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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역풍, 영남에서 불었다"
한나라당 공천 갈등 전면에 있었던 이재오 전 최고위원, 이방호 사무총장, 정종복 사무부총장이 예상을 깨고 낙선했다. '한나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이라던 영남권에서도 친박연대와 무소속 출마자에 패배, 처참한 결과를 낳음으로써 "역시 잘못된 공천"이라는 국민의 심판을 받은 셈이 됐다.특히 영남권에서 '친이' 출마자들의 성적표는 처참했던 반면, '친박' 출마자들이 득세하면서 경선 당시 지형과는 판이한 결과를 낳았다.
전국적 당선 분포를 볼 때 '친이-수도권'과 '친박-영남권' 구도가 확연해지면서 당내 권력 갈등이 증폭될 여지가 커졌다. 당내 30여명의 당선자와 외부 친박 성향 당선자를 포함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가 실질적으로 '제 3당 당수'의 권한을 넘어 가장 큰 국정 견제세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대구에서는 강재섭 대표가 물려준 서구에 출마한 이종현 후보가 친박연대 홍사덕 후보에게 완패했으며, 한나라당에서 낙천했던 친박연대 박종근 의원(달서갑)과 무소속 이해봉 의원(달서을)도 유권자의 재신임을 받았다. 달서병에서도 친박연대 조원진 후보가 당선됐다. 친이 성향의 당선자로는 주호영 의원(수성을)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형님 공천' 파문을 딛고 이상득 의원이 포항남·울릉에서 6선에 성공했지만, 경북 지역에서도 친박연대와 무소속 돌풍은 거셌다. 경주에서 친박연대 김일윤 후보는 '돈봉투 사건'에도 불구하고 대표적 친이 후보인 정종복 의원을 꺾었다. 낙천했던 김태환(구미을) 이인기(고령·성주·칠곡)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 친박계 부활을 알렸고 군위·의성·청송에서도 친박 성향 정해걸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눌렀다. 이밖에도 안동(김광림 후보)과 상주(성윤환 후보)에서도 무소속 강세는 이어졌다.
탈당 친박파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남을)을 필두로 부산은 완연히 '친박 지대'가 형성됐다. 유기준 의원(서)이 생환했으며 친박연대 박대해 후보도 당선됐다. 한나라당 소속 출마자 가운데서도 서병수(해운대·기장갑) 허태열(북·강서을) 허원제(부산진갑) 이종혁(부산진을) 현기환(사하갑) 후보 등 친박계의 승리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경선과 대선 기간 이명박 대통령의 대변인을 맡았던 박형준 의원(수영)과 '한반도 대운하' 전도사였던 박승환 의원(금정), '젊은 피' 김희정 의원(연제) 등 친이계는 줄줄이 낙마했다. 'BBK 수비수'로서 이 대통령 지근에서 활약했던 오세경 후보(동래)도 고배를 마셨다. 부산은 지난해 경선 당시 18개 지역구 중 친이 성향이 12개 지역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었다.
경남에서는 이방호 사무총장의 낙선이 상징적 의미가 됐다. 사천에 출마한 이 총장은 당초 압도적 우위라는 전망과 달리 민주노동당 강기갑 후보에게 허를 찔렸다. 공천 탈락에 반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최구식 의원(진주갑)도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 대통령의 오랜 측근 조해진 후보(밀양·창녕)의 국회 입성이 친이측에 그나마 위안을 줄 정도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공천책임론과 함께 탈당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가 전면에 대두될 전망이다. 박희태 선대위원장은 10일 영남권에서 보인 저조한 결과에 대해 "원인은 공천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영남인들의 마음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 좀 더 화합공천을 했더라면, 좀 더 심사숙고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였으면 우리가 무난히 승리할 수 있었는데 정말 아깝다"고 말했다.
복당 문제와 관련해 박 위원장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에서 당론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서울 종로에서 통합민주당 손학규 후보를 누르고 3선에 성공한 박진 의원은 "다같이 한솥밥을 드시던 분들"이라며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분열된 것처럼 비쳐지고 실제 한나라당 후보들과 경쟁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해 복당 허용 가능성을 높였다. 박 의원은 "국민이 한나라당에 기대가 대단히 높기 때문에 역시 단합과 결속의 길을 가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지금 복당 문제를 어떻게 하자는 것보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해서 활발한 의견 개진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