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25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거대한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 연합뉴스
    ▲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25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거대한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로 기대를 모았던 나로호(KSLV-1) 발사 프로젝트가, 25일 분리된 위성의 '정상궤도 진입'은 물론 '교신' 자체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사실상 실패로 귀결됐다. 

    25일 오후 5시 정각 예정대로 발사된 나로호는 초반 1단엔진 분리에 이어 6분 35초 2단로켓 엔진(킥모터)을 순조롭게 점화하며 '과학기술위성 2호'를 분리하는데 성공, 본연의 임무를 완수한 듯 보였다.

    그러나 9분 뒤 고도 306km에서 분리된 것으로 알았던 '과학기술위성2호'가 이보다 36km 더 높은 고도 342km에서 분리된 사실이 알려지며 위성의 정상궤도 진입이 실패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준비한 나로우주센터와 교육과학기술부(과기부)는 "'우주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힌 뒤 "이번 나로호 발사는 실패가 아닌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위했다.

    또한 항공우주연구원, KAIST 인공위성센터 등 연구진들도 26일 새벽에 예정된 카이스트와의 '위성 교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어, 정상 궤도 진입에만 실패했을 뿐 발사된 위성이 일부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26일 오전 4시 25분부터 안테나를 '어림짐작' 위성의 예상궤도에 맞추고 교신을 기다리던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는 끝내 과학기술위성2호의 행방을 찾는데 실패했다.

    북극 노르웨이 수발바드르 기지국과 북미항공우주사령부 노라드(NORAD)에서도 과학기술위성2호의 비콘 신호(beacon·응급신호발생신호)는 감지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인공위성연구센터 측은 북미항공우주사령부에서 추가로 관련 데이터가 들어오면 다시 한번 위성의 위치 추적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으나 현재로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1단-2단 엔진, '개발' 따로 '시험' 따로‥예견된 실패다"

    한편 이번 나로호 발사는 사실상 '예견된 실패'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차례 이상이 발견돼 발사 연기가 됐음에도 불구, 충분한 시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서둘러 나로호 발사를 강행한 것이 패인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1단과 2단 엔진을 러시아와 한국이 따로따로 개발해 조립하고, 이를 함께 시험하지 않은 점도 실패의 한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기술적 부분에선 발사체가 발사된 후 1단엔진과 함께 위성보호 덮개 페어링이 완전히 분리돼야 하나, 한쪽만 열리고 다른 한쪽은 열리지 않았다는 한 연구진의 증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위성보호 덮개가 완전하게 벗겨지지 않으면 발사체에 더 많은 무게가 쏠려 원하는 속도를 낼 수 없고 이에 따라 위성의 정상궤도 진입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성보호 덮개가 일부 남아있다면 로켓 2단에서의 위성 분리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25일 나로우주센터는 발사 후 9분(540초) 뒤 '과학기술위성 2호'를 성공적으로 분리했다고 발표했었다.

    권세진 KAIST 항공우주공학과 로켓연구실 교수는 26일 "페어링이라는게 양쪽으로 터져나가게 마련"이라며 "한쪽이 터져나간다면 그 터져나가는 만큼 반대쪽도 힘을 줘서 반대쪽도 터져나가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덮개가 한쪽만 터져나간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는 지적이다.

    총 개발비로 5000여 억원이 소요된 나로호의 손실 부분도 문제다. 졸지에 '우주미아'가 된 과학기술위성2호는 자체 가격만 136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실종된 위성은 손해보험조차 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국민의 혈세를 고스란히 허공에 날리는 셈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