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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신정아 파문’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또 다시 위기에 처했다.
4.27 성남 분당을 재보선 출마설과 초과이익공유제, 위원장 사의 표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정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학력위조 파문 등으로 구속 수감된 신정아의 자전 에세이 ‘4001’이 출간되면서 재차 구설수에 올랐다.
정운찬 위원장 영입을 끊임없이 추진하던 여권은 이번 파문이 신정아의 일방적 주장에 따른 해프닝에 그칠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일부 최고위원들은 4.27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 정운찬 위원장을 ‘전략 후보’로 내세운다는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정운찬 카드를 한나라당이 포기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정치권은 전반적으로 이번 사건과 정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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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 명예위원장 추대행사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연합뉴스
쫒기는 정운찬, 시간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 내에서는 정 위원장을 하루 빨리 영입해 분당을 보궐선거에 내세울 경우, 정 위원장 본인과 한나라당에 큰 이득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파문에 야당의 일부 고위급 관계자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공작설’이 제기되면서 정 위원장이 차후 반사 이익을 톡톡히 챙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 위원장이 소극적인 대응자세를 버리고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선거에 뛰어들어 소문을 진화해야 부정적 이미지를 하루 빨리 벗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운찬 영입론을 지지하는 한나라당 핵심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정치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 위원장이 잘 알고 있다면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해 모든 의혹을 털어버려야 한다”며 “당 내에서도 이러한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신정아의 주장이 책을 팔아보려는 수작이든 뭐든 간에 정 위원장이 이를 묵인하고 있으면 스스로 스캔들을 인정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며 “(정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캔들’이란 꼬리표를 정 위원장이 스스로 떼어낼 수 있는 계기로 4.27 분당을 보궐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아울러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운찬 위원장의 출마 여부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면서 이번 파문이 일어났기 때문에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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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좌측부터) 김황식 총리, 이명박 대통령, 임태희 실장ⓒ 연합뉴스
왕의남자 임태희 대권주자 탄력 받을까
정치권은 이번 ‘신정아 파문’이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서 조만간 수그러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아왔던 정운찬 위원장의 입지가 다소 위축되고 임태희 대통령 실장이 반사이익을 얻어 차기 대권후보로 크게 부각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동안 MB의 王子로 불려오면서 여권 내 양대산맥을 이루던 정운찬-임태희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 위원장을 영입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시도했으나 본인 스스로 거부하고, 동반성장위원장 자리까지 내놓은 만큼 더 이상 만류할 도리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따라 임태희 실장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어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친이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다만 이재오 특임장관이 다시 ‘킹 메이커’의 역할을 수행할 지 아니면 본인이 직접 ‘킹’을 노릴 지가 변수로 작용한다.
이 장관은 이미 친이계 권력지도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그가 향후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장관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권력 투쟁설’에 대해 거세게 반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잠룡들의 대권 행보에도 부정적 견해를 밝히고 있어 임태희 실장의 손을 들어 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한 정책연구소 소장은 “여권의 대권 구도가 해법을 찾기 어려운 고난도의 방정식이 됐다는 얘기가 무성하긴 하지만 앞으로 주목해야 할 사람은 누구보다도 임태희 실장”이라며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미 임태희 실장을 차기 대권후보로 내정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