성진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한림의 양범 변호사는 지난 4차 공판에서 "이성진이 연예 활동을 할 당시 고수익을 올린 바 있으나 소속사의 사정으로 돈을 다 받지 못했었다"며 김태형 뮤직팩토리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었다.

    만약 김태형이 5차 공판에 나와 '당시 회사 사정으로 인해 이성진에게 줄 일부 자금이 묶여 있었다'는 증언을 했다면 이성진에게 씌여진 사기 혐의는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났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한 법조계 인사는 "만일 도박에 사용될 것을 미리 알고도 이씨와 문씨가 이성진에게 자금을 빌려줬다면 사기죄 성립 자체가 힘들 뿐 아니라 피고인의 변제능력 여부를 떠나 '도박방조죄'에 해당 돼 거꾸로 기소를 당할 수도 있다"면서 "문씨의 주장대로 민사에서도 고소인과 피고인 간 합의가 있었다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모 PD 부탁으로 곽모씨에게 돈 빌려" = 한편 지난 3일 열린 5차 공판에선 2009년 발생한 해외원정도박 사기 혐의 사건 외에도 지난해 2월 이성진이 대리기사 이모씨에게 18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피소된 '채무 불이행' 사건에 대해서도 재판이 진행됐다.

    검찰 측에 따르면 당시 이성진은 소속사로부터 1800만 원을 빌린 뒤 본인의 이름으로 차용증까지 작성한 후에도 이를 갚지 않아 피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성진 측 양범 변호사는 "차용증 상에는 이성진이 채무자로 돼 있지만 사실 친분이 있는 김모 PD가 대신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을 해 이성진이 빌려준 것"이라고 밝히면서 "김 PD가 직접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성진이 대신 차용증을 작성한 것이며 돈도 이성진의 지인 통장으로 받아 이를 김 PD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실제로 돈을 빌려준 사람은 대리기사 이모씨가 아닌 곽모씨"라며 "곽씨 역시 김 PD가 사용할 것을 미리 알고 빌려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진 공판 일지

    2010년 9월 9일 △1차 공판 △이성진, 변호인 없이 출석
    2010년 9월 30일 △2차 공판 △이성진, 국선변호인 선임 재판 출석
    2010년 11월 4일 △3차 공판 △고소인 문씨 "이성진과 민사소송 합의"
    2010년 12월 13일 △4차 공판 △이성진, 사선변호인으로 교체 재판 출석
    2011년 1월 3일 △5차 공판 △이성진 매니저 황씨, 도박자금 빌린 사실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