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황우여 쇼크...비주류 압승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4.27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이 변화를 택했다.

6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비주류’ 원내대표가 탄생하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당초 중립성향의 황우여 후보는 친이(親李) 주류로 꼽히는 안경률, 이병석 후보에 비해 상대적 약체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1차 원내대표 경선 투표에서부터 이변의 징후가 감지됐다.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1차 투표에는 한나라당 전체 의원 172명 중 159명이 참석했다.

뭔가 달랐다. 오전 토론회가 열렸을 때 텅 비어있던 분위기가 아니었다. 많은 의원들이 불참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1차 투표에서 황우여 후보는 64표를 얻어 선두로 치고 나갔다. 안경률 후보는 58표, 이병석 33표에 그쳤다.

과반수 득표 후보가 없어 1위인 황우여 후보와 2위 안경률 후보의 결선 투표로 이어졌다.

결선 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이들은 같은 친이계인 이병석 후보의 표를 안경률 후보가 흡수, 유리한 고지에 올라 설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뜻밖이었다. 황우여 후보는 무려 90표를 얻어 주류 안경률 후보(64표)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그리고 밝게 웃었다. 이주영 신임 정책위의장도 승리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황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와서 따로 소감을 글로 마련하지는 못했다”면서 “옛 모습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한나라당에 대한 비전을 펼쳐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주영 신임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정부의 마무리와 성공, 그리고 내년 총선의 승리를 일궈내서 정권재창출의 기반을 확실히 다져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들 ‘비주류’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이 풀이된다.

최초 변화의 시작은 소장파와 중립그룹의 ‘주류 퇴진론’이었다. 재보선 직후 열린 당 의원 연찬회에서 이들은 ‘당 쇄신’을 외치며 친이 주류 측에 책임을 물었다.

연일 수많은 언론에서 이러한 내용이 보도되면서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친박 진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소장·중립 그룹과 손을 잡고 ‘주류 배제’에 착수했다. 입지를 넓히기 위한 전략적 연대를 구성한 것이다.

응어리를 풀고자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황우여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

수도권 의원들이 비주류 측으로 돌아 선 것도 변수였다. ‘분당 참패’ 결과가 큰 충격으로 작용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반을 확인한 수도권 의원들은 위기감이 극에 달했고 그 불만이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폭발했다.

친이 주류에 의한 지도부로는 현재의 수도권 민심을 되돌릴 수 없을 뿐더러 나아가 정권 재창출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