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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 전패라는 초라한 성적표에도 한나라당 지도부가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책임질 필요가 있다는 원론에는 공감하지만 현 여권내 역학구도를 볼 때 지도부 총사퇴는 당에 더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현실론이 가로막고 있다.
현 지도부가 물러나면 대안도 마땅치 않다. 더구나 새 지도부를 구성할 경우 경주 선거로 앙금이 더 깊어진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간 갈등은 폭발할 게 불보듯 뻔해 양측 모두 지도부 교체에 부정적 입장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책임론을 제기할 때는 아니다"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래서 지도부가 당 갈등 수습책으로 내놓은 것이 '열린우리당 교훈'이다. 17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152석)을 얻고도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모두 졌고 이 때마다 열우당은 지도부를 교체했다. 박근혜 의원이 당 대표로 있는 동안 열우당 의장은 8번이나 바뀌었다. 지도부 교체때 마다 당내 계파간 이념논쟁이 불거졌고 이는 고스란히 민심이반으로 연결돼 결국 당 간판을 내려야 했다. 이로 인해 정권을 내줬고 지난 총선 마저 패하며 자체적으로 개헌도 저지 못할 초라한 의석수를 가진 제1야당으로 전락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열우당 시절 정부에 무슨 잘못이 있거나, 무슨 일만 발생하면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교체하고 한 것이 몰락한 계기가 됐다"면서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번 재보선 패배에 연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금년 10월 재보선도 있고 내년 지방선거도 있다"면서 "더 큰 선거가 남아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고 심기일전해 국정쇄신에 앞장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같은 논리로 의원들 불만을 잠재웠다. 홍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좀 화가나시더라도 참고 다시한번 결집하자"고 주문했다. 그는 "과거 열우당이 8차례 지도부를 바꿨고 그렇게 해서 자멸의 길로 갔다"고 거듭 강조한 뒤 "아마 청와대나 당이 쇄신을 해야할 일이 있을테니 지도부가 밉더라도 좀 참아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