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발언 후 美 대북정보 제공 제한北, 수도권·평택 회랑 겨냥 집속탄 실험선박 명단 유보 원칙 내세웠지 결국 제공대만은 '남한' 표기… 中 왕이 방한도 안갯속설계는 보이지 않는 상황에 따라 바뀌는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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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중심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가 정작 국익과 실용을 동시에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평안북도 구성시를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공개 지목한 뒤 미국이 하루 50~100장 분량의 대북 위성 정보 공유를 일주일 넘게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구성시 핵시설' 발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복원, 주한미군의 서해 공중훈련과 한미 연합훈련 규모 조정, 주한미군 사드·패트리엇 일부의 역외 차출 등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누적된 끝에 이번에 '정보 공유 제한'이라는 형태로 표면화된 것으로 풀이된다.다만 21일 군은 대북 감시·정찰 정보 공유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이 공유를 제한한 대북 정보는 미국 측이 위성을 통해 수집한 북한 기술 관련 정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기술 정보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동향이 포함될 수 있는 만큼 북한이 한반도 유사시 한미 후방 증원과 주요 기동로를 타격하는 전술을 염두에 두고 집속탄 탑재 전술탄도미사일 시험까지 공개한 시점에서 그 공백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 연구기관이 제기하고 언론이 기사화한 분석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가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지만 '장관 경질론'까지 불거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정 장관을 두둔하고 나섰다.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정 정관 '구성 핵시설' 발언 이전에 구성 핵시설 존재 사실은 각종 논문과 언론 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라며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뉴시스
정 장관의 대북 메시지도 전략 설계 부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미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적 없는 북한 핵시설 위치를 공개 발언한 뒤 미국이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하는 조치까지 검토·단행한 정황은 공개 정보를 활용한 '정책 설명'이라는 그의 해명이 '동맹 리스크 관리'라는 더 큰 설계 위에 놓이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낸다.정 장관이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3월 2일 이사회에서 한 보고"라면서 "지금 영변과 구성, 강선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장관의 주장과 달리 그로시 총장은 당시 구성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미국 측은 그의 폭로에 대해 복수의 채널을 통해 정부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논란이 커지자 통일부는 "장관은 2016년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보고서 발표 이후 최근까지 연구기관과 언론 보도 등에서 구성에서의 우라늄 농축 가능성에 대해 설명한 것을 보고 시설이 구성에도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ISIS 보고서에는 원심분리기 연구·개발시설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했을 뿐 현재 가동 중인 농축시설의 존재를 단정하지 않았다.미국 정보 공유가 일부 제한되자 정 장관은 전날 서울정부청사에서 기자들에게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하기 위해 정책을 설명한 것인데 이를 정보 유출로 모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작년 7월 14일 인사청문회 때에도 구성을 언급했는데 그때는 아무 말 없다가 아홉 달이 지나서 느닷없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미국에 화살을 돌렸다.정 장관의 해명에 대해 전직 고위 당국자들은 "문제의 핵심은 정보의 내용이 아니라 누가 그것을 확인하느냐에 있다"고 지적했다.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북한 핵 시설의 위치처럼 한미 양국이 극비로 관리하는 사안은 민간에 일부 공개 자료가 있다고 해서 대북 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이 공개 발언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민간 연구소가 제기하고 언론이 보도한 분석의 사실 여부를 정부가 굳이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전술탄도탄 시험이 함경남도 신포 일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활동이 연계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미국 측 위성·정찰 정보에 의존해야 한다"며 "대북 위성·정찰 정보 공유가 일부라도 제한된다면 위협의 의도를 조기에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 있어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불확실성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앞서 북한은 2024년 8월 화성포-11 계열을 탑재할 수 있는 이동식발사대(TEL) 250대를 휴전선 최전방 부대에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당 4연장 발사관 기준으로 TEL 250대에 탑재된 발사관을 모두 채울 경우 이론상 최대 1000발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이에 더해 북한은 집속탄과 파편지뢰 탄두를 장착한 화성포-11라 전투부 위력 시험까지 공개하며 동일 체계를 통해 대량의 살상탄을 운용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주장하는 화성포-11라의 136㎞ 사정권이 "서울은 기본이고 평택 주한미군기지, 오산 공군기지, 천안·아산 일대까지 포괄한다"며 "수도권-평택 회랑이라는 한미 연합의 가장 민감한 표적군을 타격할 수 있게 만드는 체계"라고 분석했다.양 연구위원은 "집속탄두와 파편지뢰전투부는 넓은 면적을 고밀도로 제압하는 데 최적화된 무기다. 병력이 집결하거나 이동하는 지역, 미사일 방어 기지·방공 진지처럼 넓은 구역을 방호해야 하는 목표에 자탄을 흩뿌리는 방식으로 타격하면 방어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며 "북한이 그 수준의 전술탄도탄을 실제 전력화해 시험까지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미국 시각) 미 해군 구축함이 미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항해하던 이란 국적 화물선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일시 개방했다가 다음 달 재봉쇄하며 인도 선박 두 척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표단은 이번 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2차 종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뉴시스
