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7일 경기 수원시 효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 ⓒ뉴시스
    ▲ 5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7일 경기 수원시 효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 ⓒ뉴시스
    이번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 58명 가운데 15명이 전과 이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25.9%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부 후보는 복수의 전과 기록까지 보유하고 있다. 김영배 서울교육감 후보는 저작권법 위반 등 3건, 조용식 울산교육감 후보는 음주운전 등 3건, 안민석 경기교육감 후보는 기부금품법 위반 등 2건, 이병학 충남교육감 후보는 뇌물 전과 1건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최근 5년간 세금 체납 이력이 있는 후보도 7명에 달한다.

    정치권에서는 전과나 체납 논란이 이제 낯선 일도 아니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만큼은 다르다. 교육감은 단순한 행정가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가치관 속에서 배우고 성장할지를 결정하는 교육 정책의 최고 책임자다. 학생들에게 법과 질서, 공동체 의식, 책임과 윤리를 가르쳐야 하는 자리다. 그런 자리를 맡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법 위반이나 체납 이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교육감의 권한은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교육감은 관할 지역 교육행정을 총괄하는 사실상의 '교육 대통령'에 가깝다. 시장이나 군수, 시·도지사처럼 권한이 여러 기관과 나뉘는 구조도 아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막대한 권한이 사실상 교육감 1인에게 집중된다.

    교육감은 교사의 임용과 승진, 전보, 징계는 물론 면직과 파면까지 결정할 수 있다. 어떤 교사가 학교 현장에 배치되는지,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진 인물이 주요 보직에 오르는지에 따라 학교 분위기와 교육 방향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교육감 한 사람의 철학과 성향이 수많은 학교와 교실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권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교육감은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의 설립·이전·폐지 권한도 갖고 있다. 실제로 어느 교육감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자사고 정책이 정반대로 바뀌는 일도 반복돼 왔다. 어떤 지역에서는 자사고 폐지가 추진됐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교육 다양성을 이유로 특목고 확대 정책이 강조됐다. 교육감 한 명의 철학이 학생들의 진로와 입시 환경, 지역 교육 생태계 전체를 뒤흔드는 구조다.

    예산 권한도 막강하다. 서울시교육청 예산만 해도 연간 약 11조 원 규모다. 웬만한 광역자치단체 예산과 맞먹는 수준이다. 교육감은 이 막대한 예산을 바탕으로 학교 시설 개선, 교원 정책, 급식, 돌봄, AI 교육 같은 굵직한 정책들을 결정한다.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조직을 운영하는 지방 권력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 방향에 대한 영향력이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역사관과 국가관, 시민 의식을 심어줄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교육감의 가치관과 철학, 삶의 태도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역사 교육, 학생인권조례, 교권 문제, 성교육, 다문화 정책 등을 둘러싸고 끊임없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교육감은 학생 인권을 강조하다가 교권 약화 논란에 휩싸였고, 어떤 교육감은 특정 역사관 논란으로 갈등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교육감 선거 결과에 따라 교육 정책이 180도 달라지는 일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그런데도 교육감 선거는 늘 관심 밖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지방선거나 총선, 대통령선거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다 보니 후보 검증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 유권자 상당수는 후보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장으로 향한다. 교육 철학이나 정책보다는 막연한 이미지나 진영 구도에 따라 표가 갈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감 선거가 점점 정치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작 중요한 교육 전문성과 도덕성 검증은 뒷전으로 밀리고, 특정 진영 간 이념 대결 양상만 부각되는 모습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자리가 또 하나의 '정치 전쟁터'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전과 이력만으로 모든 후보를 똑같이 평가할 수는 없다. 오래 전 경미한 실수와 반복적인 위법 행위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도 무리다. 하지만 교육감이라는 자리가 가진 상징성과 공공성을 생각하면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음주운전이나 뇌물, 세금 체납처럼 공적 책임 의식과 직결되는 문제는 더 엄격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교육은 흔히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한다. 그만큼 교육은 한 세대가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교육감 선거도 가볍게 치러져서는 안 된다. 유권자들은 단순히 공약 몇 줄만 볼 것이 아니라 후보의 도덕성과 교육 철학, 법 준수 의식, 공공 책임감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후보들도 정치적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왜 자신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국민 앞에 증명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법을 지켜야 한다" "책임 있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삶에서는 그런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면 교육의 설득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은 말보다 '삶'으로 보여주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한 아이를 교육하는 것은 한 사람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한 국가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교육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결국 교육감 선거는 단순히 교육 행정 책임자 한 명을 뽑는 절차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에게 어떤 가치와 방향을 물려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을 보여줄 것인가. 어떤 가치관에서 미래 세대를 키워낼 것인가. 이번 교육감 선거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그 한 가지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