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파키스탄 정보부(ISI) ‘S 위원회’ 관련 정보도 요구"파키스탄 요원이 빈 라덴 도왔어도 파키스탄 안 버릴 것"
  • 美정부가 ‘빈 라덴과 연계된 정보요원 명단을 달라’며 파키스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보부(ISI) 요원들과 오사마 빈 라덴이 지난 몇 년 간 접촉한 적이 있는 지 여부를 조사 중인 美정부가 파키스탄 정부에 고위 정보요원 일부의 신원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파키스탄 정보부 내 누군가가 빈 라덴의 은신처를 알고 있었으며 그를 보호하는데 일조했다는 의혹이 미국 정보 및 외교 관계자들 사이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파키스탄을 방문한 미국 특사와 파키스탄 관리들이 벌였던 설전(舌戰) 내용 일부가 구체적으로 밝혀졌다’고 파키스탄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특히 미국 관리들은 舊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아프간 무장 세력(무자헤딘)과 긴밀하게 협력해 온 것으로 알려진 ISI의 S위원회(S directorate)에 대한 정보를 요구해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 ▲ 소련에 맞서 싸우던 무자헤딘을 돕기 위해 파키스탄 ISI와 美CIA가 손을 잡은 적도 있다. 사진은 1987년 ISI와 CIA 간부들이 모여 찍은 기념사진.
    ▲ 소련에 맞서 싸우던 무자헤딘을 돕기 위해 파키스탄 ISI와 美CIA가 손을 잡은 적도 있다. 사진은 1987년 ISI와 CIA 간부들이 모여 찍은 기념사진.

    <뉴욕타임스>는 美정부 관리들이 파키스탄軍과 정보부가 빈 라덴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생각됐던 파키스탄 정보부(ISI) 요원들의 신원을 밝혀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지난 수년간 거절한 것에 대해서도 깊은 실망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아슈파크 파르베즈 카야니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과 아흐마드 슈자 파샤 ISI 국장이 "빈 라덴이 거기 있다고 실제로 알고 있었다고 믿기는 어렵다"면서도 "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아느냐는 가 문제인데, 파샤의 측근이 (빈 라덴의 은신처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이 밝혀진다고 해도 나는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美정부 관계자들은 하지만 9.11 테러 이후 지금까지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주는데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들이 연루됐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또한 미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설령 파키스탄 정보 요원들이 빈 라덴의 행방에 대해 알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져도 미국이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양국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키는 조치는 취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파키스탄 언론 매체들은 파샤 ISI 국장이 이번 빈 라덴 작전의 여파로 사임할 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정보부(ISI)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소련에 대항해 싸우던 무자헤딘을 CIA와 함께 도왔다. ISI는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들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붉은인민사원’ 사건도 ISI가 배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