비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란 전쟁 종전 후 호르무즈 해협 내 항행의 자유를 위해 영국·프랑스 주도로 17일 열린 화상 정상회의에 이 대통령이 참석했다.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청에 등을 돌린 것은 한국뿐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은 유럽과 달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를 웃도는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를 앞두고 대미 신뢰 자산이 절실한 시점이었다.34년 전 특사 하나 파견하지 않고 서툴게 '단교'를 통보하면서 빚어진 대만과의 갈등도 아직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다. 정부는 최근 전자입국신고서의 출발지·목적지 항목을 '대만' 대신 '중국(대만)'으로 변경했다가 대만의 항의에 해당 항목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표기 분쟁을 사실상 덮었다.그러나 대만은 전자입국등기표(신고서)와 별개로 외국인 거류증의 '남한' 표기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유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대만 매체에 따르면 한국이 외국인 거류증상 대만인의 국적을 '중국(대만)'으로 표기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수년간의 교섭에도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이 과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 방한 연기설'까지 불거지며 중국과의 갈등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외교부는 전날 "왕이 외교부장 방한이 표기 조치로 미뤄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 방한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방한 일정이 '미확정'임을 자인했다.이에 대해 또 다른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은 한국에 불만이 있을 때 노골적인 충돌보다는 길들이기식 압박을 병행해 온 패턴이 있다"며 "중국이 말하는 '하나의 중국'은 표현은 같아도 적용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고 지적했다.이어 "한국은 1992년 수교 이래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지만 중국은 한국이 마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한 듯이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발언이나 행보에는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며 "반면에 미국·유럽 인사들의 대만 방문에는 강력히 항의하면서도 관계를 끊을 정도까지 가지는 않는 이중성이 있다"고 설명했다.물론 대만 표기 갈등은 이재명 정부만의 실책이 아니다. 1992년 한중 수교 교섭 당시 중국은 "컵이라는 프레임만 합의해 주면 한국이 얼마만큼 물을 채울지는 한국 재량"이라며 대만과 '최고의 비공식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사실상 양해해줬다.이에 노태우 정부를 비롯한 역대 모든 한국 정부는 이후 34년 동안 투자보장협정 하나 체결하지 못한 채 스스로 그 컵을 비워 왔다.문재인 정부는 탕펑 대만 디지털 장관의 화상 콘퍼런스 초청을 당일 새벽 이메일로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윤석열 정부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의 면담을 '휴가'를 이유로 거부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 타성을 끊어내지 못하고 항목 삭제라는 미봉책으로 봉합을 선택했다. 대만 거류증에 '남한' 표기라는 외교적 손실을 떠안게 됐다.원칙의 일관성 문제는 대만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이 최근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추모일 전날 이스라엘군의 전쟁 범죄를 주장하는 사실 관계 논란이 있는 영상을 SNS에 공유하며 "국제법 위반" "반인권적·반국제법적 행동" 등을 거론하자 이스라엘 외무부가 "용납할 수 없다"며 공식 반발했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 표명"이라고 엄호에 나선 일이 대표적이다.이에 대해 또 다른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윤석열 정부가 자유·인권·법치에 기반한 가치외교를 내세웠을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국익 훼손' '외교 참사'로 규정하며 기자회견까지 열어 강하게 반대했었다"며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대해서도 국익 우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랬던 그들이 이스라엘 관련 논란을 방어하는 근거로 '보편적 인권'과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아울러 "보편적 인권을 말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면서도 "같은 표현을 야당 시절과 집권 이후에 정반대 용도로 쓰는 모습은 신뢰를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우리 선박 26척의 명단을 두고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이란이 정부에 명단 제출을 요청했지만 명단 제공은 이란의 대미 협상력을 제고할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컸다. 정부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원칙론에 따라 이란에 명단 제공을 유보하고 있다가 미·이란 2주 휴전 돌입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는 판단 하에 이란 측에 명단을 전달했다. 원칙을 세웠다가 비판 기류가 감지되면 이를 뒤집는 방식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이와 관련해 한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외교·안보 전략을 종합적으로 설계하지 못한 채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지금 이 정부의 가장 큰 약점"이라며 "결국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의 문제는 원칙이 없는 것이 아니다. 원칙을 말할 때 치러야 할 비용과 그 비용을 최소화할 사전 설계가 반복적으로 뒤따르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직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