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연대 시너지 발휘할까영남권의 분열, 무엇을 남겼나
  • “한나라당의 변화가 시작됐다.”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 6일 당선 직후)

    비주류로 분리됐던 중립 성향의 황우여 의원이 당 서열 2위인 원내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향후 한나라당 권력지형에 적잖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 전까지 원내 조타를 잡게 된 것은 물론, 총선 공천권도 일정 부분 쥐게 됐다는 점에서 향후 국정 주도권을 비주류가 선점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주류의 핵분열은 점차 가속화하는 반면, 당의 주도권이 비주류로 넘어가면서 주요 현안에 대해 소장파와 친박(親朴) 진영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앞으로 ‘친박+소장파+이상득계’가 당의 신주류를 형성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힘은 더욱 빠질 전망이다. 안경률 의원의 패배는 곧 친이(親李)계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의 패배이자 이 장관에 대한 신뢰도 저하를 뜻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 장관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분분하다.

  • ▲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주류인 황우여ㆍ이주영 의원이 당선된 가운데, 이상득 의원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주류인 황우여ㆍ이주영 의원이 당선된 가운데, 이상득 의원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비(非)주류, 신(新)주류로 부상할 수 있을까
     
    황 원내대표의 탄생에는 소장·중립그룹은 물론 60명에 달하는 친박계의 조력이 숨어있었다.

    ‘미래 권력’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들이 당내 권력구도 재편에 전면 나선만큼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친이 주류의 활동반경이 현격히 좁아진 상황에서 ‘대권행(行)’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목소리만 높았을 뿐 실천력이 담보되지 않았던 당내 쇄신그룹도 재평가 받을 것으로 보인다.

    초·재선 소장파 의원들이 당 쇄신을 위한 연합 결사체인 ‘새로운 한나라’(가칭)를 발족하면서 향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구체적인 쇄신방안을 제시, ‘반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두 그룹의 연대가 향후 당 내에서 어느 정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들이 6~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만 함께 할 것인지, 내년 총선·대선까지 연대를 이어나갈지는 ‘일단 가봐야 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한 재선 의원은 “이들 연대는 일단 같은 목표를 향해 뭉친 이합집산인 만큼, 수많은 변수에 의해 분화(分化)될 가능성을 배제 수 없다”면서 “결속이 단단했던 친이 그룹이 현재 흔들리고 있는 판이다. 이 연대는 단지 의원들이 살아남기 위한 안전지대를 구축한 것이기 때문에 언제 서로 돌아설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선 후보 선정 과정에도 두 그룹 내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 친박계에선 “다음 대선 후보로 박근혜가 최선이다, 아니다를 결정한 선거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소장파에선 “정권 재창출이란 목적을 위한 주류 교체일 뿐 대선후보 경선에선 새로운 이합집산이 일어날 것”이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PK vs TK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비주류’ 이변을 불러일으킨 요인은 친이 주류 내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의 갈등이다. 투표에 앞서 진행된 합동토론회에서부터 조짐이 있었다.

    TK 출신인 이병석 후보는 “전임 국회의장이 부산이고, 현재 국회부의장이 부산이고, 원내대표인 김무성 의원도 부산 아니냐, PK가 다 해먹는다”며 PK 출신인 안경률 후보를 공격했고 이에 안 후보는 “대통령도 TK 출신이다. 편협함은 없다”고 맞섰다.

    그리고 1차 투표에서 예상과 달리 이상득(SD)계와 일부 TK 친박계의 지지를 얻은 이병석 후보는 불과 33표를 얻는데 그쳐 결선 무대에도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결과를 지켜보는 이상득 의원의 표정도 급격히 어두워졌다.

    결선 투표에선 더욱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PK와 TK 사이의 갈등의 골을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다.

    황우여 후보는 1차에서 탈락한 이병석 후보가 얻었던 지지표 대부분을 흡수, 90표를 얻으면서 안경률 후보를 큰 차이로 눌렀다.

    PK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을까. SD계와 일부 TK 친박계의 표가 사실상 고스란히 옮겨간 것이다.

    다시 말해 PK와 TK가 대립하면서 중립 성향인 황우여 후보가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PK와 TK가 설 입지가 줄어들었다.

    영남은 더이상 한나라당의 정치적 기반이 아니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PK와 TK 출신 의원들은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놓고도 크게 맞붙은 바 있다.

    각각 밀양과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주장한 TK와 PK 의원들은 집단적으로 대립하며 서로에 대한 비난마저 불사했다. 대립 단계를 넘어 영남이 분열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PK-TK간 갈등은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