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포항에서 직접 골라서 떠온 생선회를 베란다 테이블에 올려놓고 셋은 술을 마신다.
    아래쪽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시원했고 생선회 맛은 훌륭했다.

    밤 11시가 되었을 때 셋중 가장 먼저 취한 것은 하주연이다.
    소주를 두병 쯤 마신 하주연이 횡설수설 하더니 화장실에 가겠다면서 집 안으로 들어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윤지선이 들어가 보더니 침대에 고꾸라져서 자고 있다는 것이다.

    「쟤가 너하고 나한테 기회를 주는 것 같구나.」
    소주잔을 든 김민성이 지그시 윤지선을 보면서 말했다.

    윤지선은 이제 반팔 셔츠에 반바지를 입었는데 드러난 팔다리가 굵었지만 보기 싫지는 않았다.
    술기운 때문일 것이다.

    「아유, 형. 맘에도 없는 말 마요.」
    이맛살을 찌푸린 윤지선이 빈 잔에 술을 따른다. 윤지선의 주량은 세다.
    지금까지 두병 반은 마신 것 같다.

    김민성이 한 모금에 잔을 비우고 나서 물었다.
    「너, 섹스 경험 있어?」
    「내가 석녀야?」

    대뜸 윤지선이 말을 받았으므로 김민성은 큭큭 웃었다.
    「그렇군. 내 부담이 좀 덜어졌다.」
    「누가 준대?」
    「아니. 조금 전까지 넌 나한테 주겠다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낸 것 같은데.」
    「오바하지 마.」
    「안줄래?」
    「싫어.」
    「안주면 후회한다.」
    「주연이한테 가.」

    불쑥 윤지선이 말하자 김민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눈을 좁혀 뜬 김민성이 묻는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주연이 방으로 가라구.」

    이제는 눈만 꿈벅이는 김민성에게 윤지선이 말을 이었다.
    「주연이가 바라고 있어.」
    「네가 어떻게 알아?」
    「그 속은 모르겠지만 가봐. 주연이가 줄테니까.」
    「술 취해서 자고 있다면서?」
    「안자. 깨어있어.」
    「날 오라고 했어?」
    「눈치가.」

    그러더니 한 모금에 소주를 삼키고 나서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 쯤은 내가 알 수 있지.」
    「좋아.」

    마침내 마음을 정한 김민성이 손을 뻗어 윤지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놀란 윤지선이 몸을 굳혔을 때 김민성은 거침없이 얼굴을 붙여 입술을 빨았다.

    당황한 유지선이 두 손으로 김민성의 가슴을 밀었지만 시늉으로 그쳤다.
    곧 윤지선의 입술이 열리더니 거친 숨결과 함께 혀가 빨려나왔다.

    김민성은 윤지선의 달콤한 혀를 애무했다.
    어느덧 윤지선의 두 팔이 김민성의 허리를 부등켜 안고 있다.
    이윽고 김민성의 얼굴이 떼어졌을 때 윤지선이 가쁜 숨을 뱉으며 말했다.

    「형, 빨리 주연이한테 가봐.」
    「네 방으로 가자.」

    자리에서 일어선 김민성이 윤지선의 팔을 잡아끌었다.
    「어서 일어나.」
    「싫어.」
    했지만 윤지선의 목소리는 약했고 김민성의 힘에 끌려 자리에서 일어섰다.

    베란다에서 집안으로 들어 온 김민성은 윤지선의 허리를 감아 안고 방으로 들어섰다.
    윤지선의 방이다. 그 때 윤지선이 손을 뻗쳐 방문의 닫힘 버튼을 눌렀으므로 김민성은 씩 웃었다.

    다시 윤지선이 방안의 불을 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