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23일 오전 국내 최초로 '존엄사'가 집행된 가운데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김모(77) 씨가 3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안정적 호흡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놀라움을 주고 있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23일 김씨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어 "호흡기를 뗀 후 30~40분이면 임종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환자 상태가 좋아 3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악화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병원 측에 따르면 김씨 건강 상태는 호흡기를 제거하기 전과 비교해 모든 생체 신호가 정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료원장은 "사망임박 단계는 뇌사나 극심한 장기손상이 진행된 상태를 일컫지만 김 할머니의 경우 신장에 이상이 없고 뇌손상만 있었다"면서 "만일 외부에서 영양공급을 해줄 경우 호흡기가 없어도 식물인간 상태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따라서 병원 측은 대법원이 김씨를 '사망임박단계'로 판단해 존엄사를 판결한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 23일 오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방식의 존엄사가 시행되고 있다. 사진은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뒤 사망에 이르는 김 할머니(77)를 지켜보는 가족과 의료진의 모습. 김 할머니는 작년 2월 폐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직검사를 받다 과다 출혈에 따른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으며, 환자의 자녀들은 기계장치로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것이 평소 어머니의 뜻이라며 소송을 제기,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 연합뉴스
    ▲ 23일 오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방식의 존엄사가 시행되고 있다. 사진은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뒤 사망에 이르는 김 할머니(77)를 지켜보는 가족과 의료진의 모습. 김 할머니는 작년 2월 폐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직검사를 받다 과다 출혈에 따른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으며, 환자의 자녀들은 기계장치로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것이 평소 어머니의 뜻이라며 소송을 제기,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 연합뉴스

    호흡기 뗀 이후 환자 눈에서 눈물 '주르륵'‥병원 관계자 '당혹'

    한편 이날 오전 10시 21분 주치의 등 의료진 4명, 가족 11명과 신현호 변호사, 목사, 서부지법 김천수 부장판사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존엄사는 '국내 최초'라는 점과 함께 가족 동의하에 환자의 연명치료를 법적으로 중단시킨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오전 9시 50분부터 약 20분간 임종예배가 치러진 후 10시 21분 호흡기를 제거, 24분경 인공호흡기의 전원이 꺼짐으로서 이날 존엄사 집행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호흡기를 제거한 후에도 김씨는 꼬르륵 숨을 몰아쉬는가 하면 오전 10시 38분 입원 이후 한번도 눈물을 흘린 적 없는 김 할머니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 내리는 등 생명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이를 지켜보던 의료진을 당혹케 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국내 최초로 진행된 존엄사가 해당 대상자의 '자발호흡'이 지속되는 상황으로 전개됨에 따라 남은 가족과 병원 측은 김 할머니의 연명을 이대로 지켜봐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 살기를 바라는 거야, 죽기를 바라는거야?"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저것이 바로 생명"이라며 생명의 존엄성과 위대함을 강조, "인위적으로 목숨을 끊는 존엄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fish_angler라는 네티즌은 "모든 생명이라는게 자연이라는 거대함 앞에서는 하찮아 보일지 몰라도 자연이 우리에게 준 생명을 결코 나약하게 설계하지 않았다"면서 "존엄사? 모든 생명은 살기 위해 만들어져 있고 그렇게 설계돼 있다. 남은 가족들 때문에 죽는다는 표현이 정 뭐하면 차라리 자살이라고 해라. 존엄사 따위는 없다. 왜냐, 우리가 생명을 버릴지언정 생명은 우리를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dorke333이라는 네티즌은 "다른 말 필요없고 이건 살인이다!!"고 못박은 뒤 "걱정되는 점은 우리 사회 절대적 빈곤층과 소외 계층들 중에 하루하루 병마와 싸우는 분들이 가족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삶(치료)을 포기하고 안락사를 택할까봐 그것이 걱정"이라고 밝혀 안락사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cjjoung이라는 네티즌은 "결국, 의사말에 살인명령내린거네"라고 말문을 열고 "이제 안죽었으니 강제로라도 살인할것인가? 저렇게 살려는 의지가 있는데 , 참..죽이라고 한 판사XX나 가족놈들 그리고 곧 죽을거라고 한 의사놈들..니들도 제발 남들에 의해 X길 바란다"며 가족과 병원을 향해 악담을 퍼붓기도 했다.

    jojinwoo70란 네티즌은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이란 제하의 글에서 "죽이려고 호흡기 뗐는데, 계속 살아있으면 어떡해..?? 의사나 가족들이나 얘네 진짜 황당하겠다. 죽기를 바라야 하는 거야, 안죽기를 바라야 하는 거야..?"라고 비꼬는 말을 던졌다.

    반면 다른 네티즌들은 "존엄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가족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태도를 보여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아이디 segeroclinic란 네티즌은 "장기간 가망 없이 누워서 의식도 없으면 효자 없습니다. 귀하도 남의 일이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고 귀하가 직접 당하면 지금처럼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밤낮으로 일주일만 세워 보세요 빨리 돌아가시게 할 것입니다"라고 가족의 어쩔수 없는 선택에 동조를 보냈다.

    poemeyes란 네티즌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가족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외할머니 돌아가실때..호흡기를 하고계셨죠..가끔 전기충격기를 하기도 햇는데.. 노인분이신데다가 전기충격기가 강도가 세지니..갈비뼈가 부러질 수 있다는 점도 알고있어야 한다는 군요.. 힘드신 할머니에게 뼈를 부러뜨려 가며 생을 이어가게 해드려야 하는지.. 수술을 또하고.. 그래야하는지.. 결국 우리는 울며 호흡기를 떼었었죠...어쩔수 없는 상황도 있는것입니다"라고 차분한 태도로 존엄사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