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의 대담집  ‘나는 일류국가에 목마르다’(북마크 펴냄)이

  • ▲ ‘나는 일류국가에 목마르다’ ⓒ 뉴데일리
    ▲ ‘나는 일류국가에 목마르다’ ⓒ 뉴데일리

    최근 선을 보였다.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는 서평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선동과 기만과 미신에 휩쓸려 방황하고 있는 이 어둠의 혼미에 대해 김문수 조갑제 대담은 한 줄기 밝은 빛을 던져줄 것”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진실의 빛은 사실을 드러내고, 사실은 진실을 입증한다. 그리고 사실과 진실만이 아름답다. 울리는 꽹가리 같은 말장난 아닌, 김문수 조갑제의 직언(直言) 직설(直說)을 들어보자”라고 권하고 있다.
    두 사람은 촛불이 광화문을 메웠던 2008년 만났다.
    그리고 긴 대화를 나눴다.
    대기자와 도시사는 서로 묻고 답했다.
    대화는 길게 이어졌고 의견이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공통분모는 애국이었다. 충정이었다.
    그리고 책의 제목처럼 일류국가에 대한 절실한 목마름이었다.
    534쪽이나 되는 두터운 책이다. 그중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헌법 개정(憲法改正) 부분을 옮긴다

    ·조갑제 요즈음 김형오 국회의장이 헌법 개정 이야기를 자꾸 합니다. 이참에 헌법 개정을 한번 공론에 붙여야 하는 게 아닐는지요. 헌법 개정 이야기가 나오면 다들 ‘권력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 하는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아예 우리 헌법정신을 찬찬히 살펴보자는 말입니다. 권력 구조만 놓고 보더라도 내각제, 이원집정제, 대통령제 말고도 창의적인 제도들이 많이 있잖습니까. 공론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들에게 헌법과 정치에 대한 교육도 하고 토론도 해보자는 겁니다.
    ·김문수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 과잉이 문제 아닙니까.
    ·조갑제 저는 정치 과잉이 아니라 정쟁 과잉이라고 봅니다. 제 문제의식은, 우리 국민이 국가가 나아가야 할 기본 방향과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권력구조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가지고 제대로 토론해본 적이 없지 않느냐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국가의 미래에 대한 공론 과정, 우리 국민들이 다 참여하는 의사수렴 과정이 미흡했다고 보는 거지요. 그것을 헌법 개정이라는 이슈 가운데서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입니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당위론적 주장이나 개헌 불가론을 주창하는 것이 아니라,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 만들어지면, 즉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 그 합의된 틀을 따라 헌법을 바꾸자는 겁니다. 물론 국민 다수가 현행 헌법을 고칠 필요가 없다고 하면 당연히 헌법에 손 댈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다만 거국적 토론을 하는 경우에도 헌법 제1조, 3조(영토조항) 등은 절대 개정할 수 없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김문수 저는 현행 헌법을 개정하기보다는 이런 저런 문제가 생겼을 때 헌법소원을 통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즈음 많은 분들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분들이 헌법을 제대로 읽어보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지금 헌법은 매우 훌륭합니다. 고칠 것보다는 지킬 것이 훨씬 많아요. 운용상의 문제는 사실 어떤 경우에라도 생길 수 있으니 헌법소원을 통해서 바로잡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현행 헌법에 문제가 많이 때문에 하루 빨리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조갑제 제가 말씀드리는 개헌론도 지사께서 말씀하시는 바와 일맥상통하는 주장입니다. 도저히 살 수 없을 만큼 집이 낡았으니 이사를 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수리를 하고 고쳐서 살자는 거지요. 현행 헌법에 보완할 부분이 많이 않습니까? 예컨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조문이라든가, 헌법 전문 같은 경우도 문법이나 어법상 어색한 곳이 많고. 제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음 대통령 선거 때는 모든 후보자가 헌법 개정에 대한 자기의 의견을 밝혀야 한다는 거죠. 우리 당은 이런 식으로 하겠다는 공언, 그 다음에 민주화였는데, 그 다음 담론인 통일문제를 공약 안에 포함시킬 수도 있고요. 어쨌거나 헌법 개정이라는 주제는 공론에 붙여져야 합니다. 
    ·김문수  제가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제기해 보겠습니다. 현재 시중에서 논의되는 개헌론에 어느 정도의 진정성이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개헌론을 주장하는 분들 가운데는 현행 헌법에 대한 정밀한 연구가 다소 부족하지 않는가, 그런 느낌을 주는 분들이 없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공부가 부족한 것이지요. 국가의 미래에 대한 백년대계를 설계한다는 의식이 없고, 어떤 면에서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넓히는 것에만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니냐, 뭐 냉정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조갑제 지금 거론되는 개헌 논의는 특정 세력 혹은 특정 집단이 권력을 잡겠다는 것과는 추진 동기가 좀 다르지 않습니까?
