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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유럽연합(EU)이 6일 오후 자유무역협정(FTA)을 공식 체결했다. 정식 서명 후 양측은 의회 비준 절차를 거쳐 2011년 7월 1일 부터 잠정 발효될 예정이다.
한-EU FTA는 지난 2007년 5월 체결 협상 시작 뒤 3년5개월, 지난해 7월 가서명을 한 지 1년3개월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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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가 발효되면 국내총생산(GDP) 16조4000억달러, 인구 4억9762만명의 세계 시장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ASEM 정상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공식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EU 의장국인 벨기에 이브 르테름 총리와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한-EU FTA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EU FTA는 단순한 경제적 이해관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인권, 법치, 시장경제 등 가치를 공유하고 있음을 바탕으로 체결됐다"면서 "이런 점에서 우리 한국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이번 한-EU FTA가 주는 의미는 크다. 우선 EU가 아시아 국가와 체결하는 최초의 FTA다. 우리나라는 유럽-동아시아-미국을 연결하는 동아시아 FTA 중심국가로 부상할 기반도 마련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이나 일본, 인도 보다 한국이 훨씬 더 빨리 체결하게 된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각종 경제적 효과는 물론 한-EU FTA 체결은 단순한 양측의 경제적 동맹 뿐만 아니라 양자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제도적 기반을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더 크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김 대변인도 "경제적 효과만 부각될 것 같은데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는) '2010년 5월에 서명된 한-EU 기본협정에 이어 한-EU FTA 서명은 단순한 경제적 동맹 뿐만 아니라 가치 동맹을 같이 가져간다는 것에 집중을 해 줬으면 좋겠다"며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EU의 27개국 회원국 모두가 우리나라와의 FTA에 동의해 성립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한-EU FTA를 위해서는 27개 EU의 개별회원국들 동의가 필요하다. 어느 한 국가가 비토할 경우 성립이 안 된다는 것으로 김 대변인은 "단순히 EU 하나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27개국 전체의 시장이 열렸다는 것을 주목해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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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세계 1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거대 시장이며 우리의 제2위 교역 파트너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번 FTA 체결이 갖고 올 경제적 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 실질 GDP가 5.6% 증가하고 자동차와 전기전자, 섬유 제품 등 제조업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관세 철폐 효과로 국내에 들어올 EU산 제품가격이 크게 하락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다양한 제품의 구입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품질과 브랜드 파워를 지닌 유럽산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고 선택의 폭도 대폭 확대된다.
한국 수입차 시장의 약 65%를 점유하고 있는 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의 가격은 현재 보다 낮아진다. 개별소비세와 취.등록세 등을 감안하면 7.4%의 가격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승용차의 경우 양측 모두 배기량 1500cc 초과 승용차는 3년 이내, 1500cc 이하 승용차는 5년 이내에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도록 했다.
또 유럽산 와인과 위스키 가격은 물론 프랑스·이탈리아·영국 등 수입명품에 대한 관세도 없어져 가격 인하가 기대된다. 때문에 이번 한-EU FTA는 '여성을 위한 자유무역'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내 제조업게도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유럽산 부품 및 소재수입을 통해 비용 절감의 효과를 볼 수 있고, 한국과 유럽간 교역의 활성화와 EU 및 제3국으로부터의 외국인투자 증대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늘리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의 투명성, 신뢰성, 개방성을 제고해 제도와 관행의 선진화가 더 빨리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농축산물의 경우 피해가 우려돼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