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박근혜 대표 시절 홍준표 의원이 주도해 만든 당헌·당규를 전면 수정할 태세다.

    4·29 재보선 참패 뒤 당에선 '쇄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가장 큰 방안으로 당 운영방식의 전면개편이 제기되고 있다. 현 당헌·당규는 박 전 대표 시절 그의 주문으로 홍준표 현 원내대표가 진통 끝에 만든 것이다.

    이 제도에 가장 먼저 칼을 대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은 정몽준 최고위원. 선거 참패 뒤 자당을 "엉성한 친목단체"라고 비판한 바 있는 그는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는 21일 예정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 방식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한나라당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짝지어 함께 선출하고 임기도 1년으로 같다. 반면 민주당은 임기 1년의 원내대표만 선출하고, 정책위의장은 임기제한 없이 당 대표가 임명하도록 돼 있다.

    정 최고위원은 자당의 이런 제도가 "선택 폭을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것 같다"며 변경하자고 주장했다. 또 "러닝메이트로 뽑다 보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조직표상 병렬관계임에도 상하관계로 오해되고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또 "집권여당에서 정책위의장의 중요성이 잘못인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러닝메이트는 아무런 이점이 없다"고 거듭 강조한 뒤 "현 동반선출 규정은 야당시절인 2005년 11월에 고쳐 2006년 7월에 적용한 제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당규변경은 상임전국위원회를 통해 가능하다고 하기 때문에 21일 이전까지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 한 번 검토해봤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박희태 대표도 "대단히 좋은 말씀"이라고 거들었다. 박 대표는 "민주당은 정책위의장을 대표가 지명하는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민주당도 원래는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갔다가 그것이 불합리하다고 해서 다시 되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쇄신과 단합이 우리 당 당면 과제라는 생각을 갖고 이 두가지를 위해 획기적 조치를 취해나가겠다"며 전면적 당 쇄신을 예고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당헌·당규가 야당 때 만든  것"이라며 "10년 만에 여당이 됐기 때문에 여당 체제에 맞게 고치고 당 운영 방식도 고쳐야 된다"고 주장했고, 박순자 최고위원 역시 "정 최고위원 주장은 일리가 있고 당 정책이 더 활성화 될 수 있는 방안이 아닌가 하는 데 공감한다"고 동조했다.

    이군현 중앙위의장도 "우리가 당 운영기조를 너무 안정에 두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은 좀더 역동적 변화를 원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문제를 시스템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친이·친박 계파에 의해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치르다 보면 앙금만 생긴다"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경선을 하면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당 개혁성향 소장파 의원 모임인 '민본21'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과 당 운영의 쇄신은 물론 당·정·청 인적 개편, 당 화합 등 3대 과제를 제시했다. 이들은 '4·29 재보선 이후 과제에 대한 민본21의 입장'이란 성명서를 발표하고 건의사항을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국정운영 쇄신에 대해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약속한 '중도실용'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며 "특히 당·정·청은 중산층과 서민들로부터 위화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치우친 정책기조를 바로잡아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특히 "이른바 '속도전'이 상징이듯 지금 국민에게 오만한 밀어붙이기로 비치고 있는 국정운영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정.청 인적개편에 대해서도 "국정쇄신과 당 화합에 걸맞도록 청와대 참모와 내각 인사개편, 정파 구별없는 인재 기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21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 대해선 "(후보들의)단순한 정견발표가 아닌 실질적 후보검증 토론회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 쇄신방안에 대해서도 "'쇄신특위'를 즉각 구성해라"며 "특위에는 지방선거에 대비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 공천제 개혁, 상임위 중심 원내 정당화, 당 화합 방안 등에 전권이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