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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표 시절 홍준표 의원 주도로 만든 한나라당의 현 당헌·당규가 4·29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도마위에 올랐다.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지도부를 교체할 여력이 없는 한나라당은 결국 '쇄신'이란 명분을 꺼내 당헌.당규 개정으로 눈을 돌렸다. 정몽준 최고위원의 주도로 당 주류인 친이계가 서포터 하는 모양새다. 정 최고위원은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는 21일 예정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 방식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박희태 대표가 "대단히 좋은 말씀"이라고 거들었고 다른 지도부도 호응했다. 그러면서 당헌.당규 개정 필요성으로 문제를 확산시켰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에서 "10년 만에 여당이 됐기 때문에 여당 체제에 맞게 고치고 당 운영 방식도 고쳐야 된다"고 주장했다.
당이 친이계쪽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현 당헌·당규는 박 전 대표의 마지막 흔적이라 할 수 있다. 또 현 당헌·당규는 박 전 대표가 큰 고민 끝에 당시 비주류였던 홍준표 의원에게 맡긴 '실험'으로 이로인해 그는 임기도 채우지 않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대권-당권 분리요구에서다. 당 혁신위원회(위원장 홍준표)를 만들어 9개월간 60여차례의 회의 끝에 만들어진 것으로 박 전 대표 측은 현 당헌·당규에 애착이 강하다. 많은 진통이 따랐고 박 전 대표 스스로 희생을 감수하며 만든 안이란 생각에서다.
때문에 친이계의 당헌·당규 개정 요구에 친박측은 불쾌하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은 "당 쇄신은 구호나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실천"이라며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시절, 9개월 동안 16개 시·도 순회 공청회를 포함한 의원연찬회, 의원총회, 당직회의 등 57차례의 회의를 거쳤고 국민수렴을 충분히 해 만든 혁신위 안을 제대로 실천도 해보지 않고 다시 손을 댄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혁신위에 참여했고 '단 한자도 고쳐선 안된다'고 핏대를 세우던 사람들이 집권 후에 제대로 (당헌.당규가) 실천되지 않았을 때 단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면서 "재보선 참패 한 것을 계기로 실천도 해보지 않은 혁신안을 또 혁신하겠다면 어느 국민이 그 진정성을 인정하겠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쇄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단 한 가지라도 똑바로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친박계는 선거 참패 뒤 친이계에서 '친박계 원내대표 기용설', '친박계 사무총장 임명설' 등의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에 대해서도 마땅치 않다는 반응이다. 한 측근은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 본 적도, 검토해본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측근은 "자꾸 (언론에) 흘리고, 아니면 말고 식에 불과하다"며 "'박근혜 총리설'. '박근혜 특사설', '김무성·허태열 행안부 장관설' 등 친이 내부 한 두사람의 말장난과 같다"고 봤다. 그는 거듭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없는 문제"라며 "언론플레이 같은 장난은 그만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