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호주 승, 카타르·일본·사우디 무…이란도 비기며 아시아 6개국 월드컵 첫 경기 무패슛 17-14·기대득점 1.49-1.24 이란 우세…저스트 두 골에 두 번 뒤졌지만 역전골수뇌부 6명 비자 막히고 선수단엔 '1박2일 체류권'…관중석 옛 깃발 펄럭이고 야유
  • ▲ 이란 옛 팔레비 왕조 시절 국기(좌)와 현 국기(우)를 든 사람들. ⓒ연합뉴스
    ▲ 이란 옛 팔레비 왕조 시절 국기(좌)와 현 국기(우)를 든 사람들. ⓒ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나선 아시아 여섯 나라가 첫 경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한국과 호주가 이기고 카타르·일본·사우디아라비아가 비긴 데 이어 이란도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뉴질랜드와 2-2로 비겼다. 

    2승 4무, 아시아 팀 월드컵 역대 최장 무패 출발이다. 이란은 엘리야 저스트에게 두 번 끌려갔지만 라민 레자이안과 메흐디 모헤비가 두 번 다 따라잡아 승점 1을 지켰다.

    ◆ 한국이 쏘아올린 AFC 함성…아시아 6팀 모두 패배를 모른다

    승리의 함성은 개막전에서 체코를 2-1로 이긴 한국이 먼저 쏘아올렸다. 여기에 이란까지 더해 이번 월드컵에서 아시아 여섯 팀은 첫 경기를 지지 않고 넘겼다. 

    16일 FIFA에 따르면 FIFA 랭킹은 이란이 20위, 뉴질랜드가 85위다. 선발 몸값을 합치면 뉴질랜드가 약 2320만 유로로 오히려 이란(약 1200만 유로)의 두 배 가깝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이란의 승리를 점쳤다. 오파는 슈퍼컴퓨터를 2만5000번 돌려본 결과 이란 승리 확률은 51.4%, 무승부는 26.7%, 뉴질랜드 승리는 21.9%로 나왔다고 밝혔다.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이란의 2-0 승리를 예상했다. 

    경기 하루 전인 15일 미국과 이란은 전쟁을 끝내기로 한 MOU(양해각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란에겐 경기 전부터 설움의 연속이였다. 

    이란 정부는 FIFA에 조별리그를 미국이 아닌 멕시코에서 치르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미국은 처음 이란 대표팀 15명의 비자를 거부했다. 메흐디 타지 회장 등 수뇌부 6명을 포함해 11명의 비자 발급이 끝내 막혔고 베이스캠프도 미국 땅에 차리지 못한 채 멕시코에 꾸렸다. 

    선수단이 받은 비자도 1박 체류 제한 비자다. 입국한 뒤 1박 2일만 머물 수 있는 세계 축구 역사상 이례적인 조건이다. 이란은 경기 전날 미국에 들어와 적응 훈련을 한 차례 한 뒤 경기가 끝나자 마자 곧장 멕시코로 돌아가야 한다. 이에 주장 메흐디 타레미는 영국 인디펜던트에 미국과의 전쟁과 비자 문제가 대표팀 준비를 해쳤다고 꼬집었다.  실제 그의 평점은 5.4로 이란 선발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 관계자는 테러리스트 잠입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 월드컵 경기장 바깥에 펼쳐진 대형 이란 옛 국기. ⓒ연합뉴스
    ▲ 월드컵 경기장 바깥에 펼쳐진 대형 이란 옛 국기. ⓒ연합뉴스
    ◆ "옛 국기 막겠다"던 FIFA…깃발 펄럭이고 야유 쏟아져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장 안에 옛 이란 국기를 들이지 않겠다고 했지만 관중석 곳곳에서 깃발이 펄럭였다. 황금 사자와 태양이 그려진 옛 팔레비 왕조 깃발이었다. 현재 이란에서는 금지된 깃발이다. 옛 국기를 티셔츠로 만들어 입은 관람객은 입장을 제지당하자 옷을 뒤집어 입고서야 들어갔다.

    로스앤젤레스는 미국에서 이란계 이민자가 가장 많이 사는 도시다. 대다수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진 뒤 망명한 사람들로 현 정권에 등을 돌린 목소리가 크다. 시위에 나선 이들은 이란 정부가 이틀 사이 4만 명을 죽였다고 주장했고 이란을 응원하는 티셔츠를 입은 팬들에게는 야유가 쏟아졌다.

    이란 국가가 울려퍼지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고, 이란의 선전에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들도 포착됐다. 반면 뉴질랜드 골에는 환호했다. 골대 뒤에 앉은 관중들은 '미나브 168' 현수막을 들어올렸다.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미나브의 학교에서 아이 168명이 숨졌다는 의미다.

    ◆ 저스트 두 골에 끌려갔지만 레자이안 1골·모헤비 만회골로 무승부

    경기는 전반 7분 주장 크리스 우드가 내준 공을 저스트가 넣으며 뉴질랜드가 먼저 앞섰다. 이란도 전반 32분 레자이안의 골로 따라붙었다. 후반 9분 저스트가 한 골을 터뜨렸지만 이란도 후반 19분 모헤비가 동점골을 넣어 2-2 무승부를 만들었다. 

    경기는 이란이 끌고 갔다. 슛은 이란이 17개, 뉴질랜드가 14개. 코너킥은 4대 1, 기대득점(xG)은 1.49대 1.24로 이란이 앞섰다. 유효슛만 뉴질랜드가 8대 4로 많았다. 

    이란을 패배 위기에서 막아준 건 골키퍼 알리레자 비란반드였다. 여섯 번 막아냈다. 후반 추가시간 우드가 머리로 때린 공까지 쳐냈다. 

    이날 최고 평점(9.0)을 받은 건 뉴질랜드 두 골을 넣은 저스트다. 이란에서는 1골 1도움을 올린 레자이안(7.9)이 가장 높았다.

    이란은 오는 22일 오전 2시(한국시간) 벨기에와 2차전을 치른 뒤 27일 오전 10시 이집트와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