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오후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열린 국회 예결위회의장.
회의 시작 전 출구쪽 맨 뒤자리에 앉은 정몽준 최고위원에게로 한 여성 의원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이 여성 의원의 첫 마디는 "고생하셨어요"였다. 곧바로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안쓰러운 듯 자신을 쳐다보며 위로하는 이 여성의원을 보고 정 최고위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 여성 의원은 더 위로하려는 듯 "다 졌잖아요"라고 덧붙였으나 정 최고위원의 표정은 그리 달갑지 않은 모습이었다. 몇몇 의원들로 부터 "고생 많으셨다"는 말을 들었지만 분위기는 많이 처진 듯 보였다.
울산 북구 재선거는 정 최고위원의 선거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지원유세를 하는 열성을 보였고 그가 이 지역 선거를 총괄했다. 선거 막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 단일화로 패색이 짙었지만 그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울산을 내준 것은 정 최고위원으로선 개운치 않은 결과다. "다 졌잖아요"라는 여성 의원의 위로도 달갑지 않다.
이 선거를 이겼다면 정 최고위원은 차기 대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고, 일체 움직이지 않은 박근혜 전 대표와도 비교될 수 있었다. 정 최고위원에게 선거 책임론이 제기되진 않겠지만, 그의 입장에선 좋은 기회를 한 번 놓친 셈이됐다.
정 최고위원은 이런 심경을 오전 지도부 회의에서 노출했다.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등이 "패배에 연연하지 말자"며 패배로 인해 있을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데 중점을 둔 반면 정 최고위원은 당에 쓴소리를 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를 치르며 느낀 점을 간략히 말하겠다"고 포문을 연 뒤 "정당은 교과서에 보면 정치적 결사체라고 돼 있는데 우리 한나라당은 관료집단도 아니고 엉성한 친목단체 수준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 초반 지도부의 인천 부평 지원유세 때 유세장에 청중이 없었던 점을 거론하며 "명색이 지도부가 갔는데 당원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지 못하고 최소한의 권위와 영도 서지 않은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전부 사퇴하자고 하면 무책임하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고 대안이 없다고 하면 더욱 심각한 이야기"라며 "스스로 무기력하고 개혁할 능력이 없다는 얘기로 최악의 상태"라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