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껏 6자회담은 미국이 요구하고 북한은 거절하는 관계로만 이루어졌다.
    미국은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내기 위해 그동안 많은 비용을 부담했지만 지금껏 북핵은 폐기되지 않았다. 쓰지도 못할 고철 같은 기계들을 봉인하고 시멘트 굴뚝을 폭파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마저도 현재 북한이 모두 원상복구 한 상태이다. 결과는 늘 반복돼 왔지만 미국은 교훈을 찾을 줄 몰랐다. 예의도, 신뢰도 모르는 김정일 집단을 상대로 순진하게 테이블 정치에 집착했다.
    물론 더 큰 압박 차원에서 문서화된 증거물도 필요하겠지만 그것은 역으로 북한에 속는 절차에 불과할 뿐이다. 

    슈퍼노트 때문에 미국이 금융제재를 했을 때에도 북한은 2천만 달러를 내놓으라며 모든 합의사항을 뒤집고 2차 핵실험을 감행하지 않았는가. 그처럼 억지와 거짓말이 언제나 완벽하게 준비돼 있는 북한인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기고 있다. 

    덕분에 북핵이 떠서 좋고, 모여 앉은 대국들의 수고와 관심이 재미있기도 하다. 돈도 가끔 챙기니 과연  一石三鳥(일석삼조)가 아니겠는가. 중국 또한 6자회담이 마냥 흡족할 것이다. 중재국 역할로 경제대국을 넘어 외교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고, 북핵 지렛대로 오바마 정부의 대만정책에 쐐기를 박을 수도 있다. 

  • 첫 기착지 다렌에서 차에 오르는 김정일. ⓒ 연합뉴스
    ▲ 첫 기착지 다렌에서 차에 오르는 김정일. ⓒ 연합뉴스



대화는 북한의 생존기술이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사기치고 뜯어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것이다. 이번에 김정일이 중국으로 급하게 달려간 이유 중 하나가 미국 정부가 6자회담을 연기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남한은 지역문제로, 미국은 북핵문제로 따로따로 갈라서야 하는데 이 두 선이 하나의 논리로 모아질 수 있고, 만약 그 선례가 계속 이어진다면 북한은 생존할 틈이 없어지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김정일의 방자함을 더는 묵과해선 안 된다는 중국 측의 분노도 작용했을 것이다. 6자회담 중재국으로서 김정일의 핵장난과 지역불안 조성을 계속 방치한다면 미국이 다른 선택을 결심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것을 예감하게 하는 미국의 6자회담 연기선언에 중국은 화들짝 놀랐을 것이다.

그만큼 6자회담은 충분히 했다. 안한다면 오히려 북한과 중국이 조바심이 날만큼 미국은 최선을 다했다. 때문에 오바마정부가 이번엔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유관국들이 아니라 북한 스스로가 6자회담 재개를 목마르게 기다리도록 해야 한다. 고요로 그동안 거부와 도전에 익숙했던 김정일에게 커다란 심리적 불안과 두려움을 줘야 한다. 

3차 핵실험 협박을 하고 싶어도 중국이 우선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거기까지 가기엔 김정일에겐 돈도 시간도 부족하다. 그러면 북한에 핵포기 대가를 굳이 주지 않고도 필요한 합의서를 도출할 수 있을 만큼 압박효과가 상당히 클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번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을 연계시키는 원칙을 반드시 고수해야 한다. 하여 남북관계 연장선에서 유관국들이 대북인식과 북핵 입장을 정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는 북한 도발에 의한 상습적인 남북긴장을 국제화할 수 있는 찬스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천안함 사건을 명분으로 한미일 해상합동훈련 정례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중국을 압박할 필요도 있다. 한편 북한이 금강산에 이어 개성공단 기업재산을 몰수 조치할 경우 그에 상응한 북한 해외자산 동결조치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제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