    ·김문수 저는 같다고 봅니다. 지금 개헌하자고 하는 것이 누굽니까. 국회 아닌가요. 내각제 개헌론은 국회의원의 권력과 권한을 극대화하자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조갑제 국회가 하자는 개헌이 꼭 내각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김문수 지금 주로 나오는 의견들을 종합하면 내각제 내지 대통령 중임제가 다수이지 않습니까. 중임제라는 것도 국회의원들의 권력을 늘리려는 시도입니다. 1987년에 개정된 현행 헌법은 국민들의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한 헌법이지요.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기는 하지만, 권력 연장의 피해를 막기 위해 5년 단임제를 채택하였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5년 단임을 바꿔 중임제를 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 혼란이 극단적으로 치닫고 정치세력 간의 대립이 매우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5년 단임은 불합리한 제도가 아닙니다. 그런데 왜 혼란이 일어나느냐. 국민들이,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5년이라는 시간을 못 참는 겁니다. 5년을 한없이 길게 느끼는 거지요.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아무런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고, 선거에 관한 어떤 의혹도 없이 500만 표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된 분입니다. 그런데도 취임 불과 두 달만에 ‘물러나라’며 시위를 벌이지 않았습니까. 표면적으로야 미국 소고기를 내세웠지만, 이건 명백히 심정적인 선거 불복입니다. 이것이 우리 국민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2008. 2~2013. 2)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임기보다 더 깁니다. 임기가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도 지겨워서 못 견디는 겁니다. 일할 시간을 안 주는 겁니다. 중임제가 도입되면, 누가 되었든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극단적인 반대에 직면할 겁니다. 반대파들이 중임을 막기 위해 역량을 총동원할테니까요. 대통령에 대한 일상적인 흔들기, 4년 임기 조차도 보장되지 않는 극단적 대립과 충돌,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끌어내리기가 지금보다 훨씬 더 파괴적인 형태를 보일 겁니다. 그래서 저는 개헌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조갑제 제 말은 헌법을 꼭 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개헌 이야기가 자꾸 나오니까, 아예 이걸 공론화해서 활발하게 논의해보자는 겁니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헌법 개정을 안 하면 되는 겁니다. 지금처럼 공직에 계신 분들이 공식적으로, 때론 사견임을 전제로 개헌론을 주창하면 소모적 논쟁만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다 슬기로운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모색해야 합니다. 개헌론을 국가의 미래에 대한 국민 합의의 큰 주제로 만들어놓으면, 헌법에 대한 토론이 활발해지지 않겠습니까. 국민들이 국정을 이해하게 되고 헌법을 알게 되고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할 수 있고.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국민들에 대한 정치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개헌론 공론화’는 나라의 미래를 두고 생각할 때 여러 가지로 남는 장사가 아니겠느냐는 겁니다.
    ·김문수 얼마든지 남는 장사를 할 수 있겠네요. (웃음) 하지만 개헌론을 가지고 토론을 하는 것 이상으로, ‘헌법을 준수하자’는 의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 풍조가, 헌법을 준수하는 행위를 희화화하는 경향이 있어요. 헌법 지키자는 사람을 고루한 사람, 시대에 좀 뒤떨어진 사람으로 보는 풍조가 있지 않습니까.
    ·조갑제 개헌 논의가 나오면 지금 있는 헌법 가지고 제대로 운영해본 적이 있느냐는 이야기도 나올 것 같은데...
    ·김문수 실제로 한 적이 없습니다. 헌법에 나와 있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같은 것도 안하지 않습니까.
    ·조갑제 개헌 이야기가 다시 나온 것은 노무현 대통령 자살사건 이후입니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나니, 보통 사람들도 ‘야, 이거 5년 단임제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전직 대통령이 다 불행하게 되는 것이 제도적 결함하고 관계가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김문수 전직 대통령에게 불행이 닥치는 것은 5년 단임제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권력이 과도해서 그런 것이지요. 과도한 권력의 집중 때문에 문제가 거듭되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과외까지 단속까지 하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과외 단속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우리 헌법 정신하고도 맞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