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9 재보선 참패의 충격에 빠진 한나라당이 `쇄신'이라는 거대한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안경률 사무총장의 사의로 당직 개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원내대표 경선, 당 쇄신특위 활동, `민본21'을 비롯한 의원들의 쇄신 요구 등을 감안할 때 변화의 폭은 단순한 당직 개편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집권여당이 지리멸렬하다는 비판을 받아온만큼 당의 역할과 기능, 리더십의 형태 등을 총체적으로 재검검, 당의 쇄신과 단합을 꾀해야 한다는 거센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당의 쇄신은 조직과 인물을 교체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당의 역학구도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 핵심 당직자는 3일 "최고위원들을 제외한 정무직 당직자 전원이 사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사퇴의사를 밝힌 사무총장을 비롯해 여의도연구소장, 전략기획본부장, 홍보기획본부장, 대변인 등 당내 주요 당직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 당직을 맡은 인물을 단순히 교체하는 것만으로 `쇄신의 효과'가 나기 어렵다는 점이 한나라당이 처한 딜레마이다. 박희태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에 주어진 인사권에 한계가 있다"며 "엄밀히 말해 사무총장 1명에 대해서만 영향이 있을 뿐인데 그게 무슨 큰 임팩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나아가 "내가 주도해 효과가 날 만한 당직 개편이 없는 만큼 그것으로는 민심수습을 할 수 없다"며 "즉 선거결과에 대한 쇄신 방안으로써 대표의 인사권은 큰 영향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당 관계자들이 향후 당직 개편이 오는 21일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과 맞물려 단행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경우 한나라당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선출과 함께 다른 당직자들의 인선을 발표함으로써 당 직 개편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최고위원을 제외한 전면 개편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번 개편을 통해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역할 분담을 모색, 당내 안정을 도모할 수도 있다. 이번 선거의 참패 요인으로 양 진영의 갈등이 내재돼 있는데 따른 것이다. 사무총장을 비롯한 대표 직할체제는 친이계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원내대표 직할체제는 친박계로 나누는 것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는 친이계 기저에서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친이 직계 사무총장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연결돼 있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사무총장은 대통령과 당의 창구 역할을 해야 하므로 정치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친이 직계로서 힘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동시에 차기 원내대표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갑윤, 원희룡, 정병국, 남경필, 이병석, 장광근 의원 등의 이름이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선수'(選數)를 파괴한 친이 직계 인사가 사무총장으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가 오는 6일 정례회동에서 향후 당직 개편을 비롯한 쇄신에 대해 어떤 교감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와 함께 `민본21'이 4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쇄신과 당쇄신, 당화합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어서 당내 갈등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모임 소속 한 의원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로의 리더십 분화에 따른 문제, 집단지도체제가 갖는 한계, 원내정당화 문제 등을 집중 거론할 방침"이라며 "침묵하고 있는 당내 계파 갈등 문제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화합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