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0만불 뜯긴 삼호드림호 ...강국들처럼 국민보호 전투를!중동국들이 부러워하는 대테러 부대는 어디에 쓰려는지...
  • 지난 6일(현지 시각)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됐던 삼호드림호가 217일 만에 풀려났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언론 보도를 본 국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950만 달러(원화105억원)의 몸값을 지불했다는 내용에는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한 것을 지울 수 없었다.

    ‘삼호드림호’와 소극적인 정부 태도

    삼호드림호가 풀려나자 우리 정부는 즉각 현지 파병 중인 청해부대의 왕건 함을 파견, 삼호드림호를 호위하게 했다. 왕건 함은 삼호드림호에 도착하자마자 의료조치와 검색을 실시한 후 오만 살랄라항까지 호위하고 있다. 삼호드림호는 오는 11일 오후 살랄라항에 도착하면 승무원들을 교체한 뒤 원래 목적지인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피랍된 승무원들은 오만에서 즉시 한국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 ▲ 청해부대 소속 왕건함이 풀려난 삼호드림호를 호위하고 있다.[사진제공 합동참모본부]
    ▲ 청해부대 소속 왕건함이 풀려난 삼호드림호를 호위하고 있다.[사진제공 합동참모본부]

    합참 측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같은 청해부대 활동은 했지만 그동안 삼호드림호가 풀려나는 것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07년 피랍사건 때부터 최근까지 접촉한 複數의 정부 관계자들은 “테러범과는 직접 협상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원칙이지만 측면에서 지원활동을 펴고 있다”고 밝혔었다.   

    2007년 마부노 1, 2호에서부터 최근의 삼호드림호, 금미 305호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입장은 이와 같이 ‘측면지원’을 한다는 것. 하지만 그 ‘측면지원’이라는 것은 자금지원도, 적극적인 대테러 활동도 없었고 협상 전문가와 협상 루트를 파악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삼호드림호 건만 놓고 봐도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부산에 본사를 둔 삼호해운은 이번 피랍으로 인해 회사 재정이 어려워질 정도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번에 해적들에게 지불한 몸값 950만 달러는 원래 해적들이 요구한 2,00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소 해운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한 돈이다. 게다가 해적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고용한 전문가들에게 든 비용 또한 적은 돈이 아니라고 전해졌다.

    이런 식이라면 인기 드라마 ‘대물’에서 주인공이 말한 것처럼 ‘왜 나라는 국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는가’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해적에 대응하는 강대국의 태도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2008년 4월 프랑스 정부는 ‘해적이나 테러범과는 어떤 협상도 없다’는 원칙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줬다. 당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된 요트에는 인질들이 타고 있었다. 프랑스 정부는 몸값을 지불한 즉시 해적을 추적,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테러 부대 GIGN을 투입, 해적 1명을 사살하고 6명을 체포했다. 붙잡힌 해적들은 모두 프랑스 법정에 세웠다. 자국민을 괴롭힌 자는 외국인이라도 자국에서 단죄한다는 걸 보여줬다.

    미국은 어떨까. 2009년 4월 미국 화물선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되자 미국은 구출작전을 펼치면서 해적들을 사살했다. 이에 더해 아예 해적 소굴로 추정되는 지역에는 공중 공습까지 해버렸다. 독일은 해적들의 영상을 찍은 뒤 모두 체포해 자국 법정에 세웠다. 네델란드 또한 독일 컨테이너선을 피랍하려던 해적들을 소탕했다.

  • ▲ 2008년 4월 프랑스의 요트 한 척이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됐다. 프랑스 정부는 인질들에게 몸값이 전달될 때를 기다려 해적들을 소탕했다.ⓒ
    ▲ 2008년 4월 프랑스의 요트 한 척이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됐다. 프랑스 정부는 인질들에게 몸값이 전달될 때를 기다려 해적들을 소탕했다.ⓒ

    영국은 아예 해적들이 눈에 보이는 대로 체포하거나 사살하고 있다. 해적선은 그 자리에서 침몰시켜 버린다. 게다가 해적과 협상을 벌이는 전문가들 대부분이 영국인인 덕에 해적들 또한 영국 선박은 함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영국 해운관련 기업들 또한 강경대응 일색이다. 유명 선박보험업체들은 사설 군대까지 조직했다.

    강대국 정부가 이런 태도를 취할 때 소말리아 정부는 어떨까. 30년이 넘는 내전으로 기능을 상실한 소말리아 정부는 강대국들이 자국 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무력을 투입하고 해적을 잡아 자국 법정에 세우는 것에 오히려 동의하고 있다. 소말리아 정부에게는 지금 국토의 절반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알 샤밥(Al Shabab)’이 더 큰 골칫거리이기 때문이다.

    G20보다 더 중요한 건 자국민 보호

    삼호드림호가 풀려난 소식이 알려진 후 첫 번째 월요일인 8일, 언론들은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다양한 논설과 칼럼을 내놨다. 대부분은 ‘해적 소탕을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또한 오는 11일부터 열리는 G20 회의 등에서 소말리아 해적 문제를 다루고 싶어 하는 눈치다. 하지만 그런 외교적 활동만으로 해적 문제가 해결될까.

    일단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아보자. 우리나라 GDP 중 80%가 무역을 통해 나온다. 이 중에서도 아프리카, 유럽, 중동과의 교역을 합하면 20%를 넘는다. 최근 소말리아 해적이 그 활동범위를 인도양까지 넓혔다는 점을 생각하면 해적 문제는 우리나라의 생존 문제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자국민 보호 문제로 넘어가 보자. 연간 해외여행객 숫자가 1000만 명을 넘는 점, 재외국민 숫자가 210여 개 나라에 300만 명이 넘는다는 점까지 고려해 보자. 반면 우리나라 정부의 재외공관은 140여 개 나라에 있고 외교관 수는 17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런 간단한 사실들만 봐도 지금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보이지 않는가. G20이나 APEC, ASEM과 같은, 눈에 보이는 행사와 교류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 국민과 기업들이 해적이나 테러범 등 외부의 세력들로부터 끊임없이 위협을 받고 있다면 행사와 교류보다 더 중요한 일로 취급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

    지금 이 시간에도 금미 305호의 선원들은 마약에 취한 해적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금미 305호의 선사(船社)는 선원들의 몸값을 지불할 능력도 없다. 가족들 또한 서민층들이다. ‘돈’이 없는 인질들은 모두 죽을 때만 기다려야 하는가.

    UAE나 카타르 등에서 우리 군의 능력을 ‘최고’라 평하며 초빙하려 애를 쓰고 있다. 세계 각국은 G20 회의를 진행하는 한국의 외교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자국민들이 해적에 붙잡혀 있음에도 그 ‘최고’라는 무력과 외교력을 사용하지 않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무력감 중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크다. 이 점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은 삼호드림호 석방을 보면서, 지금까지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국민들의 사례를 보면서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