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5일 예정에 없던 회의를 소집했다. 4일 손학규 박상천 두 대표의 요구에도 부정·비리 연루자 공천배제 입장을 굽히지 않고 당 지도부에 공을 넘긴 박 위원장은 이날 공심위 회의 일정을 잡지 않았다. 공심위가 수용할 수 있는 안을 당 지도부가 제시해야 다음 공천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 지도부에선 "(손 대표가) 집으로 찾아가란 말이냐"는 불만이 나왔고 박 위원장은 오후 갑작스레 회의를 소집했다. 자신의 폭탄발언으로 당은 충격에 휩싸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작 박 위원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위원들에게 악수까지 청하며 여유있는 모습까지 연출했는데 곧바로 최고지도부 회의에 참석하는 최인기 위원(정책위의장)에게 오전 최고 지도부의 결정사항을 물었다. "내용이 뭐죠""라고 하자 최 위원은 선별적 구제를 요청한 지도부 입장을 설명했고 박 위원장은 최 위원의 설명을 들은 뒤 "네. 감사합니다"라고 답한 뒤 "당을 위해 일하다, 어쩌다가 본의 아니게 재판을 받게 된 분들은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 고려를 해주면 좋겠다는 내용을 받아들이면 되나요"라고 확인했다.

    최 위원이 "그렇습니다"라고 답하자 박 위원장은 "(당 지도부가) 공심위가 결정한 기준을 존중한다는 말씀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뒤 당 지도부의 요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먼저 오전 브리핑을 통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공심위의) 당내 인사 5명도 있는데 공심위원장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당내인사) 5명은 동의하지 않았다는데…"라고 말한 우상호 대변인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공천심사위원들간 (부정·비리 연루자 공천배제 기준에) 동의한 일이 없다는 전제로 우 대변인이 브리핑을 했다는데 외부인사 7분은 전폭적인 지지를 명백히 했고, 당에서 온 분들은 명백히 반대의사가 없었다. 물어도 대답을 안했고 나는 동의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면서 "다 동의한 것으로 봤고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당규 어디에도 공천심사 기준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고 누구의 의견을 듣고 하지 않는다"면서 "당규를 봐도 (공심위가 지도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고 못 박았다. 다만 "지도부에서 그런 요청을 했으니 강력한 권고로 받아들이고 혹시 차후에 어떤 점에서 그런 예우를 해야 할지 검토를 해보겠다"고만 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이 제시한 공천기준을 번복할 뜻은 없음을 재천명했다. 박 위원장은 "선별적 예외를 둘 것인지 말 것인지를 오늘 논의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안한다"고 답한 뒤 "(공천기준은) 결정됐다"고 못 박았다. "지도부 입장에서는 공심위의 어제 결정사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다"는 기자의 질문이 뒤따르자 박 위원장은 "몇 번을 말씀 드려야 하느냐. (공천기준을) 강의 해야 하느냐"며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기자가 재차 질문을 던지려 하자 "(내 말을) 딴 생각하고 듣느냐"고 따지며 "같은 말을 자꾸하게 만들지 말라"고 일축했다.

    이후 비공개로 회의를 했는데 공심위는 "뇌물, 알선수재, 공금횡령, 정치자금, 파렴치범, 개인비리 등 기타 모든 형사범 중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사람은 공천심사에서 제외한다는 원칙"을 결정했다. 일부 당내 위원들이 반대했지만 박 위원장은 이날 표결을 통해 찬성 7명, 기권 1명, 반대 4명으로 자신의 공천기준을 재확정지었다. 곧바로 공심위는 이 기준을 갖고 이날부터 공천심사에 들어갔고 빠르면 6일 중 1차 심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사실상 손 대표와 당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내 거물급 인사들의 공천탈락은 불가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