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신공항 백지화 특별기자회견 스케치
  • ▲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결정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결정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대통령의 1일 동남권 신공항 관련 특별기자회견은 사전 원고나 조율 없이 37분간 진행됐다. 통상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사회자도 이번에는 없었다.

    역대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는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질의서를 미리 받는 게 관례였다. 이번 경우 청와대는 질문자 선정 및 질의서와 관련해 출입기자단과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 사회자가 없이 진행하다 보니 질문 기자를 이 대통령이 직접 지명했다.

    이 대통령은 오전 10시 정각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짙은 쥐색 양복과 와인색깔 넥타이 차림이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약 3분 가량의 모두 발언을 통해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결정에 `송구'함을 나타내며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애초 5분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군더더기 없이 짧고 간결하게 유감을 표시함으로써 오히려 진정성을 전달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양손은 깍지를 낀 채 정면을 응시하고 또박또박 이번 결정에 대한 배경을 설명해 나갔다.

  • ▲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날 참모진에서는 사과라는 직접 표현을 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객관적 과정에 따른 정책결정인 만큼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견까지 다양했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송구하다"는 표현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는 방송사와 중앙소재 신문 및 지방 신문사 등 모두 7명의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여러 질문 가운데 `사업에 따라 경제성의 기준과 원칙이 달라지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긴 6분 가까이 할애해 설명했다. 때로는 목소리 톤이 높아지기도 하고, 손동작도 다른 때보다 더 컸다.

    민감한 질문에는 오히려 여유를 보였다. 특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관한 질문에서 그랬다. 박 전대표가 신공항 백지화를 비판 한 데 대해 입장을 묻자 질문한 기자의 소속사를 언급하며 "꼭 그렇게 볼 필요가 없다"면서 웃어 넘겼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남북 정상회담, 국방개혁에 관한 현안 질문 때는 어느 때보다 단호한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일본 교과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는 손 날을 위에서 아래도 빠르게 가르고 어금니를 지그시 물고는 "천지개벽을 해도 우리 땅"이라고 잘라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저질러 놓고”, “사과도 없이”, “진정성이 있어야”, “시간만 끌고” 등의 표현 등에 힘을 주어가며 반복해서 강조하기도 했다.

    "이제 그만하시죠"라는 말로 질의응답을 끝낸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또 한번 국가 지도자로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모두 발언에 이어 “송구스럽다”는 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