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초반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는 바로 한반도 통일이다. 한반도 통일은 냉전이 종식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냉전의 상흔(傷痕)이 남아있는 한반도에서 이념의 잔재를 청산하고 분단된 국토가 하나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공동체로 재결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통일된 새로운 공동체가 민족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체제와 국력 등의 모든 측면에서 역량이 훨씬 앞선 남한을 더욱 건강한 사회로 발전시켜 병든 북한 체제를 흡수(吸收)함으로써 가능하다. 이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통일을 하려는가의 문제와 과연 어떤 통일정책이 더 현실적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들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견지해온 민족적 심리, 국가 이미지, 국가 전략을 바탕으로 이를 북한 체제에 대한 종합적인 흡인력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건국 이후 오늘까지 땀흘려 이룩해온 근대화와 민주화라는 기적을 통해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는 국가로 평가받아 왔다. 이는 우리가 온갖 시련을 겪어 오면서 이룩한 자랑스런 재산이자 앞으로 우리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지켜야 할 소중한 원칙이기도 하다. 이러한 우리의 재산과 원칙이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국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우리의 민족적 심리, 국가 이미지, 국가 전략에 부합하는 길이자 우리의 국가이익을 증대시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통일도 바로 이러한 연장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통일된 남북한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의 남한이 사회주의체제의 북한을 흡수하는 길뿐이다. 이는 바로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방식의 통일만이 우리 민족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볼 때에도 분단에서 통일로 나가는 과정은 흡수통일 위주였다. 이는 전쟁을 통한 방식이든 평화적인 방식이든 마찬가지였다.

    결국 통일이라는 것은 힘이 약한 자가 힘이 센 자에게 흡수되는 흡수통일(吸收統一)을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20세기 말에 통일을 이룩한 나라들의 경우는 흡수통일의 당위성과 가능성을 더욱 현실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 우선 동서독의 통일 방식은 동독이 서독으로의 편입을 자청하고 나선 흡수통일로서 동독이 사회주의체제를 포기하고 자유민주의체제로 흡수된 경우이다. 베트남은 평화협정을 통해 주월미군을 밀어낸 월맹이 월남에 대한 전면 공격에 나서 무조건 항복을 받아낸 결과 월맹에 의해 무력으로 흡수통일된 경우이다. 남북예멘은 협상에 의한 통합을 선언하였으나 사회주의체제인 남예멘이 분리독립을 선언하자 자본주의체제인 북예멘이 무력으로 남예멘을 제압함으로써 흡수통일된 경우이다.

    우리 헌법 또한 흡수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 영토 조항에서는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고 제4조 통일 조항에서는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대한민국이 북한을 흡수하는 방식의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정신에 입각한 통일 방식 또한 대한민국과 북한의 수평적 통일이 아니라 북한이 대한민국에 통합되는 수직적 통일 즉 흡수통일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한반도 내의 유일한 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이 주체가 되어 불법점거단체인 북한을 통합하는 방식의 흡수통일 이외의 모든 정치적 합의는 위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노무현 좌파정부는 줄기차게 연방제(聯邦制) 추구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남북한이 합의한 6.15 남북선언 제2항에는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식 연방제는 1국가, 2정부, 2체제라는 국가 형태를 제시하고 있어 연방은 하나의 국가 안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형성되는 수직적 관계를 의미한다. 김 전 대통령의 '연합제'의 경우 1단계인 1연합, 2독립정부는 '고려연방제'의 느슨한 형태인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개념이 유사하고 2단계인 1연합, 2자치정부는 '고려연방제'와 개념이 유사하다.

    이처럼 김대중, 노무현 좌파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연방제는 분단 국가의 통일 사례라는 현실적 측면에서 논리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헌법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실체를 모호하게 만드는 허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연방제는 결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통일 방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이 줄기차게 자주(自主)를 외치면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유엔사 해체, 미(美) 지상군 철수를 유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남북 평화체제와 연방제 통일의 추진에 장애가 되는 요인을 없애려 하기 때문이다.(2006. 3. 11, khhong.com)

    이제 북한과 남한 좌파정부에 의해 연방제에 대한 거리가 점차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서 제기했던 무엇을 위해 통일을 하려는가의 문제와 어떤 통일정책이 더 현실적인가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 이후 국기(國旗)의 모습과 역사(歷史) 기록에 대한 가정은 어떤 방식의 통일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다. 통일의 역사가 흡수통일 위주였음은 통일 이후의 국기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통일 독일의 국기, 통일 베트남의 국기, 통일 예멘의 국기의 모습은 어느 경우이건 힘이 약한 자를 흡수한 힘이 센 자의 국기가 통일 이후의 국기로 등장하였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 통일 이후의 국기가 태극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인공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현재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는 정체 불명의 한반도기가 될 것인가?

    우리가 배우는 역사 또한 국사와 세계사를 막론하고 항상 힘이 센 자에 의해 그들의 관점에서 기록되었다는 사실이다. 역사 기록은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의 객관적 상황을 보여주기보다는 많은 경우 힘이 센 자의 입장에서 미화된 지극히 주관적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남북관계의 흐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훗날 역사가들이 기록하게 될 "1945년부터 20xx년까지 한반도에는 두 개의 나라가 있었다. 이 시기를 남북한 시기라고 부른다"와 "1945년부터 20xx년까지 조선반도에는 두 개의 나라가 있었다. 이 시기를 북남조선 시기라고 부른다"라는 두 개의 서술을 가정한다면 우리는 역사가 어떻게 기록되기를 바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