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전 경찰관서에 비위 경보…유재성, 내부망에 직접 서한문인플루언서 '룸살롱 접대받고 사건 무마' 경찰관 구속영장성비위·음주 교통사고 낸 제주 경찰관은 파면'통일교 도박' 수사 무마 의혹에 특검 압수수색까지
  • ▲ 경찰. ⓒ뉴데일리 DB
    ▲ 경찰. ⓒ뉴데일리 DB
    검찰청 폐지로 경찰의 무소불위 권력 독점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 조직이 잇따른 내부 비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찰관이 유명 인플루언서측으로부터 룸살롱 접대를 받고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부터 성비위, 음주운전까지 개별 비위 수준을 넘어 조직의 기강 전반에 균열을 드러내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통일교 도박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청 청사가 특검의 압수수색을 받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추진되면서 경찰의 권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내부 통제와 책임 구조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경찰이 스스로 제도 개편의 정당성을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청은 지난 20일 전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2주간 비위 경보를 발령하고 특별감사·감찰에 착수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같은 날 내부 게시판에 직접 서한문을 올려 "경찰의 작은 과오도 곧 국민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모두가 한층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 수뇌부가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낸 것은 최근 이어진 사건들이 개인 일탈을 넘어 조직 전반의 기강 해이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수사 무마 의혹'이다. 유 대행이 서한을 올린 20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강남경찰서에서 수사팀장으로 근무한 A 경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A 경감은 2024년 7월 사기와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한 유명 인플루언서의 남편으로부터 룸살롱 접대·금품과 함께 '수사를 잘 처리해달라' 취지의 청탁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강남경찰서는 해당 인플루언서를 한차례 불러 조사한 뒤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종합특검)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와 강원경찰청, 춘천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통일교 간부들의 해외 원정도박 의혹을 인지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고 이를 정치권에 유출해 수사를 무마시켰다는 의혹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종합특검은 이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수사 정보 유출 경로를 확인할 방침이다. 

    신고 부실 대응과 개인 비위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4일 남양주에서는 40대 남성이 사실혼 관계의 20대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이 경찰 보호조치 대상자였던 데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 수차례 경찰에 신고를 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실 대응 논란이 일었다.

    또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최근 유흥주점에서 여종업원을 추행하고 한달 뒤 음주 교통사고를 낸 B 순경을 파면조치했다. B 순경은 2021년 12월부터 사건사고로 여러 차례 징계를 받았지만 소청심사를 심사를 통해 일부 감경을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경찰 조직 전반의 기강 해이와 내부통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수사 무마 의혹들은 검찰청 폐지 이후 사실상 형사 사건에 대한 수사를 독점하게 될 경찰이 수사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내부통제에 실패할 경우 사건 처리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경찰이 자초한 셈이 됐다. 

    경찰 안팎에서도 권한 확대에 앞서 내부통제 장치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내부적으로 감찰 기능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반복되는 비위를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소청심사를 통한 징계 감경 관행도 재검토하고 중대한 비위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보수집 단계부터 수사 착수, 사건 종결까지 수사의 모든 단계에서 경찰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구조 속에서 이 같은 비위가 반복된다면 정부의 형사사법체계 개편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는 권한의 크기가 아니라 그 권한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기강 해이와 통제 부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경찰이 가지게 될 거대한 권한은 거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