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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법 개정안 상정 국회 본회의에 불참한 국민의힘.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개헌안 본회의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을 향해 '위헌정당 해산심판'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표결 불참과 필리버스터 방침을 두고 "헌정질서를 외면했다"고 비판하고 있다.반면 국민의힘은 개헌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분한 논의와 여야 합의 없이 개헌을 추진한 민주당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법조계에서는 특정 개헌안 표결 불참만으로 위헌정당 해산 요건이 충족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위헌정당해산 심판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만큼 단순한 정치적 대립이나 의사진행 방식만으로 연결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조재희 송파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송파구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개헌안 불발 뒤 '위헌정당 해산' 논란 확산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민주당 조재희 송파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자꾸 이러니 위헌정당 해산심판감이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정 대표는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6개 정당이 공동발의한 개헌안이 올라갔으나 국민의힘의 불출석으로 투표 불성립이 됐다"고 주장했다.이어 "국민의힘이 개헌 내용에 크게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졸속이라고 하는 건 비겁한 일"이라며 "차라리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넣는 것에 반대한다고 이야기하라"고 비판했다.앞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 등 원내 6당은 지난 7일 본회의에서 개헌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다.민주당은 다음 날인 지난 8일 개헌안 재상정을 추진했지만 국민의힘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개헌안 필리버스터를 예고하면서 결국 개헌안 처리는 무산됐다. 개헌안이 무산된 데 따른 책임을 국민의힘 쪽으로 돌려 위헌정당 해산까지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개헌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여야 합의 없이 개헌을 강행하려 한 민주당의 추진 방식에 반대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본회의 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합의 없는 개헌의 결말은 독재였다"며 "국가 중대사를 지방선거 직전에 밀어붙이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 의심되는 졸속 개헌"이라고 비판했다.이어 "개헌은 특정 정치 세력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 ▲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이 무산되자 의사봉을 내려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위헌정당해산 요건 엄격 … "통진당 사례가 유일"헌법 제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위헌정당해산 심판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청구하고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인용된다.실제 헌정사에서 정당 해산 결정이 내려진 사례는 2014년 통합진보당 사건이 유일하다.당시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일부 지도부가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과 폭력 혁명 노선을 추구했다고 판단해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다"며 정당 해산을 결정했다.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공범'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공세를 이어오고 있다. -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가 산회되자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는 모습. ⓒ뉴시스
◆ 법조계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로 보기 어려워"
법조계에서는 개헌안 표결 불참이나 필리버스터 추진만으로 위헌정당 해산 요건이 충족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위헌정당해산심판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만큼 단순한 정치적 대립이나 의사진행 방식까지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 대표의 '위헌정당 해산심판감' 발언에 대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것은 다수결로도 뒤집을 수 없는 근본 가치"라며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 의회제도 등 민주주의 핵심 요소를 부정할 때 위헌정당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표결권은 찬성·반대·기권 모두 가능한 것이고, 불참 역시 정치적 의사 표현의 한 방식"이라며 "이를 이유로 정당 해산을 거론하는 것은 상식 밖의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사례와 관련해서도 "당시에는 정당의 강령·정책·활동 전반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고 봤기 때문에 해산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며 "이번 사안을 같은 선상에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도 "국회에서 표결에 참여하거나 불참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권한"이라며 "여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개헌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야당의 정치적 권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헌정당 해산이 실제 인용되려면 간첩 활동이나 이적 행위처럼 민주적 기본질서를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수준이어야 한다"며 "이번 사안은 실제 법률적 가능성보다는 정치적 압박 성격이 강한 발언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