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미 노무현 정부에 증언했었다.  
    퍼주었지만 얻은 것이 없었고, 포용했다지만 철저히 멸시 받았다.  

    지금 민주당을 비롯한 이른바 진보세력은 이번 합조단의 과학적 증거물 앞에서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대신 오히려 우리 정부와 군의 안보 공백문제부터 제기하고 있다. 사실 안보 공백을 말하는 것 자체가 그들 스스로 북한의 범죄를 공식 인정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말이다. 

    모든 범죄는 그 범죄를 자신하게 하는 동기와 과정의 결과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전신인 과거 열린우리당이 북한에 퍼주되 최소한 안보원칙만큼은 고수했다면 오늘날 우리에겐 이런 비극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대남정책을 기획하는 통전부 출신 탈북자로서 2004년 한국에 입국하여 당시 조사기관과 노무현정부에 남북관계에서의 두 가지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증언했었다.

    첫째는 서해교전이었다.
    김정일은 남한의 경제력만을 흡수하는 햇볕정책 역이용전략을 지시하면서 대신 체제갈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인 교전안을 준비하도록 했다. 

    우리 남한은 상대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선택폭도 다양하지만 북한은 오직 하나, 평화 협박 뿐이다. 그 이유는 지금의 비대칭 분단구조 상황에서 강경책만이 자기들의 존재감을 강조할 수 있는 유일한 체제방어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여 통전부는 경협을 위한 안정지대를 구축하고 한편 체제긴장을 유발하자면 교전지역을 육지가 아닌 바다로 옮길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북방한계선(NLL)을 문제 삼으며 서해긴장을 조성했던 것이다. 이는 당시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 정책과 맞물려 평화협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주요 대남전략이기도 했다. 

    때문에 김정일은 서해교전안을 보고받고 적(남한정권)들의 대북지원을 받아내면서도 체제긴장을 항시 주도할 수 있는 통전부의 위대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나는 노무현 정부에 북한의 상습적인 NLL도발이 평화협박전략으로 완전히 고착시키려는 계산된 의도인 것만큼 이를 사전에 무력화시키는 차원에서 대북지원과 안보의 균형적 운영을 끝없이 주문했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남북평화를 최대성과로 부각시키며 북한의 그 어떤 신뢰도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번영이란 추상적이고도 비약된 논리만을 고집했다. 심지어는 영해 자위권을 양보하여 북한이 제기한 북방한계선 문제를 국방부에 검토해보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하여 그 무렵 나는 언론을 통해서라도 국민에게 진실을 알릴 필요가 있음을 판단하고 북한의 서해전략에 대해 2006년 7월호 신동아에 익명으로 기고했다.

  • ▲ 개성공단과  주변 북한마을. ⓒ 연합뉴스
    ▲ 개성공단과  주변 북한마을. ⓒ 연합뉴스


    둘째는 개성공단 볼모전략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전 기간 개성공단이야말로 저들의 대북정책이 만든 평화의 승리이고 상징적인 긴장완화지역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2004년에 김정일의 지시로 통전부가 개성공단 볼모전략을 추진하고 있음을 증언했었다. 김정일은 개성공단에 남한 기업들을 많이 끌어들이면 끌어들일수록 역으로 남한에 대한 정치, 경제적 주도권을 쥐게 된다며 인건비, 토지보상비에 신경 쓰지 말고 최대한 개방하라고 했다. 

    한편 유사시에는 개성공단이 제1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 군사화하도록 했다. 이 전략을 바탕으로 통전부는 강온 이중전술을 구사했다. 즉 공단 내 경협권은 당이 가지고 개성공단 통제 및 관리권한은 군에 부여했다. 이는 전략적 필요시기 남북긴장을 빌미로 군을 내세워 개성공단을 차단하기 위한 계산된 절차였다. 

    사실 북한같은 유일 집권당 국가에서 노동당을 초월한 군의 독자적 권한이란 있을 수가 없다.
    아니 북한군이란 인사권과 명령 지휘권까지 모두 빼앗긴 당의 무기일 뿐이다. 그러나 북한은 볼모전략의 구간과 시간적 목표를 반영하여 군의 독립적 강경이미지를 인위적으로 꾸준히 부각시켜 왔다. 

    때문에 나는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독점력을 사전에 약화시키는 것이 관건임을 강조했고, 이를 위해 중국이나 미국, 일본기업들을 끌어들이는 개성공단 글로벌화 전략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저들이 평화세력임을 홍보하는데 더 바빴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국민혈세를 마구 쏟아 부어 결국은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지배력을 돌이킬 수 없을만큼 확대시켰다. 

    열린우리당은 북한에만 열린정책을 했다.
    제주도 해협 앞바다를 개방시켜 북한의 어뢰길은 열어주었지만 우리 남한에는 개성공단 3통문제조차 해결 못해주지 않았는가.

    한마디로 열린 우리당은 우리 국민을 기만했다. 퍼주었지만 얻은 것이 없었고, 포용했다지만 철저히 멸시 받았다. 

    또한 그들이 지금도 자처하는 남북평화 성과란 안보와 바꾼 항복서와 같은 것이다.
    원칙을 포기하다 못해 국권까지 양보했던 그들의 집권 10년이 없었다면 북한은 대한민국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을 것이며 감히 전쟁선언에 준하는 어뢰공격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 자신하건대 만약 민주당이 계속 집권했다면 개성공단 뿐 아니라 대한민국과 국민 전체가 북핵의 인질로, 볼모지역이 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