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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당분간 인터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낙선 운동은 물론 사퇴까지 요구하는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너무 거세서...”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를 20여일 앞두고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부산지역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 전 의장은 지난달 9일 신공항 건설과 관련, “정부는 동남권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건설을 추진해야 하는데 정부가 타이밍이 틀렸다”며 “그래서 영남의 남과 북, 대구와 부산의 갈등 요소가 엄청나고 정치권도 여기에 휘말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공항 전면 재검토 발언을 하면서 지역에서 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면서 “그러나 영남권 전체의 국론이 분열하면서 승자는 없고 패자만 생기는 것은 볼 수 없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후 김 전 의원에게 신변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의 협박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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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31일 가덕도 신공항 유치 범시민 비생대책위원회가 부산시청 앞에서 신공항 백지화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신을 밝힌 지 3일째 되는 날 김 전 의장은 “지난 발언 이후 옆 지역 장제원 의원이 트위터에 나를 지지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는데 시민단체들이 ‘김형오는 물론 지지자들도 모두 낙선대상’이라고 협박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아니면 누가 나서겠나 싶어 맞아죽을 각오로 얘기했지만 지역 언론까지 공격하고 나서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그 중 ‘배신’이란 단어가 가장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달 23일 김 전 의장은 급기야 딸 소연(29)씨의 결혼을 극비리에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김 전 의장은 “전직 국회의장 딸의 혼사가 알려질 경우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보좌진에게 이번 혼사에 대해 함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공항 소신 발언 이후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딸의 결혼식에까지 미칠 수 있어 비밀리에 추진했다는 후문도 들리고 있다.
이어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선언 및 박근혜 전 대표의 ‘신공항 재추진’ 발언 이후 그의 사무실에는 하루 평균 수백통의 협박·항의성 전화가 빗발치고 있어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라는 설명이다.
김 전 의장의 보좌관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항의 전화는 물론이고 조만간 시민단체들이 사무실로 집단 항의를 하러 온다고 협박하고 있어 당분간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자제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김 전 의장의) 신공항 백지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 같은 김 전 의장의 소신과 관련, 중앙 언론들은 “부산이 지역구인 5선 중진 의원이 지역 시민단체들의 그릇된 애향주의에 따른 낙선운동 압력을 무릅쓰고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인 것은 ‘표만 얻을 수 있으면 뭐든 된다’는 정치권의 풍토를 뒤엎는 용감한 자세”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이들 언론은 칼럼·사설을 통해 “지역구 현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게 현 정치권의 행태라는 점에서 미뤄볼 때 김 전 의장은 누구보다 신공항 유치에 앞장서야 할 처지”라며 “그런데도 선거와 표를 의식하지 않고 무엇보다 국익을 위하는 김 전 의장의 소신 행동은 대단한 용기”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