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전 부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정치력'이 도마위에 올랐다. 16일자 유력 조간신문 1면에는 'MB 정무기능 고장?'이란 제하의 기사까지 실렸다. 최근 이 당선자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를 두고 예비야당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데 '정치력 부재'란 비판에 휩싸였다.

    이런 비판을 부추긴 것은 15일 이 당선자가 확정도 안 된 '장관 내정자 워크숍'을 개최하려다 2시간 30분 만에 번복한 해프닝이다.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은 워크숍 관련 오후 4시 50분 "이 당선자가 청와대 수석 내정자들과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16일 열 계획"이라고 첫 브리핑을 했다. 곧바로 예비야당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주 대변인은 2시간 30분 뒤인 7시 20분 "협상 결과를 더 지켜보기 위해 16일 워크숍엔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제외하고 열기로 했다"고 두 번째 브리핑을 했다. 출범을 앞두고 중차대한 현안 앞에서 이명박 정부가 갈팡질팡한 것이다.

    더구나 이런 해프닝의 중심에 이 당선자가 있었다. 두 차례의 브리핑 모두 이 당선자가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도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표와 기싸움을 하고 있는 '이 당선자가 오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조직 개편은 아직 국회가 협상중이며 장관 인선 결과도 공식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법적으로도 장관직의 근거가 없다. 국회 협상결과에 따라 어느 부처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이 당선자는 '장관 워크숍'을 진행하려 한 것이다. 통합신당 우상호 대변인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자기가 맡을 부서가 어떤 부서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슨 워크숍이냐"며 "법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국무위원 내정자들이 몰래 숨어 자기들이 맡을 부서를 미리 정해 이런 저런 의논을 하고 공부한다는 것은 초법적이고 탈법적인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두고 벌이는 손 대표와의 신경전에서도 이 당선자의 정치력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당선 뒤 인수위원장 발표는 물론 국무총리 내정자 발표까지 이 당선자는 '철통보완'을 강조해왔는데 정작 장관 내정자는 공식 발표 전 언론에 흘리자 '이중적'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손 대표와의 기싸움에 발단이 된 '회동'문제에선 야당 수장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높다. 아무런 사전 통보없이 두 차례나 손 대표와의 회동 계획을 언론에 먼저 흘렸는데 이런 탓에 이 당선자의 제안은 모두 퇴짜를 맞았다. 손 대표는 이 당선자에게 "정치를 하자는 것이냐"고 따졌고 예비야당에선 "이 당선자가 국회를 무시한다"고 주장한다. 'CEO 출신의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여론의 반응도 좋지 않고 네티즌들의 경우 원색적인 비난을 쏟고 있다. 지난 14일 한나라당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이 당선자의 지지율이 1주일 만에 8%P나 떨어졌다고 한다. 취임식 직후 지지율이 정점에 이른 뒤 서서히 빠지던 역대 대통령과 비교할 때 이 당선자의 지지율이 일찍 빠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도 "5년 전 같았으면 아마추어리즘이라느니…. 준비 안 된 대통령이라느니 하는 소리가 나왔을 사안"(아이디 bjs9714), "그나마 조중동 등 대형 언론들이 충성이니까 이 정도지 노무현처럼 언론과 가깝지 않았다면 정말 가관이겠다"(아이디 prehero2)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