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9일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삼성 임원들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이 전 회장에서 징역 6년과 벌금 3000억원을 구형했다.

    특검은 서울고법 형사4부 심리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정상적인 자금조달이 아니라 특수관계인에게 재산상의 이득을 제공하고 경영권을 승계할 목적으로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BW(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발행해 삼성SDS에 손해를 끼친 배임 행위가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이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 김홍기 전 삼성SDS 대표이사와 박주원 전 삼성SDS 경영지원실장에게는 각각 징역 3년이 구형됐다. 특검은 상고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조세포탈과 증권거래법위반 혐의와 에버랜드 사건 무죄 등을 참작해 구형량을 일부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대법원에서 다시 판단하라고 한 삼성SDS의 BW 행사가격을, BW 발행 당시 삼성SDS의 비상장주식의 장외거래 가격이나 서울행정법원 소송에서 인정된 가격을 근거로 주당 5만5천원으로 산정하고, 이를 근거로 계산한 삼성SDS의 손해액을 1539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삼성SDS가 재용씨 남매 등 이 전 회장의 특수관계인에게 양도된 230억원어치의 BW를 발행한 1999년 2월 당시 행사가격인 7150원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이번 파기환송심의 최대 쟁점인 BW 헐값 발행을 입증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특검은 "다른 방식으로 행사가격을 산정하거나 아무리 낮게 잡아도 손해액은 50억원을 훨씬 웃돌기 때문에 손해액이 50억원을 넘지 않는다고 보고 내린 원심의 면소 판결은 취소하고 유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령 BW 행사가격을 발행 당시 삼성SDS 주식의 최저가격인 1만6500원으로 내려잡아도 손해액은 300억원 이상이라는 주장이다.

    이 전 회장은 다시 산정한 손해액이 50억원 미만일 경우 일반 배임죄가 적용돼 공소시효(7년) 만료로 1심과 같이 면소 판결이 나지만, 50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가 적용돼 유죄가 확정된다.

    특검측 논고에 대해 이 전 회장의 변호인은 "삼성SDS의 적정 주가는 법원, 검찰, 헌법재판소,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회계법인 등 6개 기관이 6954원∼5만5000원으로 각각 다른 판단을 할 만큼 현저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고, BW 발행 당시 주가는 비정상적인 거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볼 소지가 많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처벌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어야 가능하다"며 "배임 혐의를 적용하려면 객관적으로 발행가가 현저히 저가이고 발행자에게 이같은 인식이 있어야 하며 경영자에게 고의성이 있어야 하는데,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에 대해선 책임을 묻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에 대해서도 "BW를 발행할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로 기업마다 생존을 위한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다. BW 발행 목적을 오해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변호인은 또 "삼성이 오늘날 세계 유수의 기업을 제치고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으며, 창조적이고 과감한 투자는 진두지휘한 이건희 전 회장의 기여가 적지 않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 전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심려를 끼쳐 드려서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용서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이 삼성SDS BW를 헐값에 발행하고서 자녀 등에게 최대 지분을 사도록 해 회사에 1540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BW 행사가격이 공정했는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선고 공판은 다음달 14일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