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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원래 계파색을 너무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내놓은 4.29 재보선 이후 당 수습책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답변이다. 이 대통령은 6일 오전 박 대표와 조찬을 겸한 정례회동을 갖고 정국 현안 전반을 논의했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 단합을 위해서는 계파를 뛰어넘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건의했고, 이 대통령은 "이제 우리 당에서도 계파 소리가 안나올 때 안됐느냐"면서 "나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같은 이 대통령의 답변을 "그동안 '친이, 친박은 없다'고 강조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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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은 6일 오전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조찬을 겸한 정례회동을 갖고 4.29 재보선 이후 정국 수습책을 포함한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의 언급은 차기 원내대표로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 추대설에 대한 우회적 동의로 볼 수 있어 주목된다. 친박 중진 김 의원은 공천탈락과 복당을 거치면서 친이, 친박 갈등 핵심에 있었으며 현재 '당 화합 상징'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 정치적 의미에 매몰되기보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합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집권 후 "친이, 친박은 없다"고 수차례 언급해왔듯 이 대통령은 정치적 판단을 당에 맡기되 '쇄신'과 '협력'을 주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소속 의원이 직접 선출하는 원내대표를 청와대가 직접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박 대표를 재보선 책임론에서 벗어나도록 힘을 실어줬다. 지도부 인적쇄신론, 조기 전당대회 주장 등 불거질 당내 각론을 차단하고 흔들림없는 국정 운영을 펼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이번 선거는 우리 여당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겸허하게 받아들여야한다"고 전제한 뒤 "당 쇄신과 단합 두 가지를 (박희태) 대표 중심으로 잘 해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혜로운 사람이 전화위복 계기를 만드는 법"이라는 당부를 더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예산안도 통과시켰고, 경제법안도 됐고…"라며 "여야 합의로 경제법안도 통과됐고 추경도 통과돼서 앞으로는 서민 일자리 만들기에 이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도 "경제에 봄 소식도 많이 온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어떻든 선제적 조치를 하는 데 국회도 협조했고 하니 선제적으로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온 세계가 한국이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정책을) 가장 잘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일관되게 정책을 펴 나가면 될 것"이라고 독려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당 쇄신안에 관심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박 대표로부터 정무장관과 같은 당청 소통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건의를 받고 "당 쇄신위를 구성한다고 하니 쇄신위에서 이런 기구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연구를 했으면 좋겠다"며 공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이 시기에 쇄신과 단합이 가장 힘줘 해야 할 일"이라며 "당에서 그런 화두를 국민에게 던진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