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년대를 풍미했던 탤런트 故 최진실의 동생 최진영이 누나와 마찬가지로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내린 것에 대해 연예계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목을 맨 채로 발견된 최진영은 강남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곧장 실려가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이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 ▲ ⓒ 최진영 미니홈피 
    ▲ ⓒ 최진영 미니홈피 

    이와 관련 최진영의 소속사 엠클라우드 엔터테인먼트 이경규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故최진영씨는 29일 오후 2시14분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자신의 자택에서 발견됐으며 사망 시간은 그 이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사인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고인은 사망 전에도 지인들과 잦은 만남을 갖는 등 일에 대한 열정을 내비쳐왔다"며 "우울증은 없었다"고 단정지었다. 단 "집안 가장으로서의 부담감과 함께 고인이 된 자신의 누나(최진실)에 대한 그리움이 컸던 것으로 보이며 복귀를 앞둔 와중 누나가 자리 잡고 있던 마음 한 구석이 한 순간 폭발해 자살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찰 "최진영, 우울증 약 지속적으로 복용" = 특히 이 대표는 "고인이 사망한 당일(29일) 오전 8시 30분경에도 자신과의 통화에서 빨리 영화 대본을 보고 싶다는 말을 건네며 연기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면서 "계획적인 자살이나 또 다른 어려움 때문에 자살을 택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30일 공식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사인은 망인(최진영)의 침실 빔프로젝터에 걸려 있는 전선줄에 의한 삭흔이 전경부 윗부분에서 귀 뒷부분으로 흐른 개방성 목맴에 의한 의사(경부압박질식사)로 추정된다"며 "현재까지 망인이 사용하던 컴퓨터, 거주지 등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위와 같은 원인으로 자살한 것이 명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 ⓒ 최진영 미니홈피
    ▲ ⓒ 최진영 미니홈피

    특히 경찰은 자살동기에 대해선 "이전에도 자살을 기도한 사실이 있다는 지인들의 진술과, 최근 출연하는 작품이 없는 등 모든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괴로워했다고 하는 등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받아 왔던 것이 극단적인 자살로 이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최진영이 병원 진료 및 치료를 요구하는 모친의 요구를 거부하고 약을 구입·복용해 왔고, 올해 개강 후 학교에 한번만 나오고 현재까지 학교에 나오지 않았으며 5~6개월 전부터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프다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진영의 한 지인은 "최진영이가 이날 누나가 복용했던 우울증 치료제를 먹은 뒤 목을 맨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약은 많이 먹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상황이 어떤지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하는데 진영이도 아마 그런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밝혀 우울증으로 자살 동기를 단정지은 경찰의 조사 결과를 뒷받침했다.

    ▲구체적인 '복귀' 움직임 보이다 돌연 '자살' 왜? = 하지만 한동안 연예계와 담을 쌓고 있던 최진영이 최근 들어 구체적인 복귀 움직임을 여러차례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자살 사건은 동기나 배경에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KBS 1TV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프로그램을 시발로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었던 최진영은 사망 당일 오전 소속사 대표와 차기작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등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을 보였으며 29일 오후에도 MBC 외주프로덕션 관계자와 아침 방송 출연 여부를 논하는 미팅이 예정 돼 있었다. 더욱이 이달 초 기자회견을 통해 조카들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방송 복귀를 서두르고 싶다는 속내를 피력한 최진영은 29일 갑작스런 자살로 자신의 극적인 생을 마감하는 비운을 맞이했다.

  • ▲ ⓒ 최진영 미니홈피
    ▲ ⓒ 최진영 미니홈피

    최진영과 생전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던 한 연예 매체 대표는 "사망 전전날에도 고인과 웃으며 대화를 나눈 기억이 난다"면서 "이달초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여러차례 만나 얘기를 나눠왔지만 조금도 그의 상태를 의심해 보지 않았다"며 "이렇게 가게 돼 너무나 뜻밖"이라고 답했다.

    누나 최진실이 남긴 두 조카 환희와 준희를 친아버지 이상으로 끔찍히 아꼈던 평소 성격에 비쳐봐도 그가 이렇듯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가 정말 우울증 때문이었는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특히 저마다 최진영과 가까운 사이를 자처하던 인물 중 단 한 사람도 최진영의 심적 상태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그의 복귀작이나 차기 활동 계획에 대한 관심만 있었을 뿐이었다.

    ▲미니홈피에 '죽음의 전조' 남겨 = 이에 대해 최진영은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주위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슬픔이 있음을 토로한 바 있다.

  • ▲ ⓒ 최진영 미니홈피
    ▲ ⓒ 최진영 미니홈피

    그는 "슬픔에 북받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을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나의 핸드폰 문자음..."괜찮니...?" "괜찮아..!ㅋㅋ" 다들 나의 "ㅋㅋ" 한마디에 나의 슬픔을 짐작할 수 없다..."는 말로, 대외적인 행사나 만남에선 사람들에게 '거짓 웃음'을 보이다가도 돌아서 혼자가 되면 극심한 우울 증세에 빠지는 정신적인 고통을 겪어 왔음을 밝혔다.

    최진영은 미니홈피에 "지친다...사람이란 것에 지치고, 살아온 것들에 지치고...이런 나 때문에 지친다..."는 글과 함께, 보기만 해도 우울해 지는 표정의 본인사진을 다수 게재하는 등 여전히 누나로 인해 깊게 드리워진 그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음을 미니홈피 여기저기에 드러내고 있었다.

  • ▲ ⓒ 최진영 미니홈피 
    ▲ ⓒ 최진영 미니홈피 

    사실 최진영은 지난해 겨울 약물 과다복용으로 위 세척을 받은 사실이 있다. 소속사 측은 이를 두고 자살 기도로 단정 짓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언론사에 보내왔지만 경찰은 당시 상황도 일종의 자살 시도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최진영의 갑작스런 죽음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닌 미리 예고된 사태였다는 시각이다. 죽음의 전조를 미니홈피에 남긴 채 아무도 모르게 세상과의 단절을 시도한 최진영은 결국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누나의 곁으로 돌아갔다.

    최진영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누나와 함께 이겨내며 맨주먹으로 스타덤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엔 앞서 연예계에 데뷔한 누나 최진실의 눈물 겨운 헌신과 보살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기 생활을 같이 하면서도 절대적인 스승이자 동반자 역할을 했던 누나의 자살은 최진영에게 형용할 수 없는 충격을 안겨줬을 것이라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누나이면서 때론 어머니의 역할마저 했던 누나의 부재는 최진영에게 치유 불가능한 정신적인 공황을 가져왔고 결국 누나의 뒤를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악수(惡手)로 이끌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